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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나의 자괴감과 반성

리매진 2024. 11. 4. 03:14


속보 : 한강작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런 식의 한 줄짜리 기사가 뜰 때만 해도 이게 무슨 일인가 했다.
힐끗 보고 '뭐냐?' 그러며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때만 해도 반신반의 하며 현실감이 들지 않았던것 같다.
그러다가 이곳저곳 커뮤니티와 매스컴에서 보도와 이야기들이 오가고,
비로소 나도 아, 이게 노벨문학상이었지 하며 실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이렇듯 기습당한것 처럼 한강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다들 접한 것 같다.
나를 비롯하여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 어안이 벙벙하였고
이 상황을 예감한 사람도 몇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요즘 거의 책을 읽지 않고, 문화계 소식을 아는 바도 없지만
그쪽의 이야기들을 종합해 보면 충분히 받을만한 작가였다는 평가다.
출판계나 문학계에서는 암암리에 가능성을 두고 있긴 했더라. 
 
한때는 활자중독처럼 책을 읽은 시절도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곳과 멀어져 버렸다.
어림잡아 90년대 중반, 30대 중반부터인 것 같다.
그후에도 뭔가를 끊임없이 보긴 했지만 문학이나 책자는 아니었다.
계속 독서에 심취해 살았으면 더 기뻐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드디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를 내다니.
대단하다며 축하와 경의를 보내는 중에 느끼는 또 다른 감정.
자괴감과 반성.
일 년에 책다운 책 한 권 읽지 않고,
어중이떠중이 지식들로 살아가는 스스로가 부끄러웠다.
뭐, 그래도 사는데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늘 채워지지 않는 어떤 감정은 거기에서 연유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산다는게 꼭 책을 읽어야 깊어지고,
문학이나 예술을 알아야 풍요로운 것은 아니지만
그 세계가 주는 어떤 세상에 한때는 동화되어 열광한 적이 있었다.
그것을 그동안 잊고 살아왔는데 한강의 이번 수상을 계기로
한 번 돌아보니 그때가 많이 그립다.
'나는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저 책을 읽었다' 하는 감상들이 올라오는데
아무 것도 읽지 못한 나는 그저 침묵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빈약한 독서행태에 대한 반성과 자괴감으로 부끄럽기만 했다.


이제는 독서를 하는 사람이 드문 줄 알았는데
이번에 보니 그래도 책을 읽는 사람들이 다수 존재하더라,
그분들에게 한강의 수상소식은 큰 힘이 된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지 문과여서 죄송하다 할 정도로 인문학은 죽었고,
실용학문만 득세하는 시대가 된 것 같았는데,
그래도 그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소양을 쌓아간 그 분들에게도 경의를 표한다.
어쩌면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그들에게 주는 위로였을 수도 있겠다.

더 늦기 전에 다시 한 번 그 세계에 들어가
나도 위로 받고 같이 토닥거리고도 싶은데 과연 그게 될까?

너무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 이제는 낯설기까지 하다.
요 근래 이러저런 근본적인 생각에 착잡한 날들인데,

이것까지 더해져 심란하다.


한강 작가에 대해서는 그의 아버지 한승원 선생과의 인연을 다루며,
몇 해 전 포스팅한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좋은 분의 자제가 이번의 수상자가 되어 더 기쁘다.

*배려심 깊고 따뜻한 소설가 父女-한승원/한강(2016. 5. 24)
https://lgy6203.tistory.com/179


 

배려심 깊고 따뜻한 소설가 父女-한승원/한강

"조금 먼저 산을 올라 온 사람으로서 아래를 보면 안타까운 때가 있다. 저 길로 가면 안되는데 이 길로 가면 되는데..." 소설가 한강(강이름이 아니라 여류작가의 이름이다)이 얼마 전 맨부커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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