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블로그 폐쇄로 TISTORY에 이주당함 자세히보기

*소장LP이야기

소장LP이야기8-명혜원 청량리부르스

리매진 2023. 2. 14. 03:32

아는 사람이 드물 수도 있는 노래.

그러나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래.

그리고 아는 사람은 다 극찬하는 노래,

그 노래 <청량리 부르스>

 

노래를 알아도 명혜원을 아는 사람은 더 드물다.

아는 사람도 구체적인 프로필을 모른다나도 그렇다.

지금도 포털에서 검색하면 특별한게 없다.

그 흔한 출생년도나, 출생지, 학력의 간단한 정보조차도 없다.

 

겨우 찾아낸 정보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1970년대는 통기타음악이 청년문화의 흐름을 주도했지만
창작곡보다는 외국 번안 곡들이 온 나라를 뒤덮으며 넘실거렸다.
이에 반대해 평론가 이백천, 구자형 등이 주도했던
<참새를 태운 잠수함>이란 이름의 음악 서클이 있었었다.

이 <참새를 태운 잠수함>이라는 모임 소개에서 명혜원이 처음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트로트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표방했으며
영가나 토속적인 민속분위기의 세상을 꿈꾸던 젊은 집단이었다.
초창기는 김민기, 김태곤, 정태춘 등
이후 국내 음악계에서 한가닥 했던 쟁쟁했던 멤버들로 이루어졌으며,
구성원의 대부분은 그리 곱지 않은 노랫말로
예외 없이 독재정권의 요주의 리스트에 올랐다. 
“번안 곡을 철저하게 배격하고  참신한 우리 창작포크가요를 온 나라에 울리겠다”는

꿈을 가졌던
유한그루, 곽성삼, 한돌, 전인권, 강인원, 명혜원, 남궁옥분, 이종만, 강인원 등은
이 모임을 거쳤던 대중가수들이었다.(최규성 : ‘추억의 LP여행’- 주간한국)

이후 1980년대에 서울가톨릭회관을 근거지로 한
서울 시내 대학생 연합 아마추어 포크 동아리 "햇빛촌"에서 활동하였고,
장필순도 여기 멤버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리창엔 비" 의  혼성 포크 듀엣 햇빛촌(이정한과 고병희)은
이 동아리 이름을 계승하여 1989년 1집 앨범을 내기도 했다.
"신촌블루스"의 멤버이기도 했으나 앨범 참여는 없었다고 한다.


 

명혜원 1LP앨범(1985년/지구레코드)은 스플릿 앨범이다

스플릿 앨범은 다른 뮤지션의 곡들을 앞, 뒤 판에 따로 수록한 것으로

앞 면과 뒷 면의 가수가 다르다.

앞 면은 <명혜원>, 뒷 면은 혼성트리오 그룹 <제3시대>의 곡들로 채워졌다.

 

▣ 앞 면 : 명혜원-청량리 부루스

 

<Side A> 노래-명혜원
1. 청량리 부루스(작사 신유미 / 작곡 최성호)
2. 외출(작사 신유미 / 작곡 최성호)
3. 장미의 말(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4. 겨울 나비(작사 최성호 / 작곡 신유미)
5. 밤의 날개(작사 신유미 / 작곡 최성호)
6. 장미의 말(경음악) 

 

처음 이 음반을 접했을 때의 기분은 묘했다.

뭐랄까 우리 가요도 이런 것이 있을 수 있구나.

창법이나 소재가 독특해서 그랬을 거다.

 

 *A1. 청량리 부르스-노래 명혜원 / 작사 신유미 / 작곡 최성호

 

 

늘어진 커텐 황혼에 젖어 화병속에 한송이 국화

긴 하루 걸린 창에 앉아 타는 해를 바라보네

내 빈방을 음~ 채워줘요 부르스를 들려줘요

호사한 밤은 아직 먼데 예쁜 꽃불 어디에 켤까

내 빈 방을 음~ 채워줘요 부르스를 들려줘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타는 황혼 타는 국화

타는 황혼 음~ 타는 국화

늘어진 커텐 음~ 황혼이 젖어 화병 속에 시든 국화

 

관능과 칙칙함이 넘쳐나는 곳, 소위 말하는 청량리 집창촌을

이렇게 탐미적이고 서늘하게 표현할 수도 있구나.

어둡고 음침한, 정욕 만이 횡행할 듯한 장소를

명혜원은 끈적끈적하지만 투명한 슬픔으로 음악을 통해 승화시켰다.

마치 한 장의 풍경화를 묘사하는 듯한 그 곡에 어느새 동화되고

알 수 없는 몽환이 스멀스멀 밀려든다.

외롭고 고단한 삶의 저녁 무렵 서사는

우리 모두에게 청량리부르스였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너와 나의 삶, 그 한 부분일 수도 있을 석양의 쓸쓸함.

그 속의 허무와 꿈이 청량리부르스에는 녹아있다.

 

앞면에 수록된 그녀의 나머지 곡들도 전부 좋다.

<청량리부르스>와 비슷한 이미지와 감성이 전곡을 관통한다.

특이한 것은 블루스가 맞는 표기법인데

앨범 표제에는 부루스로, 속지에는 부르스로 다르게 표기되어 있다.

 

명혜원을 블루스 가수라고 하는데

청량리부르스를 비롯하여 다른 곡들도 블루스 같지가 않다.

내가 음악 전문가가 아니라 그런지 내가 알던 블루스와는 많이 다르다.

어쩌면 과거의 트로트풍 블루스와 소울이라며 쥐어짜는 듯한 블루스를

너무 많이 접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명혜원의 부르스는 감정과잉이 아닌 담백하고 투명하다,

실컷운 뒤 감정정리가 끝난 사람의 독백같다,

 

 *A4. 겨울나비-노래 명혜원 / 작사 최성호 / 작곡 신유미

 


 따스한 그대 품 안에 난 작은 나비였었네
겨울밤 촛불 밝히고 비단 날개 파닥이다가
때로는 꿈을 꾸었지 따스한 그대 봄 안에
이제는 사라져 갈 겨울 나비

이따금 휘파람 불며 난 훨훨 춤을 추었지
겨울밤 촛불사이로 그대 곁에 날아다녔네
그리고 꿈을 꾸었지 외로운 겨울 도시에
아~ 겨울나비의 꿈을.

 

명혜원은 그 당시에도 쇼 프로 등 매스컴에도 거의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노래는 라디오에서 가끔씩 나온 것 같은데

인터뷰 등도 거의 하지 않은 듯 하다.

이 정도로 내가 좋아하는 곡을 발표한 가수라면

나도 어느 정도 이것저것 알아보았을 것 같은데

아직까지 특별한 기억이 없는 것을 보면

거의 은둔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도 든다.

마치 나에게 , 이곡들을 네가 좋아할거야그러며,

어느 날 밤 슬쩍 던져주고 사라져 버린 것 같은 가수가

내게는 명혜원이다.

마치 그녀의 5번째 곡 <밤의 날개> 가사처럼

어느 날 후조처럼 왔다가 후조처럼 떠나버린 것 같은 가수.

 

*A5. 밤의 날개-노래 명혜원 / 작사 신유미 / 작곡 최성호

 

 

밤이 내리네 밤이 내리네

네온의 날개 달고 밤이 내리네

후조처럼 왔다가 후조처럼 떠나야지

어둠 속에 누구인가

~ 밤이 내리네

이제는 떠나야지 이제는 떠나야지

네온의 날개 달고 이제는 떠나야지

후조처럼 왔다가 후조처럼 떠나야지

어둠 속에 누구인가

~ 밤이 내리네


2LP음반도 있다. 1987년 작. 지구레코드 발매.

2집은 스플릿이 아닌 온전한 명혜원 독집이다.

이 음반에서는 B2번째 곡 <회색하늘>이 제일 마음에 든다.

1집의 분위기와 가장 닿아있는 노래가 이 곡인 것 같다.

 

 *B2. 회색하늘-노래 명혜원 / 작사 작곡 이정선

 

 

구름도 낮게 깔린 회색빛 하늘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음을 외롭게 하네

잊었던 사람들이 갑자기 생각나서

창가에 기대어 서서 하늘만 바라보네

비라도 쏟아지면 기분이 좋아질까

아무리 기다려도 마음을 달랠수 없네

이제 또 밤이 오면 혼자서 무얼할까

회색빛 하늘아래 어둠만 내려오네

 

Side A
1. 만날 수 없는 시간
2. 슬픈 가로수
3. 청량리 부르스
4. 어쩌면 좋아요
5. 보라꽃
6. 12월 저녁무렵
Side B
1. 빗속에 서있는 여자
2. 회색하늘
3. 남겨진 추억
4. 친구에게
5. 조용한 밤에 눈은 내리고
6. 아! 대한민국

<새벽 2>란 곡도 분위기가 같아 2집에 실린 것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이것은 3집 수록곡이었다

이 음반도 있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없다.

 

요즘 명혜원이 재평가되어 그녀의 LP음반은 구하기도 힘들고,

나와도 50만원을 훌쩍 넘긴다고 한다.

(1/2/3집 모두. 개봉판의 중고도)

 


▣ 뒷 면 : 3시대-황금눈물 ▣

 

<Side B> 노래-제3시대
1. 황금 눈물(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2. 고향으로 가는길(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3. 흰돗배 꿈을꾸다(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4. 템버린의 아침(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5. 저 여인(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6. 아 ! 대한민국

 

청량리부루스의 뒷면이다.

처음에는 명혜원이 여성멤버로 참가한

명혜원과 제3시대란 혼성트리오인 줄 알았다.

그러나 명혜원과 관계없다.

여러 가수의 노래를 편집한 기획음반들은 많은데

이렇게 앞뒷면을 2가수만 분할하여 음반으로 낸 것은

이게 처음이었지 않나 싶다.(정확하지 않음)

 

멤버 구성을 알아보려 검색해 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제3시대멤버 3명에 대한 기록은 하나도 없다.

한 음반으로 나온 연관관계를 굳이 따지면

앞 면의 명혜원 전곡에 이름을 올렸던 최성호가

3시대의 모든 곡을 작사 작곡했다는 거.

 

뒷 면 5번째에 <저 여인-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이란 곡이 가장 좋은데

음이 낯익어 확인해 보니 이곡이 다음에 포스팅할

인순이 앨범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과 연결된다.

최성호를 기억하길.

그동안 작사 작곡가까지 내가 기억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보니 내가 좋아하던 곡에 계속 최성호가 등장한다.

 

*B5. 저 여인- 노래 제3시대 / 작사 최성호 / 작곡 최성호

 

 

언젠가 만나 본 얼굴, 난 문득 떠올려 보네

느리고 느린 피아노는 오늘 밤 왠지 이상하네

~ 누구일까 저 여인, 어디서 왔나 저 여인

한동안 바라보다가 잊었던 생각이 나네

하얀 손, 빛나는 입술, 낯익은 낮은 목소리

~ 느리고 느린 피아노는 이 밤을 우울하게 하네

~ 언젠가 본 저 여인, 내가 기억나질 않나

오늘 밤 불빛 속에서 또 다시 사랑을 찾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