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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잡설(雜說)

토끼 울타리 (2002) Rabbit-Proof Fence

리매진 2012. 4. 28. 23:50

 

 


그냥 아이는 집에 가고 싶었다.
아이는 그냥 엄마가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는 9주동안 무려 1500마일(2,400Km)을 걸었다.

 

                                                        

토끼울타리는 그런 아이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영화이다.
나오는 건 꾀죄죄한 호주원주민 아이 3명의 무덤덤한 발걸음.
쟝르가 어드벤쳐드라마라고 하지만 이영화에는 그런 대단한 어드벤쳐의 장면은 없다.
그냥 걷고 또 걷는, 추적자들을 피해 집으로 가는 어린 애들의 힘겨운 발걸음만 있을 뿐..

 

 

 

백호주의에 의한 인종교화정책.
과연 우월한 인종은 있는걸까? 문명과 미개의 기준은 누가 정했을까?
가족에게서 강제로 애들을 강탈하여 백인화(?)시키는게 선의라는 그 오만함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원주민들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미개 원주민들은 그들 자신으로부터도 지켜주어야 합니다
그들을 위한 우리의 노력을 그들도 이해하길 바랍니다-백인 네빌의 영화 대사중에서)

 

영화는 그 잘못된 대립관계를 아주 극단적으로 다루지는 않는다.
백인들의 악행이 아주 거칠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고 추적자도 악마처럼 모질게 행동하는 장면도 없다.
그냥 거의 모든 장면을 무덤덤하게 묘사하는 속에서 다만 아이들의 행적만 과장없이 따라간다.
그런데도 이영화 묘하게 끝까지 사람을 붙들어 맨다

 

 

.
처절하게 울부짖지도 않고

(아마 초입부에 애들을 잡으러 왔을때 도망가는 아래 장면이 이영화에서 그나마 가장 격렬한 장면인듯)
대단하게 그리움을 말하지 않아도(특히나 막내 꼬맹이는 그 어린 나이만큼이나 맹하게 행동한다)
그 여정에는 열망이 그대로 내재되어 있다.

 

 


아이들은 척박한 땅, 그 긴거리를 그저 본능에 의존하며 토끼울타리를 따라 걸어간다.
푸석한 먼지. 방향감각을 잃게하는 사막 한가운데, 남루한 차림, 배고픔과 불안감, 수색자들의 집요한 추적.


그래도 아이들은 걷는다.

다만 집에 가고 싶어서. 엄마가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 지난한 걸음걸이는 그대로 그리움이 되고 소망이 되어 가슴을 울린다.

 

다만 가족과 함께 살고 싶은 호주 원주민 아이의
그  무엇도 막을 수 없었던 9주(63일), 1550마일의 여정를 다룬 토끼울타리 Rabbit-Proof Fence...

 

 


*영화 첫 나레이션
호주 서부, 1931년, 100년간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영토를 침범한 백인 이주자들에게 저항해 왔다
현재는 원주민 특별법에 의해 그들의 생활은 일일이 통제되고 있다
원주민 보호기구 의장인 A.O.네빌은 호주 서부 모든 원주민들의 법적인 후견인이었다
그는 지역내의 어떤 가정으로부터도 원주민 혼혈아를 빼앗을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

 

이 이야기는 실화입니다. 내 여동생 데이지와 사촌 그라시아, 그리고 나에 관한 이야기이죠
우리가 어릴 때였습니다. 우리 지갈롱족은 사막에 사는 부족이었습니다
우리 영토를 자유롭게 돌아다녔죠
엄마는 제게 백인들이 어떻게 우리 땅에 들어오게 됐는지 말해주셨습니다

 

*영화 마지막 나레이션
우리는 9주 동안이나 고향까지 먼 길을 걸어왔습니다. 우린 즉시 도망쳐서 사막으로 숨었지요
난 결혼해서 두 딸을 두었습니다
그 후 저와 제 딸들은 다시 무어강(원주민 강제수용소)으로 잡혀갔습니다
난 다시 지갈롱까지 걸어서 돌아왔습니다. 작은 딸 애나벨을 엎고서요
그 애가 세 살이 되자 네빌씨는 그 앨 데려갔습니다. 그 후론 아이를 다시 볼 수 없었지요
(주인공이 결혼해서 두딸을 낳았는데 다시 잡혀갔고 역시 탈출해 돌아왔으나
둘째 애가 커서 또 다시 잡혀갔을 때는 구출하지 못해 영원히 헤어진듯 하다)
그레이시는 이제 고인이 되었습니다. 그 앤 영원히 지갈롱엔 갈 수 없었지요
데이지와 나는 이 곳 지갈롱에 살고 있습니다

우린 그 곳에(원주민 강제수용소)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네빌은 25년간이나 원주민 보호기구 의장으로 있었다. 그가 퇴임한 것은 1940년이었다
원주민 아이들의 강제이주는 호주 전역에서 1970년까지 계속되었다
현재까지도 많은 원주민들이 이러한 정체성과 문화, 가정파괴로 고통받고 있다
그들은 '도둑맞은 세대'라고 불리운다

 

 


 

--------------------------------------------<DAUM 영화정보>-----------------------------------------------

 

토끼 울타리 (2002) Rabbit-Proof Fence
드라마, 어드벤처 | 오스트레일리아 | 93 분 | 개봉 2003-10-17 |
감독 ; 필립 노이스
출연 ; 에블린 샘피 (몰리 역), 티아나 산스부리 (데이지 역), 케네스 브래너 (Mr. 네빌 역),
       로라 모나한 (그레이시 역), 데이빗 걸파일릴 (무두 역)

 

“같이 붙잡혀 갔던 아이들은 나보다 어렸다. 그래서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몰랐다.
하지만 나는 달랐다. 나는 ‘엄마’가 그리웠고 ‘엄마’가 있는 집으로 가고 싶었다.”
실제 주인공 몰리 크레이그 (84 세) 2000년 8월, 지가롱 에서

 

이 이야기는 도리스 필킹톤 원작을 기초로 한 실제 이야기이다.

1931년 호주의 서부, 지가롱 (Jigalong)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세 명의 여자 아이 이야기는 실화로서 영국 정부의 한 고위 관리가 만들어낸 정책 중의 하나로
오지에 사는 원주민 여자 아이들을 강제로 가족으로부터 떼어내어 하녀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 중 나이가 가장 많은 한 여자 아이는 엄마가 보고 싶었고 가족이 그리웠다.
그리곤 어린 여동생 둘과 함께 탈출을 감행 한다.
호주의 북쪽과 남쪽을 가로지르는 ‘토끼 울타리’를 따라
1,500마일이라는 대장정의 여정의 길을 떠나지만 정부는 그들을 계속하여 추적하게 되는데………..

오늘날, 호주에서는 이 여자 아이들이 겪었던 세대를 ‘유린된 세대’ 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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