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블로그 폐쇄로 TISTORY에 이주당함 자세히보기

*일상과 생각

잘 가라. 88 Light

리매진 2011. 11. 23. 01:58

이것이 마지막 88 담배이다.
이걸로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이제 88과 내가 만날일은 없다.
마지막 한갑이라 기념으로 사무실에서 사진으로 찍어보았다. 

 

 

5월 말에 내가 항상 담배를 사는 수퍼아줌마가 큰 일이란다.
이제 88은 안 나온다고.
항상 담배를 보루로 사다보니, 그것도 88만 사니 담배가게 주인에게도 아무래도 신경쓰였나 보다.
주인아저씨가 최대한 구해 본다는데 힘들거라 한다.
그래 알아보니 생산중단되는 게 맞았다.
해서 주변 담배파는 데를 싸악 돌아다녀 소위 말하는 사재기를 했다.
잘 안팔리는 담배라 그런지 다행히 재고들은 있어 쉽게 한박스 정도가 된 것 같다.
-쓰고 보니 좀 쑥스럽다. 뭐하는 짓꺼리인지....
그게 이제 다 떨어진 것이다

 

언제부터 내가 88를 피우기 시작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전에는 하얀 솔을 피웠고 그게 생산중단되어 88를 피우기 시작했으니
아마도 10년은 넘었을 것 같다-어쩌면 15년 전부터인지도 모르겠다.

 

 

88 Light
그냥 88이 독해서 좋았고(남들은 이게 싫어서 안 피운다는데) 한번 정이 들면 잘 끊지 않은 성격이라
지난 기간 동안 어쩔 수 없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구장창 88만 피웠다.

무엇인들 마지막이면 마음이 싸해지지 않을 것이 있겠느냐만...
이 역시도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니 이런저런 잡생각이 든다.

 

잘가라. 88아.
늘 심란하고 복잡한 마음 한켠을 늘 함께 해주던 말없던 벗아.
내가 너를 버리지 않았는데도 우리는 헤어지구나.
너는 이렇게 세상에서 사라지구나.

고맙다, 88아, 그 긴 기간을 내 모든 추억과 함께 해주어서.
아무에게도 말 못할 감정을 나는 너와 대화하며 위로받았는지도 모르겠다.
잘 가라. 88 라이트.... 다시 못 볼 친구야.

 

---------------------------------------------------------------------------------------------------------

 

포스팅에 담배 피는 사진 이미지를 넣어볼려고 옛날 사진을 뒤적이는데
참 나도 놀라울 정도로 담배와 함께 한 사진들이 많다.
한두장 찾을려고 했는데 그냥 우수수 눈에 띄네.
피는 것은 물론, 그냥 찍은 사진인 것 같은데도 보면 손가락에 담배가 들려있다.
에고, 나도 참...부끄럽네.. 

 

 

 

저리 많이 피우면 건강에도 안 좋다고 하는데
다행히 나는 반뻐끔이라 크게 건강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양이 질을 만든다고 작업할 때 더 심하게 피우면 다음 날 속이 이상하긴 하지만..

 

 

담배를 왜 피울까? 요즘처럼 흡연자가 공공의 적이 되는 세상에....
끊을 수 있을까? 요즘 추세가 금연이기도 한데..
가끔씩 끊어볼까도 생각하지만 당분간은 그럴 가능성은 제로이다.
아마 성직자가 되거나 세상을 초탈한 삶을 살게 되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여러 세상잡사, 희노애락, 그 파릇한 감정의 자극에 그나마 나를 위로해주는게 이것 밖에 더 없지 않는가.

 

 

오늘도 담배 한모금, 그 뱉어내는 연기따라 웅어리진 가슴,
차마 말 못하는 시린 감정의 편린 하나가 담배연기 따라 저 하늘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