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동진
윤설희
이광조
길은정.
갑자기 찬바람이 훅 불어온다.
언제까지 갈듯한 더위가 순식간에 물러가고
본격적으로 가을에 접어들었다.
이제 쓸쓸한 계절이 왔나 보다.
이쯤에 어울리는 곡들을 부른 가수들의 LP앨범들.
음악이 시가 되고, 시가 음악화된 곡들로
잔잔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던 노래들이다.
▣ 조동진 best 노래모음(1993/뮤직디자인) ▣
Side A 1. 친구들에게 2. 먼길 돌아오며 3. 나뭇잎 사이로 4. 진눈깨비 5. 아침기차 6. 어떤날 7. 우리같이 있을 동안에 |
Side B 1. 제비꽃 2. 슬픔이 너의 가슴에 3. 행복한 사람 4. 겨울비 5. 내가 좋아하는 너는 언제나 6. 작은 배 7. 다시 부르는 노래 |
7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숨은 진주였던 조동진은
1979년 발표한 1집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다가
80년대에는 언더그라운드 포크송의 거목으로 등극한다.
이 앨범은 그러한 조동진의 대표곡 모음집이다.
조동진처럼 쓸쓸한 목소리가 또 있을까?
우수어린 독특한 목소리는 경건하기까지 하다.
수록곡 전부를 조동진이 작사 작곡 노래한 것으로서
조동진을 음반 1장으로 해결하고 싶으면 이 앨범이 해답이다.
*B6. 작은 배-조동진(노래/작사/작곡)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라라라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 윤설희 1집(1986/오아시스레코드사) ▣
Side A 1. 촛불밝힌 밤에 2. 오늘 또 누가 3. 보고 싶어라 4. 영 상 5. 다락방 |
Side B 1. 성산포(1) 2. 성산포(2) 3. 성산포(Epilogue) 4. 외할머니댁 5. 시장에 가면(건전가요) |
<촛불 밝힌 밤에 / 그리운 바다 성산포>라는 타이틀로 발표된
대중가요와 영상시 낭송이 포함된 앨범이다.
윤설희는 한때 논두렁밭두렁의 혼성듀엣 시절 멤버이기도 하였는데
이 앨범을 통해 솔로로 독립했다.
논두렁밭두렁의 히트곡도 여러 곡 수록되어 있으며,
같은 멤버였던 김영광과 부부사이다.
1986년 앨범이 초반인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1979년 발매된 것의 재발매본이었다.
사진이나 곡리스트는 똑같은데 쟈켓디자인이 조금 다르다.
이생진의 시를 낭송한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시리즈가
낭만파 청춘들의 가슴을 울렸다.
*B1. 성산포(1)-낭송 윤설희 / 시 이생진 / 작곡 이청
아침 여섯시
어느 동쪽에나 그만한 태양은 솟는 법인데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다고 부산피운다
태양은 수만개 유독 성산포에서만
해가 솟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나와서 해를 보라
하나 밖에 없다고 착각해 온 해를 보라
성산포에서는 푸른색 외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
설사 색맹일지라도 바다를 빨갛게 칠할 순 없다
성산포에서는 바람이 심한 날
제비처럼 사투리로 말을 한다
그러다가도 해가 뜨는 아침이면
말보다 더 쉬운 감탄사를 쓴다
손을 대면 화끈 달아오르는 감탄사를 쓴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여자가 남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술을 마실 때에도 바다 옆에서 마신다
나는 내 말을 하고 바다는 제 말을 하고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기는 바다가 취한다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맨 먼저 나는 수평선에 눈을 베었다
그리고 워럭 달려드는 파도소리에 귀를 찢기웠다
그래도 할 말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저 바다만의 세상 하면서 당하고 있었다
내 눈이 그렇게 유쾌하게 베인 적은 없었다
내 귀가 그렇게 유쾌하게 찢어진 적은 없었다
모두 막혀버렸구나
산은 물이라 막고 물은 산이라 막고
보고 싶은 것이 보이지 않을 때에는 차라리 눈을 감자
눈감으면 보일 거다
떠나간 사람이 와 있는것 처럼 보일 거다
알몸으로도 세월에 타지 않는 바다처럼 보일 거다
밤으로도 지울수 없는 그림자로 태어나
바다로도 닳지 않는 진주로 살 거다
▣ 이광조 6집(1985/성음) ▣
Side A 1. 사랑을 잃어버린 나 2.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3. 나의 노래가 4. 추억속의 비 5. 서글픈 사랑 |
Side B 1. 상처 2. 당신을 알고부터 3. 사랑의 밀어를 따라 4.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경음악) 5. 연인이여 |
1976년에 이정선의 <나들이>로 데뷔한 이광조는
이정선, 한영애, 김영미와 함께 포크그룹 해바라기에도 참여하였다.
데뷔이후 꾸준히 앨범을 발표했지만 주목받지 못하다가
이 6집의 히트로 인기가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중성화된 이미지와 목소리로 열창을 한다.
이 음반은 명실상부한 이광조의 대표앨범으로
음악적이나 대중적으로나 성공한 명반이다.
*A1. 사랑을 잃어버린 나-노래 이광조 / 작사 작곡 권인하
검은 커튼이 드리운 조그만 카페에
희미한 불빛사이로 창백한 나의 모습
하얀 우리의 추억을 잊어야 하기에
창백한 나의 모습을 술잔에 담아 보네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나의 가슴에
마르지 않을 슬픔이 이 내가슴 가득히
아 아 아 그대를 떠나보내며
사랑을 잃어버린 나
사랑을 이루지 못한 나의 가슴에
마르지 않을 슬픔이 이 내가슴 가득히
아 아 아 그대를 떠나보내며
사랑을 잃어버린 나
▣ 길은정 1집(1988/성음) ▣
Side A 1. 사랑굿 2. 애가(길은정&이광조) 3. 눈이 맑은 그대에게 4. 그리움의 불을 지피리 5. 당신은 지나간 사랑을 기억하십니까?(경음악) |
Side B 1. 우울한 샹송 2. 당신은 지나간 사랑을 기억하십니까? 3. 언제나 내 마음 속엔 4. 젊은 날의 사랑이여 5. 편지 |
어린이 프로그램 “뽀뽀뽀” 제2대 뽀미와
여러 프로그램의 MC 등을 했던 길은정의 음반이다.
이전에 동요집 등도 발매되었지만 통상 이 앨범을 정규 1집으로 친다.
무척 발랄할 것 같은데 노래는 전부 다 애수어린 분위기로
애절한 곡들을 맑은 음색으로 들려준다.
비련이 말갛게 정제되어 있는 듯한 길은정의 곡들에서 나는
묘한 슬픔의 품위마저 느끼곤 한다.
A2. <애가>는 위의 이광조와 함께 부른 곡이다.
참, 선하게 느껴지는 가수인데 인생은 좀 기구(?)했던 것 같다.
(2번의 결혼과 이혼, 암의 발생과 치유, 그러나 재발하여 43살에 사망)
*B1. 우울한 샹송-노래 길은정 / 이수익 시 / 김선민 작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회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소리내어 나도 웃고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 담은 편지 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인다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지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을까
그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띄우며
돌아올 사랑을 사랑을 맞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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