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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LP이야기

소장LP이야기51-김신덕/이정지/임준철

리매진 2023. 12. 18. 22:36

김신덕

이정지

임준철.

구입하여 처음 듣고 당황(?)했던 LP앨범들이다.

앨범을 구매할 때는 대충 이러하리라 생각하고 구입하는데

이 세 음반은 생각 밖이었다.

지금처럼 정보가 풍성한 때는 이것 저것 분석하고 구입하련만

이때만 해도 정보가 제한적이라 감()으로 선택해야 했다.

어디서 어떤 경로로 이 앨범들의 정보를 입수하였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분명 내 기호에 맞을 듯 해 구입했는데도 첫 느낌은 이게 뭐지 했다.

상상했던 곡들의 흐름이 아니어서 순간 어리둥절하고,

어떻게 들어야 하나 고민해야 했다.

그런데 가끔씩 차분하게 들으면 아주 깊은 맛이 있다.

잘못된 선택은 아니었던 것 같다.

3명 다 거의 아는 사람이 드물고,

현재도 검색해 보니 별다른 정보가 없는 걸로 보아

완전히 묻혀버린 앨범들이지 않나 싶다.

지금까지 주변에서 이 앨범들에 대해 그 누구도 거론한 적이 없고,

다른 곳에서도 수록곡들을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유튜브에 없을 줄 알았는데 신기(?)하게도 올라와 있다.


▣ 김신덕 1(1987/서라벌레코드) ▣


Side A
1. 내님은 예쁜새
2. 그리움(가곡)
3. 그대를 사랑해(외국곡)
4. 오! 내사랑아(외국곡)
5. 은발(외국곡)

Side B
1. 내마음 가는 길에 그대도 가고
2. 떠나가는 배(가곡)
3. 님이 오시는지(가곡)
4. 깊은 강(외국곡)
5. 사랑을 속삭여주오(외국곡)
6. 그리운 노래(외국곡)

순전히 <내 마음 가는 길에 그대도 가고>를 듣고 구입한 앨범이다.

옥구슬이 은쟁반에 굴러가는 소리가 있다는데

이 곡의 소리가 그런 느낌이었다청량한 순수의 목소리.

무공해의 청정한 소리가 곱고 예쁜 가사, 맑은 반주와 어울려

사람을 정화시키는 듯 했다.

포크송 가수들도 그런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김신덕의 소리는 그들과 다른 느낌이 있었다.

그런데 분명 대중가요 음반으로 구입했는데

다른 곡들은 가곡, 성가에 더 가까웠다. 성악풍 창법.

앨범 수록곡들도 <내 님은 예쁜 새>와 <내 마음 가는 길에 그대도 가고> 외에는

모두 외국곡 번안과 가곡이다.

김신덕이 누군가 검색해 보니 메조 소프라노이고

교회집사라고 나오는 것을 보니,

이제야 이 앨범의 정체성과 창법이 이해가 간다.

이 앨범을 기획한 전재학이 남편이라고 한다.

쟈켓디자인만 다른 반도음반 발매의 음반도 있는데

어느 것이 초반본인지는 정보가 없다.

 

*B1. 내마음 가는 길에 그대도 가고-노래 김신덕 / 작사 김중순 / 작곡 전재학

 

 

하늘에 별을 따서 목에다 걸고

달빛을 안아다가 얼굴 비추니

그 미소 더욱 더 사랑스럽고

사랑은 가슴에 불을 피우네

마음의 문을 열고 그대를 보니

사랑이 살며시 내 곁에 있네

사랑을 마주한 얼굴과 얼굴

무한한 행복이 안기어 오네

~~~~~~~~~

 

그대가 가는 길에 내 마음 가고

내 마음 따라오는 그대의 사랑

외로워 슬플 땐 나의 손길이

그 아픈 자리를 어루만지리


▣ 이정지 노래-이종구 작곡집(1989/지구레코드) ▣


Side A
1. 빈산(김지하 시)
2. 초가을(신동엽 시)
3. 원추리(신동엽 시)
Side B
1. 달이 뜨거든(신동엽 시)
2. 술을 많이 마시고 잔 어제밤은(신동엽 시)

신동엽과 김지하를 노래하는이정지라는 부제가 붙은

이종구 작곡집이다.

부제처럼 김지하와 신동엽의 시에 곡을 붙인 것이다.

김영동의 <어디로 갈꺼나>  <삼포가는 길> 등과 유사한 앨범이라 생각해 구입했는데

일종의 오페레타, 음악극 출연자의 노래 스타일이었다.

클래식이나 정악에 문외한이 내가 듣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다.

퓨전국악으로 생각하고 대중적으로 접근한 나로서는

처음에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그러나 대중가요도 아니고, 가곡도 아니고, 창도 아닌데

오묘한 분위기가 심연으로 이끈다.

김성녀가 부른 김영동의 <한네의 이별>과도 유사한 정서를 보여주는데,

이게 어느 쟝르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끔씩 깊은 밤에 들으면 이 앨범 만의 독특한 음악세계가

부지불식간에 나를 흠뻑 젖어들게 한다.

이정지라는 가수는 위의 김신덕보다 더 정보가 없는데

찬불가 느낌도 많이 나는 것으로 보아 불교신자인 것 같다.

작곡가 이종구는 한양대 음대교수라고 나오는데

아마도 그런 인연으로 성악가인 이정지가 이 앨범의 모든 곡을 불렀던 것 같다.

 

*A1. 빈산-노래 이정지 / 김지하 시 / 작곡 이종구

 

 

아무도 더는 오르지 않는 산, 저 빈산

해와 바람이 부딪혀 우는 저 외로운 벌거숭이 산

이제는 우리가 죽어도 없어져도

상여로도 떠나지 못할 아득한 산, 빈산

 

아무도 더는 찾지도 않는 산, 저 빈산

한 줌 흙을 쥐고 울부짖는 아~ 고달픈 나의 사람아

지금은 침묵한 저 산에

네가 죽을 저 흙속에 끝없이 죽어, 끝없이 죽어

 

내일은 한 그루 새 푸른 솔잎일 줄도 몰라라

저 산, 저 빈산에


▣  임준철(1991/서울음반) ▣


Side A
1. 봄의 노래(신경림 시)
2. 푸른 옷(김지하 시)
3.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양성우 시)
4. 불귀(김지하 시)

Side B
1. 아니오(신동엽 시)
2. 황토길(김지하 시)
3. 꽃들(문부식 시)
4. 아주까리 신풍(김지하 시)
5. 우리들은 그 무엇을 바라볼꺼나(양성우 시)

지금은 결코 꽃이 아니라도 좋아라라는 부제가 붙은

임준철의 1집이자, 그의 유일한 독집 앨범이다.

신경림, 김지하, 양성우, 신동엽, 문부식 등의 시에

전부 임준철이 곡을 붙이고 노래를 불렀다.

시를 차용한 시인들의 이름에서 알수 있듯

다들 한가닥했던 민중시인, 저항시인들이다.

당연히 피가 끓는 노래이거나

노찾사 2, 3집의 분위기와 비슷한 솔로 앨범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보니 다 서정적인 노래들이다.

여린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수줍기까지 하다.

그런 반전으로 내 생각이 짧았음을 알게 한 앨범이기도 하다.

임준철에 대한 정보 역시 거의 없다.

이번에 겨우 찾은 정보가 서울대 음대 출신에 독일 유학을 하고,

프로듀서 및 작곡가 겸 싱어송라이터를 했다이다.

윤도현의 솔로 데뷔 음반을 프로듀싱하고,

수록곡 중 <너를 보내고> <사랑 Two>의 작곡,

<너를 보내고>의 원곡자가 임준철이라고도 나온다.

 

*A1. 봄의 노래-임준철(작곡 노래) / 신경림 시

 

 

하늘의 달과 별은 소리내어 노래하지 않는다

들판에 시새워 피는 꽃들은 말을 가지고 말하지 않는다

서로 사랑한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듣는다

달과 별은 아름다운 노래를 꽃들의 숨가뿐 속삭임을

귀보다 더 높은 것을 가지고 귀보다 더 깊은 것을 가지고

네 가슴에 이는 뽀얀 안개를 본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소리를 듣는다

눈보다 더 밝은 것을 가지고

가슴보다 더 큰 아픔을 가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