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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25

저희의 인생에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영 산음보건진료소장님. 퇴임을 축하합니다.“저희의 인생에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한 시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가볍게 클릭한 기사의 마지막 문구가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산음·석산리 마을 주민들이 김영 소장의 퇴임식 떡케이크에 적힌 문구란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게 부담스러운 세상, 말을 걸면 경계부터 하는 사회에 어느새 동화되어 갈수록 폐쇄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나도 살아가서일까?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말이 이상할 정도로 생경하다.찡하기까지 하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준다는 것, 특히나 소외된 사람, 취약계층에 말을 걸어준다는 것.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함께해 준 사람의 마지막에 그 사람들이 주는 애정의 헌사. 각박하고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도, ..

*사람 2024.06.21

엘리트 장애인에서 나쁜 장애인이 되다-변재원

지체장애인, 인권활동가, 소수자 정책 연구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예술경영을,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행정학을 공부했다. 어학점수, 인턴, 취업 준비에 매진하며 대한민국의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왔으나 학위 논문을 쓰다가 운명처럼 장애운동을 만나버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을 맡아 처음에는 얼떨떨했지만 거침없고 멋진 동료들을 많이 만나 연대와 투쟁의 가치를 알게 되었다. 장애인의 존엄과 평등을 보장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오늘도 고민하고 있다. 어느 날 유튜브에 추천영상으로 떠 슬쩍 보다가 스킵하며 볼 내용이 아닌것 같아 자세 가다듬고 정주행한 영상. 질 줄 알지만 아직도 싸우는 사람들. 강단있고 조리있는 그의 말들에 공감이 들어 내용을 텍스트로 옮겨봤다. 11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니 그냥 링크된..

*사람 2023.11.06

조세희 : 난장이가 없는 세상에서 자유롭게 사시길

조세희 작가가 돌아가셨다. 2022년 12월 25일(향년 80세) 집에 있는 책을 오래 전에 정리했다. 부피가 너무 커 자리잡을데가 없고, 너무 오래되어 바스러지기 시작해 더 가지고 있을 수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니 잘못된 판단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개인적인 내용이 있는 것과 시집, 뿌리깊은나무 전권, 업무에 연관이 있는 책 등을 제외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차마 정리하지 못한 책이 한 20여 권이 있다. 그 중 3권이 조세희 작가의 것이다. 80년대에 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한번쯤 접했을 소설, 읽지는 않았어도 한번쯤 들어보았을 책. "난장이가쏘아올린 작은 공"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의 후일담인듯 아닌듯 난장이 연작의 한계를 극복하려헸던 2번째 중단편 모음집 "시간여행" 그리고 당시에 ..

*사람 2022.12.28

큰어머니는 큰아버지가 먼저 가신 것을 알고 계셨을까?

한달전 쯤에 큰어머니가 돌아가셨다. 요양원에서 4년 정도 계시다가 마침내 별세를 하신 것이다. 마음의 준비를 진작부터 하고 있어서인지 큰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처럼 크게 동요를 하지는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런듯. 큰 어머니는 대전현충원에 큰 아버지와 합장을 하였다. 4년 여 만에 다시 함께 하신 것이다. 따로 묘비를 세우지 않고 기존 큰 아버지 묘비 아래에 함께 모시는 것이 현충원의 부부합장 규정으로 보였다. 나중에 부부이름을 같이 쓴 묘비로 바뀌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장지를 떠나 오는 길에 문득 궁굼증 하나가 생겼다. 큰어머니는 큰아버지가 먼저 가신 것을 알고 계셨을까? 원래 큰 어머니의 상태가 안좋아 요양병원에 들어가셨는데 큰아버지도 문제가 생겨 같은 요양원에 모셨다. 그런데 두분의 불화(?)로 ..

*사람 2022.12.10

고수경-참 작고, 똘망똘망한 사람

어디에선가 어느 시간에서인가. 장소도 시간도 중요치 않다. 가끔 생각지 못한 곳에서 좋은 사람을 만난다. 그러면 기분이 좋다. 얼마 전에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라는 다큐멘터리를 보는데 그런 사람 한 명을 만났다. 참 작고, 똘망똘망한 사람을.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다큐멘터리 정보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34522 사막을 건너 호수를 지나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열 명의 `평화하는` 청년들, 레츠피스. 드럼통 같은 북을 허리에 매고 희망찬 여행을 떠난다. 경계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고, 춤추고 북을 치며 노래하는 여정. 목포에서 출발해 블라디보스토크를 지나, 베를린까지 이어지는 피스 로드! 여덟..

*사람 2022.02.20

도마-너는 너무 빨리 곧장 섬으로 갔네

그녀가 섬으로 갔다. 거짓말처럼 이유도 없이 섬으로 갔다. 누가 기다린 걸까? 겨울도 다 끝나 이제 봄날의 꽃을 기대하는 날. 그녀는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저 섬으로 가버렸다. 잔잔하게 두자릿수의 방문객을 유지하는 내 블로그에 (지인들의 방문은 거의 없고, 이런 저런 경로로 검색을 하여 주로 들어온다) 갑자기 방문객이 늘었다. 뭔가 하고 유입경로를 보니 "도마"란 단어로 검색하여 유입된 것이었다. 도마-여성 싱어송라이터다. 포크기타 치는. 도마의 음악을 들으면 참으로 편안해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에 아, 이게 순수구나 그런 생각이 늘 들곤했다. 어설픈듯 하지만 따박따박 자기세계를 묵묵히 가던 그녀. 그런 도마의 음악과 그녀가 좋아 거의 데뷔 때부터 아끼고 있었다. 그리고 블로그에 몇 년 전 이런 포..

*사람 2021.03.28

시대를 깨우는 백발의 사자후-백기완 선생.

질풍노도. 거침없이 휘몰아치는 바람의 여운. 그가 지나가는 길에는 늘 힘차고 단호한 무엇이 있었다. 시대를 온 몸으로 부딪히며, 그는 백발을 휘날리며 포효했다. 거침없는 팔뚝질과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 그렇게 한 시대를 풍운아로 살아 온 그--백기완 선생. 우리는 그를 선생이라고 불렀다. "선생님"이 아닌 그냥 "선생". 분명 우리보다 훨씬 연배가 높고, 경력도 넘을 수 없는 차이가 나지만 (아버님 뻘. 우리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으시다) 우리는, 최소한 내 주변에서는 다들 선생이라 부른다. 처음 안 때부터 지금까지도 우리는 공식적인 자리 이외에서는 그를 백기완 선생님이 아닌 백기완 선생이라고 한다. 경우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왠지 그는 그게 어울렸다. 백기완 선생이라고 해야만 그의 야성이, 생동성이 살..

*사람 2021.02.19

추석이 다가오니 문득 큰아버지 생각

우리집의 추석일정은 늘 똑같다. 자식들이 본가에 내려가고, 당일에는 큰집에 간다. 거기서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성묘하고 큰집에 다시 가 이른 점심을 먹고 집으로 돌아온다. 항상하는 추석의 일정인데 거의 기계적으로 돌아간다. 그 중심에 큰아버지가 있고, 우리집은 순응하며 거기에 동참한다. 우리 아버지가 큰아버지의 의견에 반대하는 것을 한번도 보지 못했고, 우리 어머니와 큰어머니도 사이가 아주, 아주 좋다. 동서간에 그렇게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집안을 나는 별로 보지 못했다. 아버지와 큰아버지도 서로 잘하시는 것 같고. 큰아버지는 항상 우리 집안의 중심이었다. 원래 우리 집안의 장남은 미국 큰아버지인데 이민를 가서 자연스럽게 지금 큰아버지가 장손역할을 하셨다. 미국 큰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는 것 보..

*사람 2019.09.07

기리는 날-이제는 볼 수 없는 그들

많이 더운 날. 꼼짝하기 싫은 날. 그래도 움직여야 했던 날. 무더위에 나와 다른 곳의 사람들과 눈맞춤을 하다. 노회찬의원의 조문을 더위에 미뤄두었는데, 그래도 가야되지 않나 하여 연세대 추도식장을 가기로 하였다. 생각해 보니 아쉬운 고인이 또 있어, 그냥 하루 마음 먹고 그들을 찾아가 회고하였다. 어느 여름 날 오후가 어쩌다 보니 추모의 순례가 되었다. 친구. 10여 년 전에 다른 세상으로 갔다. 법 없이도 살 친구. 다른 사람들에게 독한 이야기 한 번 못할 것 같았던 친구. 여린 마음에 순하기만 했던 이 친구의 비보에 난 많이 울었었다. 흑석동 성당 한켠에 봉안되어 있는 그 친구를 그동안 한번도 안 찾아본 것 같아 잠깐 들렀다. 조그만 목궤에 사진도 없는 그 명패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나왔다. 얼굴은..

*사람 2018.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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