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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배제된 자의 서사 : 청소노동자는 국회의원이 될 수 있을까?

리매진 2012. 4. 4. 02:45

작년에 별거 아닌 듯한  기사 하나가 눈을 끌었다.
어찌보면 가벼운 현장스케치성 기사인데 보고나서 흐믓해진 내용.
 
125년 만에 처음... 청소노동자들도 이대 축제 즐긴다
[현장] 대동제 첫날, 미화·경비 노동자와 이화여대 학생들이 함께한 '한마음 체육대회'

 

"산토끼 토끼야. 어디를 가느냐. 깡충깡충 뛰면서 어디를 가느냐~"

이화여대 제125주년 대동제 첫날인 18일 낮 12시경. 이대 정문 잔디 운동장에서는 30여 명의 청소노동자·이화여대 학생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었다.
손뼉을 치며 '어디에 손수건을 놓을까' 고민하던 술래가 '지화자 좋다, 파이팅!' 팀의 팀장인 이민도(64)씨 뒤에 수건을 놓자, 이씨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술래를 잡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술래 역시 빠르게 달려가 이씨의 자리에 앉아 버렸다. 새로운 술래가 된 이씨에게 청소노동자들과 학생들은 일제히 "노래해! 노래해!"를 외쳤다.
"아유, 난 못해. 아유, 숨차" 손사래를 치던 이씨는 '한 박자, 쉬고, 두 박자, 쉬고, 세 박자 쉬고, 하나, 둘, 셋, 넷' 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노래를 시작했다. 그리고는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 와서 먹나요"를 부르며 손수건 놓을 자리를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일회성 연대 아닌 진짜 연대 위해"... 생활환경 개선 위한 장터도 열어
이대 총학생회는 대동제 첫날을 '후마니타스(인간다움)의 날'로 정하고 청소노동자들과 '연대'에 나섰다.
정윤지 후마니타스 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월 총학생회에서 미화경비 노동자들과 함께 임금투쟁을 했는데, 일회성 연대가 아닌 진짜 연대, 관계 맺기를 위해서 이번 체육대회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공공노조 서경지부 소속인 고대·연대·이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봄, 수차례의 파업 끝에 '시급 4600원'을 얻어냈다. 당시 세 학교 총학생회는 청소노동자들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이하생략>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568356 
 

 

그동안 왠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 여대생과 청소부.

그들이 만나 저리 즐겁고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학생들이 참 기특하고 이게 진정한 연대이지 않나 싶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사람사는 세상의 가장 이상향이라는게 별거인가?
서로 차별하지 않고 어울리며 사는게 진정 아름다운 세상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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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신당의 배제된 자의 서사 : 그것들의 보듬기>

 

아마도 청소노동자가 대중들의 시선에 들어온 것은 작년 홍대청소자들의 투쟁부터인것 같고
고질적인 문제인 비정규직 문제가 일제히 수면위로 떠올라 이슈가 된 것 역시 작년부터였던 것 같다.
물론 현장에서 있었던 사람들은 진작부터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싸워왔겠지만
나같은 일반인들에게 다가왔던 것은 이무렵부터이지 않나 싶다.

 

그리고 마침내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가장 힘써왔던 진보신당에서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 비례대표후보로
청소노동자 김순자씨를 1번으로 내세웠다.

 

 

월급 60만 원 '청소노동자', 금배지를 꿈꾸다
[인터뷰] 김순자 진보신당 비례대표 1번 후보

"비정규직의 대변인이 되고 싶습니다. 청소 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고 싶고요. 이 당은 노동자이자 비정규직이자 청소 노동자인 저에게 비례대표 1번을 줬습니다. 이게 진보신당이 다른 당과 다른 점입니다."

 

영락없는 '울산 아지메'인 김순자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에게서는 '정치가'다운 결의가 묻어났다. 18일 오후 진보신당 당사에서 만난 김 후보는 비정규직 노동자 이야기를 할 때마다 손을 힘껏 움켜쥐었다. 지난 10년의 '청소노동자' 생활 속에서, 울산과학대 비정규직 노조를 만든 후 발생한 계약해지에 맞선 싸움 속에서 갖게 된 자연스러운 반응이었다. 

 

그는 '배제된 자의 서사'를 비례대표 전략으로 내세운 진보신당의 1번 카드다. 그의 서사는 역시나 비정규직으로서 '김순자'의 인생이다. 정규직의 1/3인 60만 원밖에 받지 못하는 임금, 쉴 공간 하나 없는 일터, 점심밥조차 주지 않는 비인간적 대우에 김 후보는 울산과학대 청소노동자 비정규직 노조를 결성했다. 결과는 계약해지였다.

 

8명의 조합원은 "근로기준법 준수라는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데 이게 안 먹히면 사회 정의는 무너지고 없는 거야, 내가 나가는 한이 있어도 책임질게, 함께 가자"는 김 후보의 설득에 마음을 다졌다.

 

<이하생략> 더 자세한 내용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710810

 

 

솔직히 이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당황스러웠다. 청소부가 국회의원 후보라....
아마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내 감정과 같으리라.
하지만 반성해 본다. 이런 생각이 혹시나 나의 어줍잖은 엘리트의식의 산물이지 않은지.

 

그러나 보라. 위의 이화여대 학생들과 청소노동자들의 어울림을.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모습이 125년 만에 이루어진 것이다.
어찌보면 정치라는것이 불신을 받고 그놈이 그놈이다라는 냉소주의를 탄생시킨 것은
정치는 특별한(?) 사람들의 행위여야한다는 생각과 국회의원이라는 폐쇄적 권위주의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명망가와 권력지향적인 사람들의 이너써클로 독점적 지위를 위한 정치공학. 그들만의 리그.
내가 보기에 국회의원의 아주 많은 숫자의 사람들이 자격미달이고
이번 총선에서도 진정성없는, 출세지향적인 인간들이 그럴 듯한 포장으로 국회의원 당선을 위해 위선을 떠는 것 같다.
(학벌로, 경력으로, 연줄로, 경제력으로, 말빨로, 조직으로 교묘하게 위장하며,

말로는 자신의 영광이 아닌 대의를 위해 나섰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 어찌보면 청소노동자 김순자가 더 대의를 위해 적합하고 바른 가치를 가진 사람일 수도 있다.

최소한 이 사람은 삶에 대한 아픔을 알고, 현장에서 부대껴봤으며,
인간이 어떠한 환경에서 더 나은 삶의 질을 가질 수 있는가를 이론이 아닌 몸으로 체득한 사람이니까.
-위, 아래 동영상을 보니 말도 조근조근 잘하신다.

 

 

 

청소노동자도 정치를 할 수 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치에 나섭시다!

올해는 제가 울산과학대에서 청소노동자로 살아온 지 꼭 10년째가 됩니다.

스무 살 청춘부터 청소노동자로 인생을 시작하는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저도 나이가 들어 생계를 위해 시작한 일이 청소노동자였습니다.

그러면서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을 하나 깨닫게 되었습니다.
청소노동자는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으로 취급 받았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했습니다.

그저 보이지 않는 정도라면 그나마 다행이었을 것입니다.

 

2003년, 50만 원도 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며 청소 일을 시작했습니다.
비정규직으로 7년 동안 일하고도 67만 원을 받았던 2007년 어느 날
학교 측과 계약한 용역업체는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습니다.

 

대학교라는 곳의 교수라면 많이 배운 사람들이고, 학교는 신성한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부당한 계약해지를 호소하자 시대의 양심이어야 하는 분들은 우리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교직원들은 우리를 차가운 맨바닥에 내동댕이쳤습니다.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정몽준 이사장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억울함을 설명하려고 해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청소노동자의 이야기를 학교 본관 앞에 천막을 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 싸움에 울산지역의 많은 노동자분들과 다양하게 활동하시는 분들이 연대해주셨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우리는 다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난 2012년, 저와 동료들은 여전히 저임금에 계약직입니다.
1년 일한 사람이나 10년 일한 사람이나 똑같이 시급 4500원인 용역업체 청소노동자입니다.

그런데 당적도 없던 제가 선거를 앞두고 쉽지 않은 결심을 했습니다.
진보신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출마할 결심을 했습니다.

 

제가 출마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첫 번째로 정치는 돈 많고 많이 배운 사람들이 주로 하는데, 그들이 우리를 절대 대신해줄 수 없다고 생각해서입니다.
두 번째는 우리도 직접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수많은 청소노동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저와 같은 처지에 있는 청소노동자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현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그 현실을 바꿔내고 싶어서 출마를 결심했습니다.

 

단지 개인의 고민과 선택이 아니라 저와 함께하는 동료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내린 결론입니다.
코앞에 닥쳐있는 노조 임단협에 소홀하지 않으면서도, 저는 더 큰 희망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동료들은 기꺼이 동의해주었습니다.

 

그동안 많은 정치인들이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해 준다고,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고 약속 했습니다.
그러나 청소노동자로서 10년을 지켜봐도 현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어떠한 권리도 없는 상태의 수많은 노동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우리의 권리는 우리 스스로 찾을 때 누릴 수 있다는 것을 전국의 노동자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몰라도 노동자가 직접 정치를 하는 세상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노동자 정치가 이 나라에 깊이 뿌리내리길 바라며, 진보신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출마합니다.
진정한 노동자 정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진보신당을 지지해 주실 것을 여러분께 간곡히 호소 드립니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바로 우리가 스스로 정치의 주체로 당당히 나섭시다!

 

2012년 3월 14일 청소노동자 김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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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람이 국회의원이 될려면 진보신당이 정당투표 3%를 받아야 된다고 한다.
이전 총선에서 진보신당은 2.94%인가로 아슬아슬하게 자당의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했다.
현재 여론조사는 2%이하라는 참담한 현실(더구나 2%이하면 진보신당은 해산된다고 한다)

 

현재의 진보신당을 보면 참 안스럽다.
그나마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사람들은 현실적인 이유로 다른 당으로 가버리고,
당 색깔인 빨강도 황당하게 한나라당에서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이 써버려 이미지 혼란을 오게 하고,
진보의 이름도 민주노동당이 통합진보당으로 바뀌어 그곳에 흡수되었나 생각이 들게 하고.
원내의석이 없으니 번호도 통일하지 못하여 지역구는 6번, 비례대표는 16번으로 배정받고..
어찌보면 이러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선거에 임한다는게 신기할 정도로 총체적 난국같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참 답답하고 안타까운데 그래도 그들은 참 씩씩하다.


전번 총선에서 정당투표를 진보신당으로 했는지 다른 야당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나지만
서울시장선거때는 확실히 진보신당의 노회찬후보(지금은 통합진보당으로 갔다)를 안 찍은 것만은 확실하다.
당시 진보신당과 가까운 후배 한명의 권유를 이렇게 맞받아친 기억이 있다.
"아, 씨. 나는 새가슴이라 그나마 표 많이 나올 것 같은 사람 그냥 찍을래"
그랬다. 나 역시 평범한 시민으로 모험을 하긴 싫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도 모험일까? 비례대표 정당투표는 그대로 반영이 되는데...
고민스럽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가치를 위해 투표를 한 번 해볼까도 한다.

비례대표가 일반적으로 직능대표 등을 선출하여 지역구의 한계를 보완하는 제도인데

그러한 후보가 꼭 세속적으로 성공한 사업가나, 매스컴에 의해 포장된 명망가일 필요는 없지 않는가?

 

과연 진보신당은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당당한 서기가 가능할까?

우리의 의식은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정당번호도 아득하게만 느껴지는 16번인데.....

 

어쨋든 배제된 자의 서사가 세상을 울려, 다른 세상이 가능함을 보여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