시작할 때는 이렇게 긴 시간이 걸릴 줄 몰랐다.
한번 들어 보고, 수록곡리스트 작성하고,
발매연도와 음반사, 특별한 의미 등 기본사항들의 교차검증,
유튜브 링크할 곡 선정과 가사 정리 등을 하다 보니 1년 넘게 걸렸다.
처음에는 <기억의 저편> 카테고리에 한 10여 편 정도로 생각하여,
각 5장 앨범 보유 가수들인 <송창식, 양희은, 최성수, 신해철>을
따로 작성하지 않고 한 포스팅으로 처리할 정도였다.
그런데 하다보니 이것도 눈이 가고, 저것도 눈이 가
결국 <소장LP이야기>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고,
일주일에 평균 한 편씩 국내가요 앨범은 거의 다루었다.
인생에 이렇게 긴 프로젝트(?)를 꾸준히 한 경우도 드물지 않나 싶다.
앨범의 발표시기는 70년대부터이지만
구입은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이다.
신보나 시간이 지났어도 신품이 유통되고 있는 앨범은
광화문의 <박지영레코드>와
집 근처의 <장미레코드>에서 대부분 구입했다.
그곳에서 못 구한 것이나 절판된 것들은 중고레코드 가게를 이용했다.
제일 많이 간 곳은 청계천의 헌책방거리 중간중간에 있었던 곳.
낙서가 있거나 쟈켓을 테이프로 보수한 흔적이 있는 것들은
대부분 그곳을 순방하다가 입수한 것들이다.
다음은 세운상가 청계천 위의 구름다리.
이곳은 내 주력의 국내가요가 아닌 팝송해적판들이라
성과가 별로였는데(소위 말하는 빽판 가판대)
그곳의 또 다른 주력인 불법도색물들도 구경할겸 가끔씩 갔다.
회현지하상가는 신품과 중고를 같이 취급하는 가게들이 많아
어떡하다 한 번쯤 큰 마음 먹고 둘러보곤 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 원하는 음반은 다 구할 수 있었다.
아직도 쟈켓비닐에 붙어있는 당시 가격견출지를 보니
구입가는 2,000원대부터 시작해
마지막 무렵에는 4,000원대까지 분포를 보이고 있다.
그 사이에 음반가격이 2배 올랐다.
80년대 중반 문과대학 학기당 등록금이 50만원 내외였는데
얼추 계산해 보니 2~3학기 등록금 정도를 앨범구입에 쓴 것 같다.
요즘 문과대 등록금이 500만원 정도라고 하니
지금 금액으로 환산하면 1,000~1,500만원 정도 지출된 것 같다.
대략 90년대 중반의 앨범이 마지막인데
이때쯤 LP생산은 중지되고 CD로 완전히 대체되었다.
그냥 CD로 넘어가면 될 일이었는데
신기할 정도로 거기에서 나는 멈추었다.
그 뒤로 그냥 저냥 있다가 스트림의 시대로 넘어온 것 같다.
포스팅 사진의 원칙은 소장본의 직접촬영을 유지하였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더 잘 찍거나 스캔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고,
속지나 가사지, 알판도 다 찍었으면 어땟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순간 그 생각이 났지만 엄두가 안나 포기했다.
국내가요 LP로 한정한 것은
팝송이나 클래식 등 다른 앨범은 수량도 적고,
그 당시 내가 큰 의미를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국내가요 음반보다 외국음반들이 더 고가였는데
요즘은 반대로 중고나 신보 LP 모두,
국내가요 앨범이 더 비싸고 수요도 많은 것 같다.
앨범당 한 곡의 추천곡이나 대표곡들은 유튜브 링크를 했는데
이게 막상막하인 곡들이 한 앨범에 있으면 선택하는게 무척 힘들었다.
굳이 음원 링크를 한 것은 음악관련 포스팅인데
글로만 하는게 무슨 의미인가 해서이다.
꼭 한번쯤 들어보았으면 하고 링크를 한 건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그 음악까지 들어보았을까?
그런 의미에서 이 포스팅들은 유튜브가 있어서 가능했다.
내 LP소장본의 음악, 90% 이상은 올라와 있는 것 같다.
10% 정도는 아무리 검색해도 없어
왠만한 음악은 다 갖고 있는 유튜버들에게 업로드를 부탁했는데
그분들도 없다고 해서 결국 소개하지 못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그곡들을 내가 한번 올려볼까도 생각하는데
기약은 없다.
레트로 바람이 불어 그동안 생산 중단된 LP 앨범들이
리이슈란 이름으로 과거의 앨범까지 재발매 되고 있다.
상태좋은 과거의 앨범에서 음원을 추출하고,
쟈켓도 그대로 스캔하여 4~5만원 정도로 판매하고 있던데
꽤 인기가 좋은 것 같다.
한정 수량이라 구매하기도 힘들고,
몇 배씩 붙여서 되팔이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LP매니아나 콜렉터들도 많이 생겨 지금은 어느 정도 수요가 있고,
희귀본이나 명반들은 상당히 고가로 유통되고 있었다.
LP 만의 매력이 있어 그런다고 하지만
내가 그 정도까지 아는 수준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잊혀진 명곡들이 재조명되길 빌 뿐이다.
과거의 곡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내가 소장한 앨범이 꼭 명반이거나 대단한 것은 아니다.
그냥 내 취향에 맞아 구입했고, 애정했을 뿐.
그래도 이번에 거의 다 들어보니 좋은 곡이 많았다.
어떤 곡은 이렇게 좋았는데 그동안 내가 잊고 지낸 것도 있었고,
이번에 새롭게 다가온 곡들도 있었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를 다시 만난 기분이다.
나를 울컥하게 하고, 위로도 하고, 춤추게도 했던 노래들.
음악이, 예술이, 문화가 무슨 밥 먹여주냐고도 하지만
그래도 내 과거의 어느 날들은 그 곡들과 함께 해
더 빛나고 아름다웠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 오지 못할 그 시절의 연가가
이번 <소장LP이야기> 포스팅이지 않나 싶다.
LP 시절 음악 취향은 국내가요와 기타(팝송, 클래식, 경음악 등)가
9 : 1 이었는데, 지금은 5 : 5 정도로 변하였다.
장르도 더 다양해지고, 국적도 넓어졌는데
물리적인 실물은 없고 다 디지털에 의한 파일형태로 향유한다.
다시 아날로그 형태로 음악을 감상할 리가 없으니
지금 소장한 LP 음반이 일종의 계륵이기도 하다.
그래도 정리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앨범쟈켓을 촬영하는데 그 음반들이 자꾸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세월이 흘러도 가슴에 남아있는 그 말들을,
그 앨범들은 노래로 내게 속삭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래, 그것은 노래가 아니라 어쩌면
그 옛날 나의 모습, 나의 마음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나는 이 포스팅 동안 과거의 나와 만났다.
수 십년 전의 세계로 갔다가 온 기분이다.
*솔개트리오 2집 A2. 마지막편지-노래 솔개트리오 / 작사 작곡 한정선
바람속에 꽃지고 늦은 봄비가 흐르던 날
옛님에게 편지를 띄울까요
아아! 거리는 가로등 불빛만 싸늘한데
남긴 발자욱도 외로운 밤 저 홀로 창밖을 보며
쓰다가 지워버린 그 편지엔 못다한 말은 없었다네
어둠속에 빛되어 늦은 단비로 적시던 날
옛님에게 편지를 띄울까요
아아! 거리는 가로등 불빛만 싸늘한데
남긴 발자욱도 외로운 밤 저홀로 창밖을 보며
쓰다가 지워버린 그 편지엔 못다한 말은 없었다네
못다한 말은 없었다네 못다한 말은 없었다네
음악을 듣고 있는 듯한 1980년대 후반 어느 날 밤.
책장 아래 두칸에 꽃혀있는 것들이 LP앨범들이다.
▣ 소장LP이야기 전체 포스팅 목록 ▣
하이퍼링크라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페이지로 넘어간다
*소장LP이야기3-1974년 발매앨범(뚜아에무아 2기/이수미 골든 2집/Golden Folk Album Vol.7)
*소장LP이야기6-음반 5장 가수들(송창식/양희은/최성수/신해철)
*소장LP이야기7-1977년 별난 앨범들(박원웅/김씨네/정윤희)
*소장LP이야기12-데이지(DAISY) Hello! Miss Daisy
*소장LP이야기14-임주연/하광훈/이미영/김규민/엄혜경/이영민/최민수
*소장LP이야기15-전유나/박미경/015B/정석원/엄정화/신성우
*소장LP이야기19-김현식/봄여름가을겨울/박광현/김현철
*소장LP이야기39-튄·폴리오/어니언스/둘다섯/논두렁밭두렁
*소장LP이야기43-패티김/루비나/문주란/정미조/임희숙/김추자
*소장LP이야기45-은희/이연실/오정선/윤세원/이예나/김세화
*소장LP이야기46-권태수/최백호/최병걸/이수만/서유석/홍민/전영록
*소장LP이야기47-윤시내/이은하/혜은이/김수희/채은옥/남궁옥분/이정희
*소장LP이야기48-한마음/솔개트리오/소리새/햇빛촌/푸른하늘
*소장LP이야기49-서육남/김범룡/김홍경/변진섭/박준하
*소장LP이야기50-신계행/임주리/원미연/신효범/민해경/이선희
*소장LP이야기55-한국환상곡/님의 침묵/두레패 사물놀이/은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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