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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저편 8

손편지 오가던 시절이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때 같다

대단한 인생은 아니지만 지나간 시절의 흔적들을 마음 내키면 하나하나 디지털화하고 있다. 아날로그 매체들이나 물리적으로 부피가 나가는 것들, 훼손되어가는 것들을 시간나는 대로 정리하는데 몇 년 전에 내 목소리가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변환하고, 앨범의 사진까지 스캔완료. 이번에는 소장하고 있던 손글씨로 쓴 편지들을 스캔했다. 분실된 것도 많겠지만 그래도 꽤 많이 남아있다. 오래된 순서로 잉크는 번져 글씨가 사라져 가는 것도 있고, 때깔들도 누렇게 변색되어가는 편지지들. 7~80년대. 3~40년 전의 유물(?)들이니 그럴 만도 하다. 어떻게 해서 이 편지들만 남았는지 모르지만 나름 소중해서 그동안 간직하고 있었던 것이리라. 스캔하느라 다시 한 번 훑어보면서 숱하게 "잘 모르겠다." 기억이 정확히 안 나네" 를 ..

*기억의 저편 2022.06.16

창문너머 어렴풋한 기억을 만나다

창문너머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 이번에 그 창문을 넘어가보니 지워지지 않은 기억들이, 창문밖에 있던 옛날이 내 가슴에 미적미적 쑥스럽게 고개를 들이민다. 사랑은 가도 옛날은 남는다고, 세월은 가도 사진 속의 사람들은 어제인듯 나를 보고 팔장를 낀다. 언젠가는 한 번 해야되겠다는 일을 이번에 했다. 앨범에 있던 과거 사진들의 스캔. 필름시절 이런 저런 사연들로 찍어 앨범에 있던 사진들을 이번에 큰 마음먹고 다 스캔한 것이다. 2003년부터는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거라 그전까지의 사진들 스캔. (대략 유아때부터 30대까지, 어찌보면 한세기 전 20세기의 유물이다) 2002년 남미여행까지가 필름카메라로 찍고 인화한 마지막 스냅인듯 하다. *최초의 내 얼굴 -내 사진 중에 가장 오래된 것이다. -어머니와 ..

*기억의 저편 2020.11.22

1980년 5월의 광주 : 나는 그곳에 있었다

: 뭐든지 그렇겠지만 세월따라 기억은 희미해지고, 과거의 많은 것이 잊혀진다. 더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언젠가 1980년 5월, 광주에서 살았던 사람으로서 그 때를 한 번 기록해 보려고 했는데 아직까지 못했다. 이 기록은 공식적인 것이 아니라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사람의 지극히 단편적이고 개인적인 일상의 회고이다. *5월 1일 : 광주일고 개교기념일 개교60주년 행사로 학교는 들썩거렸다. 기념식과 동문선배들의 체육대회가 있었고 우리는 야외시화전 등의 행사를 했다. 중간에 단절이 있었지만 우리 써클 원시림의 전기멤버였던 윤재걸(동아일보해직기자. 한겨레신문 창간멤버) 선배와 선경식(유신헌법반대로 투옥. 나중에 국회의원) 선배 등 몇 분이 우리를 근처 궁전제과로 오라고 해 빵을 사주셨던 기억이 난다. 남..

*기억의 저편 2020.05.26

어느 하루 눈꽃

올해 겨울은 큰 추위없이 무난하게 지나가는것 같다. 덕분에 추위를 잘 타는 나는 잘 지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따뜻한 겨울. 특별히 큰 눈이 내린 적이 없고, 어쩌다 내리는 눈도 금방 녹아 과연 이 겨울에 눈이 한번이나 오긴했나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번 주말에 약간의 눈이 내리고 한파가 며칠 있을거라는 예보가 있긴 하지만 내 느낌에 이 역시 큰 문제없이 지나갈듯 하다. 그렇게 올해 겨울은 눈도 없고, 춥지도 않고, 맹숭맹숭하게 지나갈 듯 하다. 그런데 이렇게 맹숭한 채로 겨울이 지나가는 것 같으니 뭔가 좀 그렇다. 말로 표현하기 그런데 조금은 심심하달까. 꼭 권태로운 인생의, 하품같은 단조로움이 계절에도 묻은듯 하여 한편으로는 참, 재미없는 계절이구나하는 생각도 문득 든다. 그러고 보니 함박눈 소담하..

*기억의 저편 2020.02.15

먼 옛날의 내 목소리를 듣다

성*맨션 601호 언덕길을 돌아가다가 보이는 그 곳. 불꺼진 창(이장희)을 보며 나 어떡해(센드페블스)를 외치며. 비극(Bee Gees- Tragedy)에 싸인 섬소년(이정선) 하나가 있었다. 새는(송창식) 어디로 날아갔을까? 겨울바다의 파도(이수만)는 왔다가 어디로 부서져 버렸나? 우리의 관계는 바람속의 먼지(Dust in the wind- Kansas)가 되어 날아가 버렸나? 목마와 숙녀(박인희)는 안개속으로 사라지고 끝이 없는 길(박인희)은 이제 끝났나? 돌아오지 않는 강(조용필)에 앉아 고래사냥(송창식)이나 불러제끼고 세월아(박인희)를 외치며, 아직도 환상(오정선)을 보고 있는 소년. 눈이 내리네(Tombe La Neige- Salvatore Adamo)... 눈이 내리면 지나간 겨울이 더 떠오를..

*기억의 저편 2016.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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