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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마실]골목길 따라 삼청동 가는 길. 그리고 제야의 밤 종로

리매진 2012. 1. 11. 02:49

12월 31일. 2011년 마지막날 지인의 전시회 참관과 그것을 엮어 함께 한 망년회.
그리고 청계광장. 종로 보신각 제야의 종 타종식까지..

겸사겸사 뻑적지근하게 보낸 2011년 마지막 날의 기웃기웃.....

 


 


전시회가 삼청동 한벽원미술관에서 있었는데 대중교통과 도보를 이용하여 그곳까지 가보기로 했다.
광화문에서 경복궁을 끼고 가는 대로는 재미없을 듯 하여
조금 춥지만 위 사진의 안국동로터리 풍문여고에서부터 골목길 따라 한번 가보기로 함.
이 길은 정독도서관 애용하던 시절 숱하게 오고 간 길이지만 그것도 80년대 초반의 일.
그후 걸어가 본 적이 없으니 오늘이 거의 30여년 만에 걸어보는 셈이다. 



초입부인 안국동로타리에서 덕성여고까지-길이 잘 정비되어 걷기 좋게 만들어졌다.
그 높은 풍문여고와 덕성여고의 담들도 얕아지고....
옛날에 이길을 가다보면 교복 입은 학생들이 담을 넘어가는 장면들을 가끔씩 보기도 했다.
덕성여고의 교복은 항아리치마라서 다리가 잘 벌려지지도 않은데 우찌 이담을 넘었는지....
가다가 속없이 그 장면을 음흉하게 쳐다본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다 



예전 정독도서관까지 가는 길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이제는 거의 번화가 수준,
각종 갤러리와 카페, 이런 저런 상점들이 좌우로 쭈욱 들어섰다. 


 

 

 

  


시간이 있어 정독도서관도 한번 들어가 보기로 했다.
옛날에는 입구에서 100원인가를 받고, 하루 입장정원이 넘으면 대기표를 주었는데
이제는 그냥 들어가도 되는 듯 하다. 서울교육박물관도 있고.... 


 


정독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한 기억은 없다.
이곳을 자주 찾은 것은 옛 경기고등학교 터라서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운동장을 정원으로 만들고
넓어서 이런저런 다른 짓꺼리 하기 좋아서이다(한마디로 놀기 좋아서이다)
그냥 열람석에 가방두고 이쪽저쪽 옮겨다니며 헛짓거리나 하다 오는 게 일상이었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상당수 그랬던 것 같다. 


 

겨울이라 썰렁하지만 봄에 꽃피고 잔디가 오르면 나름 괜찮은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아래좌상 체육관을 식당겸 휴게실로 만든 곳에 도시락 먹고 노곤함에 벤치에서 졸다가
수위아저씨(?)한데 쫒겨 다시 열람실로 가야만 했던 날들.
정독도서관의 봄날은 바람난 정신을 더 나른하게 유혹하곤 했다. 



정독도서관 옆길의 주택가는 한번도 간적이 없다.
(항상 다시 안국동로타리로 나오거나 경복궁쪽 기무사 국군병원쪽으로 다녔으니)
주동선이 그쪽도 아니고, 당시에는 그쪽에 적막감이 흐르고 딴세상 같아 시도를 못했던 것 같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길을 가니 이게 완전히 홍대앞 거리로 변했다. 카페는 물론 각종 선물가게와 옷가게들까지.
대부분 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가게들인데 나름 아기자기하고 개성있게 만들어 걷는 재미를 더해 준다 


 


골목길은 삼청파출소 옆으로 이어져 삼청동 메인도로에 연결한다.
삼청동 초입의 풍경들...사람들 참 많다.
겨울이라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저녁때가 되니 하나둘 불이켜지고 슬슬 운치를 뽐내기 시작한다.
날 좋은 주말에는 미어터진다는데 언제 한번 날잡아 깊숙히 걸어봐야겠다


 

 

 
목적지인 한벽원미술관.
빽빽한 건물에 단조롭게 전시공간만 있는 인사동의 갤러리들에 비해
여기는 앞에 정원이 조성되고 자그마한 연못과 나무들도 있어 뭔지모르지만 조금 여유로와 보인다. 


 

일행들이 슬슬 도착하며 서로들 이런 저런 담소를 나누기 시작한다
90년대에는 거의 날마다 보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제는 유야무야가 된 모임.
멤버중에서 내가 나이가 제일 어려 영원한 쫄다구(회장님은 아마 칠순이 넘으셨을 걸)
이후 망년회 자리로 이동하여 오랜 만에 만난 회포를 풀고.. 


 

 

 

시간적 여유가 되면 삼청동을 이렇게 골목길 따라 걸어서 가보는 것도 좋을듯....
아쉬운 것은 안국동로타리에서 이곳까지 카페에 흡연석이 있는 곳은 없다
있어도 야외테라스 같은 곳만(추워서 그런 곳은 패스)
유일하게 흡연석이 있는 곳은 삼청동파출소 부근의 카페베네(2층 왼쪽이 흡연공간이다)  


 


망년회 끝나고 청계광장을 가니 아직도 한미FTA반대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다.
추운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있고....
FTA는 과연 무엇때문에 하는 걸까? 우리 삶에 도움을 주는 걸까?
거기서 나오는 이익은 FTA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시혜가 아닌 정당한 보상으로 돌아갈까? 


 

마지막 일정은 보신각으로 이동.
제야의 종 행사는 이번이 2번째로 보는 것인데
처음에는 이곳에서 타종식을 보고 바로 해맞이 하러 이동했었다(새벽에 졸려 죽는 줄 알았다)
11시쯤부터 이곳저곳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확 몰리기 시작하여 자정쯤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외국인들이 참 많다. 한눈에 봐도 국적도, 인종도 다양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스타일리시한 사진속의 여자는 눈앞에 계속 얼쩡거려 그냥 함께 찍은 거다.
이 여자 분위기가 괜찮다. 더듬더듬 물으니 국적이 불가리아란다.
매너도 좋던데.... 다음 외국여행은 불가리아나 가볼까.. 



인기가 좋았던 사물놀이패의 길거리 공연과 끝나고 지겹게 쏘아올리던 폭죽들.
이렇게 2011년은 가고 2012년이 왔다.

새해에는 모두들 좋은 일만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