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섬으로 갔다.
거짓말처럼 이유도 없이 섬으로 갔다.
누가 기다린 걸까?
겨울도 다 끝나 이제 봄날의 꽃을 기대하는 날.
그녀는 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저 섬으로 가버렸다.
잔잔하게 두자릿수의 방문객을 유지하는 내 블로그에
(지인들의 방문은 거의 없고, 이런 저런 경로로 검색을 하여 주로 들어온다)
갑자기 방문객이 늘었다.
뭔가 하고 유입경로를 보니 "도마"란 단어로 검색하여 유입된 것이었다.
도마-여성 싱어송라이터다. 포크기타 치는.
도마의 음악을 들으면 참으로 편안해지고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에
아, 이게 순수구나 그런 생각이 늘 들곤했다.
어설픈듯 하지만 따박따박 자기세계를 묵묵히 가던 그녀.
그런 도마의 음악과 그녀가 좋아 거의 데뷔 때부터 아끼고 있었다.
그리고 블로그에 몇 년 전 이런 포스팅을 했다.
*도마 : 수줍은듯 해맑은, 그러나 더없이 자유로운
*[온스테이지]-도마 예고편
-본 편은 위쪽 포스팅에 다 링크되어 있다.
거의 안 알려진 인디가수이고, 자극적이고 폭발(?)적인 요소도 없는 밴드라
특별히 화제가 될 일이 없을 것 같은데
갑자기 "도마"란 검색어로 유입된 것이 신기했다.
아, 이제 얘도 드디어 떴다 보다 하고 나도 한 번 "도마"로 검색해 보니
정말로 떴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망연해져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화양연화 : 도마(작사/ 작곡/ 노래)
또 다른 많은 시간이 필요했네
하고싶은 말은 닮은 말이 너무 많아서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하늘을 본다
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빗방울을 본다
멀리서 달려오는 두팔과 혼미해진 내 마음과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빗방울을 본다
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빗방울을 본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무아래서 당신과 낙엽을 밟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무아래서 당신과 당신과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무아래서 당신과 낙엽을 밟고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나무아래서 당신과 당신과
그녀가 떴다. 세상을.
배시시 웃으며 눈깜박거리던, 늘 소녀같던 그녀가.
살며시 눈감고 여린 선율을 나직히 전해주던 그녀가.
청량하고 평온함을 주던 음악과 늘 소녀같은 모습에
이 친구는 영원히 청춘이겠구나 했는데
거짓말처럼 그녀는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났다.
*이유도 없이 나는 섬으로 가네 : 도마(작사/ 작곡/ 노래)
멀리멀리 가던 날
데려온 노래는 들리지도 않고
날아오를 듯이 가볍다가 고갤 떨구면
가장 낮은 곳으로
이유도 없이 나는 곧장 섬으로 가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섬으로 가네
조심하며 걸어도 발소리는....
아무도 없이 개만 운다
이유도 없이 나는 곧장 섬으로 가네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그 섬에는
조심하며 걸어도 발소리가.....
아무도 없이 개만 운다
믿기지 않았지만 도마는 정말로 며칠 전에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가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제서야 도마, 그녀의 본명이 김수아란 걸 알았다.
그리고 나이도. 스물여덟 28세.
노래만큼이나 풋풋하고 소녀같았는데 그녀는 벌써 다른 곳으로 가버렸다.
쓸쓸한 바람의 소리같지만 투명하고 정갈한 사운드.
요란한 악기들의 힘을 빌리지 않아 더 맑은 무공해의 육성.
가만히 눈감으면 나즉히 읊조리던 그녀의 노래가,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내 귀를, 내 눈을 살살 위로하는데
그녀는 거짓말처럼 곧장 섬으로 가버렸다.
*20.08.29 도마 @Cafe Unplugged
-도마의 단독라이브공연 모습(약 30분)
-원래 솔로였는데 언제부터인지 남자 한명이 붙어 2인조 밴드가 되었다
*도마(DOMA) 제비다방 Live_20200528
-이게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마의 공연모습(약 60분)
-라이브 중계라 초반은 어수선 하니, 6분 이후부터 보면 된다.
-소박하지만 이렇게 상큼하고 정감가는 공연이 있을까?.
도마야. 기다리는 사람도 없는 그 섬에서는 누가 너의 노래를 듣냐?
개는 네 노래따라 꼬리를 흔드니?
너는 너무 빨리 그곳으로 간 것 같아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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