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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저희의 인생에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리매진 2024. 6. 21. 22:54

김영 산음보건진료소장님. 퇴임을 축하합니다.
“저희의 인생에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한 시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


한겨레 신문을 보다가 가볍게 클릭한 기사의 마지막 문구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산음·석산리 마을 주민들이 김영 소장의 퇴임식 떡케이크에
적힌 문구란다.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게 부담스러운 세상,
말을 걸면 경계부터 하는 사회에 어느새 동화되어
갈수록 폐쇄적으로 돌아가는 세상을 나도 살아가서일까?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란 말이 이상할 정도로 생경하다.

찡하기까지 하다.

 

누군가에게 말을 걸어준다는 것,
특히나 소외된 사람, 취약계층에 말을 걸어준다는 것.
그들에게 말을 걸어주고 함께해 준 사람의 마지막에
그 사람들이 주는 애정의 헌사.
각박하고 파편화되어 가고 있는 세상에도,
그래도 조용히 아름다운 사람은 있는 것 같다.



[간호사 출신 시골 ‘주치의’…20년 진료 마치고 특별한 퇴임식]
기자 박종식(한겨레신문)
수정 2024-06-18 11:49등록 2024-06-17 10:30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45098.html?utm_source=copy&utm_medium=copy&utm_campaign=btn_share&utm_content=20240621


 

간호사 출신 시골 ‘주치의’…20년 진료 마치고 특별한 퇴임식

“구불구불한 산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시어 먼 곳에 사는 자식보다도 더 많은 가정을 방문하여 외롭고 힘드신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처럼 보살펴주셨습니다.” (산음보건진료소 난타반

www.hani.co.kr


“구불구불한 산길을 하루도 빠짐없이 출근하시어 먼 곳에 사는 자식보다도 더 많은 가정을 방문하여 외롭고 힘드신 어르신들을 내 부모님처럼 보살펴주셨습니다.” (산음보건진료소 난타반 정은자씨 환송사)

*오전엔 진료소에서, 오후엔 왕진
지난 12일 경기 양평군 단월면 산음리 마을회관에서 특별한 퇴임 환송식이 열렸다. 산음·석산리 주민들이 마을의 건강 지킴이였던 김영 산음보건진료소장의 정년을 맞아 손수 퇴임식을 준비했다

간호사 출신인 김영 소장은 2003년 1월3일 산음보건진료소에 부임했다. 부임 초기, 가족과 함께 사택에 살며 24시간 상주했다. 오전에는 보건진료소에서, 오후에는 가정을 방문해 진료를 봤다.
마을 주민들과 온갖 경험을 하며 가까워졌고, 몸 건강 지킴이뿐 아니라 아픈 마음마저 살피는 역할도 했다. 김 소장은 “가장 좋은 간호는 잘 듣는 것에서 시작한다”며 “진료소를 찾은 주민들이 이야기를 들어준 것만으로도 밝은 표정으로 진료소 문을 나서기도 했다”고 말했다.

*진료 공지 못 읽는 어르신 위해 한글 교실까지
김영 소장은 산음·석산리 주민들의 문학 선생님이기도 했다. 2012년 12월 마을의 한 어르신이 보건진료소 앞에서 추위에 몸을 떨며 앉아 있었다. 진료소 문에는 3시까지 가정방문이라는 공지가 붙어 있었지만, 글을 읽지 못하는 어르신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김 소장은 이를 계기로 한글 교실을 열었다. 내친김에 시 쓰기 교실도 개설했다. 시 쓰기 교실을 통해 103명의 마을 주민이 자신의 시를 갖게 됐다. 주민들은 시를 쓰며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냈다. 이를 계기로 산음·석산리 산골 마을은 ‘시인이 사는 마을’이라는 특화마을이 되었다. 

산음·석산리 마을 주민들은 이날 김영 소장에게 감사의 글이 적힌 떡케이크를 건넸다.
“저희의 인생에 말을 걸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한 시간 오래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