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웅(음악과 시와 낭만)
김씨네
정윤희 1집
별나다고 해서 가요사적으로 특별한 건 아니고
가지고 있는 LP앨범 중에서 좀 특이한 음반들이다.
제작일자를 보니 우연하게도 모두 1977년 발매음반이다.
처음 시도한 듯한 형식도 있고 해서, 내 기준에는 별난 음반들이다.
▣ 박원웅-음악과 시와 낭만(우울한 사랑/로라) / 1977년 6월 27일/성음 ▣
Side A 1. 우울한 사랑 2. 당신이 떠나신다면 3. 비야 비야 4. 잠자는 초호 5. 젊음의 불꽃놀이 6. 여름이여 해변이여 안녕 |
Side B 1. 로라 2. 시바의 여왕 3. 전원 환상곡 4. 어머니의 우산 5. 눈이 나리네 6. 썰물 |
알판 레이블에 좌중간에 manufactured June. 27. 1977로 제작일자가 인쇄되어 있다 |
고등학교 시절 잊혀지지 않는 DJ가 있다면 박원웅이다.
아마 밤 10시 라디오에서 했던 “별이 빛나는 밤에”를 진행했을 거다.
그때 당시 이 시간대의 라디오 음악방송은
청소년들의 심금을 울리는 프라임 방송대였다.
저마다 라디오를 붙잡고 웃고 울으며,
어떡하다 사연을 보낸 엽서라도 DJ가 읽어주면 난리가 났다.
그중 박원웅은 방송에서 그럴듯한 배경음악과 효과음을 배경으로
시 낭독을 하며 진행을 하곤 했다.
나도 어린 마음에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 심취했고,
첫사랑에게 내 목소리로 그런 분위기를 담은 녹음테이프를 생일선물했다.
그 테이프 복사본이 지금도 있다.
이 이야기는 전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먼 옛날의 내 목소리를 듣다
https://lgy6203.tistory.com/181
지금처럼 기기가 발달한 시대에는 별거 아니지만
그 시대로서는 하기 힘든, 난제가 많은 일이었다.
지금 들으면 유치짬뽕이지만, 그게 박원웅의 이 음반을 흉내낸 것이었다.
지금 다시 들으니, 고2 1979년 6월의 밤이 다시 생각난다.
여름의 초입에 고르고 고른 노래와 그럴듯한 멘트,
녹음기 2개와 턴테이블 가져다 놓고 연결잭을 끼웠다 뺏다 하며 밤샌 그날 밤.
그 밤이 어쩌면 내가 가장 큰 열정을 바친 밤이던 것 같다.
그걸 가능하게 했던 박원웅의 2000회 돌파기념 음반.
이런 식의 음반은 이게 최초이지 않나 싶다.
음악 만이 아닌 경음악과 시낭송이 있던 그 내용을 이번에 다시 들어보니,
그날들의 어설프지만 순수한 감성이 문득 그립다.
*B2. 시바의 여왕(슬픔은 어느별 아래,Le Dedico E Te Il Ferro Viere)-낭송 박원웅
외로움은 씹어도 씹어도 차가운 눈물만
그리움은 태워도 태워도 꺼지지 않는 모닥불
별하고 얘기 하고파서가 아니라.
별 밖엔 아무도 내 얘길 들어주지 않는 밤..
유리창에 그리운 얼굴을 지우고 또 지워도
슬픔은 가랑잎이 쌓이듯 그렇게 내리고.
풀꽃 마르는 냄새 밤바람에 묻어 오는데..
어쩌노, 그리운 이는 별처럼 멀리 있는데...
▣ 김씨네(1977년 10월 5일/힛트레코드) ▣
Side A 1. 사랑의 이야기 (김씨네) 2. 올 여름엔 만날꺼야 (김씨네) 3. 꿈을 꾸는 아이처럼 (김씨네) 4. 터질꺼예요 (김씨네) 5. 십분쯤 하다보면( 김씨네) 6. 고별 (홍민 |
Side B 1. 사랑의 이야기 (정소영) 2. 아름다운 우리나라 아가씨들 (정소영) 3. 장미빛 스카프 (윤항기) 4. 빈바다 (혜은이) 5. 달려온 아침 (박상규) 6. 9월의 노래 (패티김) |
알판 레이블에 하단에 77. 10. 5 로 제작일자가 인쇄되어 있다 |
혼성 듀엣 김씨네(김효원, 김동자)의 이 음반은 왜 있는지 모르겠다.
김씨네가 내 취향은 아닌데 한 장이 있다.
이번에 보니 내 주력 음반이 80년대 인데 70년대 후반 음반도 꽤 있다.
아마도 한꺼번에 70년대 음반을 구하는 중에 이것도 그 중 하나로 픽업된 것 같다.
이게 김씨네의 첫 독집인 것 같은데 이 음반을 보다 보니 재미있는게 있다.
분명 독집 앨범인데 본인들 곡이 반이 안 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전부 김씨네의 곡 일 줄 알았는데
편집음반처럼 여러 가수들의 곡들이 다수 실려 있다.
옴니버스앨범이나 프로젝트 앨범은 그럴 수도 있다지만
어엿한 독집앨범에 이런 경우는 못 본 것 같다.
자신의 곡으로 반도 못 채운 독집앨범이라니.
12곡 중 5곡만 자신들의 것이다. 한쪽 면도 다 채우지 못했다
이런 경우가 다른 음반에도 있는 지는 잘 모르지만
어쨋든 내가 가지고 있는 음반에서는 이게 유일한 것 같다.
*A3. 꿈을 꾸는 아이처럼 : 엄진 작사 작곡 / 김씨네 노래
이제 다시 가는 길을 꿈을 꾸는 아이처럼
저 태양을 바라보며 구름 위를 날고파라
저 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길로 걸어가라
나를 두고 가는 날에 이젠 다시 하겠지만
저 태양을 바라보며 구름 위를 날고파라
저 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길로 가고파라
넓은 길로 가고파라
나의 인생 가는 길을 무르익은 열매처럼
저 태양을 바라보며 구름 위를 날고파라
저 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길로 가고파라
저 태양을 바라보며 구름 위를 날고파라
저 하늘을 바라보며 넓은 길로 가고파라
넓은 길로 가고파라
▣ 정윤희 1집(1977년 12월 20일 /힛트레코드 ) ▣
Side A 1. 왜 내가 슬퍼지나요(정윤희) 2. 그대는 모르리(정윤희) 3. 나의 행복한 이꿈(정미조) 4. 사랑의 편지(한영애) 5. 꽃네(김홍경) 6. MY WAY(정미조) |
Side B 1. 목마른 소녀(정윤희) 2. 날 불러주세요(정미조) 3. 하얀꽃(오종국) 4. 언제쯤일까(김홍경) 5. 오해(정미조) 6. 나의 조국 |
알판 레이블에 하단에 77. 12. 20 로 제작일자가 인쇄되어 있다 |
이 음반은 순전히 팬심으로 산 것이다.
나는 아직도 정윤희가 우리나라 최고의 미녀라고 생각한다.
대체불가능한 이때의 정윤희 외모를 누가 따라갈 수 있을까?
연기력이 부족하다고 하지만
내 보기에는 후반에는 연기도 꽤 괜찮았다.
조막막한 얼굴과 촉촉한 작은 입술,
반짝이는 깊은 눈망울의 그녀 연기는 가슴 설레게 했다.
이게 아마 여배우의 독집으로는 처음이지 않나 싶다.
그전에도 문정숙이나 남정임 같은 여배우들이 노래를 부르고
음반에 수록되기는 했지만 공동앨범이었던 것 같다.
정윤희처럼 자신의 이름으로 타이틀을 걸고
본인 독집 형태로 발매된 것은 이게 처음이라 생각한다.
독집이라지만 여기에서도 자신의 곡으로 다 채운건 아니다.
겨우 3곡. 물론 음악성은 뛰어나지 않다.
당대 최고 배우의 인기에 편승한 한탕치기 음반인 셈이다.
그런데 들어보면 나름 풋풋해서 들을만 하다.
불안한 음정과 덜 다듬어 약간 어눌한 음색은
오히려 더 사람의 가슴을 파고 든다.
노래도 그녀의 청초하고 여린 이미지를 잘살려 만든 듯 하다.
한마디로 정윤희에게 따악 맞는 곡들이다.
여기에 한영애의 <사랑의 편지>란 곡도 수록되어 있다.
한영애가 이리 오래 전부터 노래했던가?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번에 알았다.
*B1. 목마른 소녀 : 정윤희 노래 / 최인호 작사 / 이정화 작곡
어릴때 꿈을 꾸웠지 사랑이 싹트는 꿈을
언제 부턴가 그 꿈에 사는 아~ 나는 목마른 소녀
그리고 꿈을 키웠지 사랑이 꽃피는 꿈을
언제부턴가 그 꿈을 먹는 아~ 나는 목마른 소녀
기쁨이 넘칠 때 춤추는 아이. 슬픔에 겨울 땐 한 마리 사슴
그렇게 사랑을 했지 눈물도 그때 배웠지
아무도 모를 나만의 얘기 아~ 그건 사랑이였네
기쁨이 넘칠 때 춤추는 아이. 슬픔에 겨울 땐 한 마리 사슴
그렇게 사랑을 했지 눈물도 그때 배웠지
아무도 모를 나만의 얘기 아 그건 사랑이였네
아 그건 사랑이였네
▣ 박원웅-음악과 시와 낭만 Full Album ▣
고맙게도 전체를 올려준 분이 있어 박원웅의 그 음반 전체를 올린다. 감사
그리고 누군가가 낭송부분도 텍스트로 만들어 놓았다.
여러 곳에 있는데 원 출처는 아닌 것 같고 누가 수고했는지는 모르겠다.
약간씩 틀려 조금 교정은 해야 했다.
낭송 내용을 처음으로 음성이 아닌 텍스트로 이번에 읽어 봤다.
이제는 낯간지럽고 조금은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좋다.
마치 사라진줄 알았던 낡은 옛 집을, 과거의 흔적을 조용히 음미하며 걷는 듯 하다.
이 음반은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야 확실히 그 분위기에 젖어든다.
트랙 뒤의 4자리 타임코드는 그 곡의 시작시간이다.
*TRACK 01. 우울한 사랑(Love is Blue)(00:00)
열차는 떠났다 희미한 가로등에 밤이 켜지고
내 가슴 속 사랑의 등불은 꺼져버렸다
이제는 안다. 내 젊은날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내 젊음을 싣고 간 열차의 기적은 밤하늘을 울리는데
내가슴은 다시 환희로 울리지 않으리라
잠 안오는밤, 비 뿌리는 어느 날 밤
내 영혼 위에 머무를 슬픈 꽃구름
사랑했던 그사람이여. 사랑하는 그사람이여
*TRACK 02. 당신이 떠나신다면(If You Go Away)(03:11)
사랑은 종이배. 당신이 세월에 시냇물 날 띄워 보내고
아주 잊어버리고 가버리시면 나는 그대로 흐르겠습니다
달빛에 젖고 빗발에 흐느끼며 나는 그대로 흐르겠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그날까지는 슬픈 종이배 되어 흐르겠습니다
당신이 세월에 시냇물에 날 띄워보내고
아주 잊어버리고 가버리시면 나는 그대로 흐르겠습니다
달빛에 젖고 빗발에 흐느끼며 나는 그대로 흐르겠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그날까지는 슬픈 종이배되어 흐르겠습니다
*TRACK 03. 비야 비야(Rain Rain)(07:26)
비야 비야 오! 비야 비야 비야
당신이 떠나간 후 하루 종일 내리던 비야 비야
온 세상이 온통 비에 젖은 오늘같은 비는 전엔 본 적이 없습니다
연인들은 가끔 크고 작은 싸움을 하고
거기서 얻은 것이 새로운 의무요 모랄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가 비록 떨어져 있어도
당신은 나의 것. 우리의 마음이 안녕을 할 수 있을까요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헤어져 고민하고
운명이 이들을 갈라 놓는다 해도 우리는 극복하리.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비가 두 사람을 결합시킨다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사랑하게 될 겁니다. 오 비야 비야
*TRACK 04. 잠자는 초호(Night's in White Satin)(10:14)
너도 날 생각하는가? 이런 밤에. 꽃 가지 바람에 떨고 별이 보채는 밤에
바람은 하늘 끝을 울고 가고 몇 마리 새 달빛에 여울을 건너가는데
살 닮아 마음 닮아 나 목메어 남 몰래 그대 이름 불러 본다
지난 여름 밤. 내 심장 가장 가까운곳에 떨어져 온 유성
너도 날 생각하는가. 이런 밤에
*TRACK 05. 젊음의 불꽃놀이(Souvenir)(14:39)
비가 내려 우산을 들면 그 빗방울은 실로폰소리
사랑을 할 때 세상은 끝없는 꽃그늘. 한 소절의 음악
그대 눈망울에 별빛이 고이고
내 피 속에 취해 오는 아름다운 돌림병
사랑을 할 때 세상은 끝없는 꽃그늘. 한 소절의 음악
나 홀로 빗발에 젖으면 우산에 떨어져 오는 빗방울소리는
음침한 운명의 속삭임이었지만
지금 그 빗방울 소리는 실로폰소리.
장미꽃이 핀다. 우리들 고운 영혼을 위해
장미꽃이 진다. 우리들 사랑을 위해
젊음의 불꽃놀이 말하지 마라.
불꽃놀이 끝나며는 빈 하늘만 남는다고
*TRACK 06. 여름이여 해변이여 안녕(Adieu L'ete, Adieu La Plage)(18:27)
장엄한 여름의 축제가 막을 내린 해변
수많은 발길이 어지러이 오간 자욱마다엔
무심한 파도 저만이 지쳐 밀려왔다 밀려가네
태양의 아들들아 태양의 딸들아.
그대 모두들 돌아간 빈 바다에 길 잃은 갈매기 한 마리 외롭게 비상하네
태양처럼 뜨거웠고 파도처럼 거칠었다
불타던 여름. 좋은 일은 오래 곁에 머물지 않듯
태양의 열기가 식어가자 모두들 뿔뿔히 흩어져 가버리고
빈 바다 저 혼자 만이 출렁인다
*TRACK 07. 로라(Laura)(21:17)
여름. 밤하늘에 긴 꼬리 끌고 지며 떨어지는 유성은
곧 밤 속에 지워지지만 내 심장 가장 가까운 곳에 떨어져 온 유성
너는 세월로도 지울 수 없는 새삼 빛나는 이름이었다
로라. 너는 어디에도 있었다
풀꽃에 맺은 이슬 속에도 너는 눈물젖어 울고 있었다
긴 머리채 휘날리며 노을 속에도 나 있는 쪽으로 오긴 하지만은
붙잡으면 내손엔 한 웅큼의 가을만 쥐어지고
너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세월로도 눈물로도 지울 수 없는 새삼 빛나는 이름이여. 로라
*TRACK 08. 시바의 여왕(슬픔은 어느별 아래,Le Dedico E Te Il Ferro Viere)(24:07)
외로움은 씹어도 씹어도 차가운 눈물만
그리움은 태워도 태워도 꺼지지 않는 모닥불
별하고 얘기 하고파서가 아니라
별 밖엔 아무도 내 얘길 들어주지 않는 밤.
유리창에 그리운 얼굴을 지우고 또 지워도
슬픔은 가랑잎이 쌓이듯 그렇게 내리고
풀꽃 마르는 냄새 밤바람에 묻어 오는데..
어쩌노, 그리운 이는 별처럼 멀리 있는데.
*TRACK 09. 전원 환상곡(Sympathy)(27:47)
바람이 별빛마져 꺼트릴 것 같은 밤에는 추억의 램프에 불을 밝히자
내 눈물로 밝히는 등잔엔 슬픈 옛날이 고운 불꽃되어 일렁이는데
지금 그대는 어디 있는가
옛날에 우리 어깨 동무하고 별을 바라보던 언덕길엔 가랑잎 날리고
창밖엔 겨울이 기웃거리는데 지금 그대는 어디 있는가
추억의 램프엔 아름다운 옛날이 그리운 옛날이 고운 불꽃되어 일렁이는데
뺨 부비며 울던 그 사람 지금 그대는 어디 있는가
바람도 하늘 끝을 울고 오는데
*TRACK 10. 어머니의 우산(The Jewels of Madonna-Intermozzo)(30:16)
어머님 당신이 세상 떠나신지 오늘로 스무날 째
산천엔 호젓이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그 빗속을 어머님이 남기신 이 조그만 우산을 받고
저는 생활을 위해 나섰습니다.
어머님 늙으신 후로 언제나 밖에 나가실 땐 손에서 떼지 않으시곤
아득히 이 쓸쓸한 북쪽 산천까지 저승길로 까지 받고 오신
이 노인용 검정 헝겊 우산.
이 우산을 받고 있으면 비도 제 머리와 어깨에는 내리지 않으며
저는 어머님과 함께 있는 꼭 그런 심정이 됩니다.
뿐일까요 아직 제가 어리고 어머니께서 젊으셨던 먼 옛날부터
할머님이 되시어 조용히 살으시기 까지
항시 저희들 마음 속에 부어 주셨던
그 부드러운 애정의 그늘에 끼워드는 것 같아
제 가슴은 뿌듯이 뜨거워지며 달콤한 회상에 젖어듭니다
어머님 저는 지금 이 조그만 우산속으로부터
이승에 퍼붓는 차가운 빗살을 바라보고
저 아득한 먼 산 단풍을 바라봅니다
*TRACK 11. 눈이 나리네(Tombe La Neige)(34:00)
눈이 나리네 가로등에 불이 들어온다
내리는 겨울 눈발 속에는
지금은 지구 저쪽에 있는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내 영혼 바쳐 사랑했던 사람의 귀속말이 들려온다
내리는 겨울 눈발 속엔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그리움에 가슴조여 잠 못이루던 밤
가슴 가장 가까운데 와서 보채던 슬픈 사연들이
눈발되어 내리고있다
젊은날 우리 헤매던 그 길목에 눈이내리고
가로등에 불이 들어올 때
*TRACK 12. 썰물(Ebb Tide)(36:52)
사랑은 밀물처럼 왔다가 어느 저녁 썰물처럼 가버리는 것
서로의 눈망울에 눈망울 비추며 아무 말 없어도
사랑의 밀물은 우리의 영혼을 적시더니
어느 날 사랑이 썰물되어 가버린 젊음의 바닷가에 나 홀로 섰다
밤은 오는데 지독한 사랑을 앓은 사람들에게는
정말 못 견디는 밤이 밀물쳐 오는데
사랑이 썰물되어 가버린 젊음의 바닷가엔
바라 볼 별 조차 없어 제 가슴에 제 얼굴 파묻고 울어야만 했다
또 어느 가을 날 찬비 뿌리겠지
또 어느 겨울 날 눈발이 퍼붓겠지
그러면은 나는 또 헤매리라
젊은 날의 사랑이 썰물되어 가버린 그 바닷가를
사랑은 밀물처럼 왔다가 어느 저녁 썰물되어 가버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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