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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마간산/카라코람하이웨이따라

22.[파키스탄]마치며-자연은 좋았고, 사람들은 호의적이었다

리매진 2024. 8. 28. 23:13

이렇게 모든 일정은 끝났다.

파키스탄을 갔다지만 북쪽, 카라코람 하이웨이 주변만 다녀왔을 뿐

중부와 남부는 손대지도 못했다.

북쪽만 해도 좋은 데가 너무 많은데 그 일부만 둘러본 것이다.

어쩌면 그것도 주마간산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가본 것이 어딘가?

마지막으로 자연에 대한 아름다움보다는

특별히 기억하고픈 파키스탄인들에 대해 말하고 끝내련다.

 

파키스탄 인구가 25천 명 가량이고,

내가 그들을 충분히 만나보지 못했지만

이번 여행의 경로에 만난 사람들은 다 좋았다.

어쩌면 다들 그리 친절하고 호의적인지?

눈만 마주쳐도 웃어주며, 뭔가 도움을 주려 한다.

고개를 숙이고 가슴에 한쪽 손을 가져가며,

우리의 안녕하세요격인 앗살라무 알라이쿰까지 말하면

모든 경계는 무너지고 친구가 된다.

그들을 기억하기 위해 좋았던 몇 에피소드를 기록한다.

 

      *훈자 공사장 청년들

혼자 터벅터벅 길을 가다가 공사장 건물과 배경이 특이해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사장의 사람들이 소리치며 달려온다.

뭔가 실례했나 그러며 쫄았는데

이 청년들 같이 사진찍자고 달려온 것이었다.

셀피, 셀피 그러는데 처음에는 못 알아들었다.

알고 보니 파키스탄에서는 셀카를 셀피라고 한단다.

일하다가 달려온 이 청년들.

내 팔이 짧아 잘 안담기니까 핸드폰 달라고 해서

본인들이 나와 함께 셀피를 찍고, 다시 일하러 갔다.

쿨하고 유쾌한 청년들이었다.

 

     *얼결에 히치하이킹

숙소로 가는 대중교통이 없고, 택시도 없어 도로를 걸어가는데

지나가는 차 한 대가 섰다.(아래 지도의 1번 위치)

어디가냐고 물어 이글스네스트 그러니(파란점선이 가야할 경로이다)

운전하시던 분이 미안해 하는 표정을 지은다. 방향이 틀리다고.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뒷좌석에 있는 어린 딸이

막 손을 흔들며 너무 좋아하다가 안 타니 무척 아쉬워 한다.

다시 한참을 걸어가는데 작은 차 한 대가 또 선다.

숙소명을 말하니 일단 타라고 한다.(아래 지도의 2번 위치)

얼결에 탔는데 중간쯤, 택시탈 수 있는 곳에 내려준다.

숙소 쪽으로 가는줄 알았는데 그 차는 다른 곳으로 갔다.

훈자사람들은 이런게 일상인지 너무 자연스러웠다.

아랫마을에서 숙소가 너무 멀어 되돌아 가기에 난감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고맙다.

 

     *호퍼밸리 오토바이 청년

호퍼빙하를 보고 시간이 남아 아랫동네로 혼자 내려가 조금 놀았다.

다시 올라가 일행과 합류하여 복귀하여야 하는데

내려올 때는 몰랐지만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오르막 길을 힘겹게 올라가려 하니,

가게 앞에 있던 오토바이 청년이 흔쾌히 태워다 주었다.

미안해 뭔가 사례하려 했는데 극구 사양한다.

겨우 손잡아 끌고 음료수 하나 손에 쥐어주었다.

 

     *World of Fia&Sumi(유튜브 채널명)

발티트 성에서 같이 사진찍고 즐거워했던 어린 자매.

유튜브도 한다며 채널명을 알려주어

귀국 후 들어가 보니 그날의 영상을 올려놓았다.

내 사진과 어떻게 한글로 안녕이라는 글자까지 넣어

썸네일을 만들고뒷부분에 나와의 만남 영상을 삽입해 놓았다.

(파키스탄인 유튜브에 나오다니. 가문의 영광이어라)

 

 

애들이 직접 녹음한 나레이션을 자동번역으로 돌려보니

한국사람을 만나 재미있고 놀라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는 매우 친절하고 관대하였으며,

우리는 바로 앞에서 유튜브채널도 알려주었습니다.

그가 이 비디오를 본다면 우리를 기억할 것이길 바랍니다였다.

구독자는 1,000명이 안되고 이모가 관리해주는 것 같다.

댓글을 달아주었더니 무척 좋아 한다.

 

     *카리치에서 온 가족

거리에서 혼자 돌아다니는 나를 보고 차나 한잔하자며

노천카페로 나를 데려갔다.

파키스탄 남부도시 카리치에서 가족여행 왔다고 한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나보고 같이 가자고 한다.

뭐지? 하고 따라가니 맞은 편의 모스크였다.

아까부터 입장하고 싶었으나 통제하여 못들어갔는데

뭔가 풀려 들어갈 수 있었나 보다.

함께 고대마을까지 탐방하고 해설사와 마지막 이야기를 하는데

여기 입장료가 있고, 이분들이 내 몫까지 냈다고 한다.

아들은 내 핸드폰에 자기 번호를 입력하고 연락하란다.

생각지도 못한 파키스탄 전화번호가

이렇게 해서 내 핸드폰 연락처에 있다.

 

     *페리메도우 트레킹 파키스탄 청년들

페리메도우에서 베얄캠프까지 트레킹하는 도중 만난 청년들이다.

같은 경로라 함께 사진찍고 나는 쳐져 올라가는데,

지친 나를 보고 담요까지 내주며 누우라고 했다.

잠깐 누웠다가 일어나려 하니 릴렉스(relax), 릴렉스 그러며,

계속 누워있으라고 다독거려 준다.

덕분에 기력을 회복하고 올라갔는데, 만날 때마다 힘을 북돋아주었다.

 

 

      *가니시 골목의 아이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이 애들이다.

골목길에 들어서니 아이들이 무리져 있어 잠깐 놀았다.

그런데 이 애들이 너무 살갑고 다정해 자리를 뜨기 싫을 정도였다.

티없이 맑은 눈으로 안기는데, 내가 스르륵 녹아내린다.

 

아쉬운 발길을 돌리는데 애들이 정말 열렬한 환송을 한다.

너무 요란하고 끝이 없어 뒤돌아 사진을 찍었다.

(급하게 찍느라 사진이 다 흔들렸다)

 

그러다 이런 건 비디오로 찍어야 실감이 날듯해 다시 비디오 모드로 찍었다.

그리고 정말 진심으로 “Be happy”를 외쳤다.

그래 행복해라내 마음을 훔쳐 간 애들아.

 

 


 

파키스탄인들과 그나마 조금이라도 소통이 가능했던 것은

그들이 영어를 우르두어와 함께 공용어로 사용해서이다.

내가 영어실력이 짧아 막히면 구글번역을 이용했다.

그래서 깊은 이야기까지는 한계가 있었지만

행동과 태도에서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호의와 친절이 몸에 배인 그들의 문화에 감명받았다.

 

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에서 만난 설산의 봉우리 보다

그들이 더 가슴에 남는다.

shukriya Pakistan(슈크리아=감사합니다. 파키스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