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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LP이야기

소장LP이야기18-신촌Blues

리매진 2023. 3. 29. 15:52

내가 무슨 블루스를 알고, 재즈를 알고 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냥 좋아하는 곡들이 있으면 수소문했고,

특별히 무슨 장르라는 것을 심각히 생각하며

음반을 구입했던 것도 아니다.

그러던 내게 처음으로 쟝르라는 걸 알게 해준 게 신촌블루스다.

신촌Blues를 통해 블루스라는 장르를 본격적으로 알 수 있게 됐고,

그것들에 대해 심취할 수 있게 한 그들의 LP음반 1/2/3집이다.

 

1986, 이정선, 엄인호, 한영애 등

포크 뮤지션을 중심으로 결성된 신촌블루스는

일종의 프로젝트 밴드다.

그때 누군가 이들을 언더그라운드 밴드라고도 했는데

그러나 그 면면을 보면 10년 이상 갈고 닦은 실력자들의 집합체다.

지금 보면 후덜덜한 멤버들이다.

그런 관록의 뮤지션들이 만든 토종 블루스의 향연이

신촌블루스 앨범에서 펼쳐졌으니 손이 안 갈 수가 없었다.


▣ 신촌Blues 1(1988/지구레코드) ▣


Side A
1. 그대 없는 거리(한영애)
2. 오늘 같은 밤(엄인호)
3. 나그네의 옛이야기(박인수)
4. 한밤중에(이정선)
5. Overnight Blues(경음악)
Side B
1. 아쉬움(엄인호, 정서용)
2. 봄비(박인수)
3. 바닷가에 선들(이정선)
4. 바람인가(한영애)

엄인호가 운영하던 신촌의 레드 제플린 카페에서

1986년부터 함께 놀던(?) 멤버들이 마침내 정식으로 낸 첫 음반이다.

박인수, 이정선, 한영애, 엄인호, 정서용 등이 노래를 부르는데

신곡과 기존의 노래를 블루스로 편곡한 곡들이 거의 반반이다.

 

*B3. 봄비-노래 박인수 / 작사작곡 신중현

1967년도 곡인 봄비를 블루스로 리메이크한 박인수의 노래는

그 끈적끈적한 여운으로 정말 봄비에 젖어들어가게 하는 것 같다

도입부의 파격적인 연주와 독보적인 창법은 경이롭기만 하다.

 

 

이슬비 나린 길을 걸으면 봄 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나 혼자 쓸쓸히 빗방울 소리에 마음을 달래고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 비 날 울려주는 봄 비

언제까지 나리려나 마음마저 어울려주네 봄 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봄 비 날 울려주는 봄 비 내리네 언제까지 나리려나

 

마음마저 어울려주네 봄 비 외로운 가슴을 달랠 길 없네

한없이 적시는 내 눈 위에는 빗방울 떨어져 눈물이 되었나

한없이 흐르네

이슬이 나린 길을 걸으면 봄 비에 젖어서 길을 걸으면

나 혼자 쓸쓸히 마음을 달래고 마음을 달래며

봄 비 봄 비 봄 비 봄 비

봄 비가 나리네 봄 비가 나리네 봄 비가 나리네

나한테 나리네 날 울려주는 봄 비

내 곁에 내려줘 봄 비가 나리네


▣ 신촌Blues 2(1989/동아기획) ▣


Side A
1. 황혼(정서용)
2. 바람인가,빗속에서(엄인호,김현식)
3. 산 위에 올라(이정선)
4. 환상(김현식)
5. 아무말도 없이 떠나요(이정선)
Side B
1. 골목길(김현식)
2. 또 하나의 내가 있다면(봄·여름·가을·겨울)
3. 빗속에 서있는 여자(정서용) 
4. 루씰-LUCILLE(엄인호)

19892기 라인업으로 제작한 신촌블루스 2집은

엄인호와 이정선을 중심으로

김현식과 정서용, 봄여름가을겨울이 게스트로 참여했다

블루스는 더 짙어지고 울림은 더 높아졌다.

현란한 연주와 깊이있는 화음으로 화려(?)하기까지 하다.

듣다 보면 황홀할 정도로 빠져들게 한다.

신촌블루스 앨범 중 가장 으뜸이지 않을까 한다.

전설이 된 김현식의 <골목길>도 이 음반에 수록되어 있다.

 

*A1. 황혼-노래 정서용 / 작사작곡 김창완

 

 

회백색 빌딩 너머로 황혼이 물들어 오면

흔적도 없는 그리움이 스며드네

빗물처럼 이렇게 외로움에 젖네

 

바람도 없는 밤길을 나홀로 거닐 때면

잊혀진 듯한 모습들이 떠오르네

불현듯이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

 

회백색 빌딩 너머로 황혼이 물들어 오면

흔적도 없는 그리움이 스며드네

빗물처럼 이렇게 외로움에 젖네

 

이렇게 또 하루가 지난다

이렇게 또 외로움에 젖네

 


▣ 신촌Blues 3(1990/동아기획) ▣


Side A
1. 비오는 어느 저녁(정경화)
2. 마지막 블루스(정경화)
3. 나그네의 옛이야기(엄인호)
4. 비오는 날(김미옥)
Side B
1. 향수(엄인호)
2. 이별의 종착역(김현식)
3. 그댄 바람에 안개로 날리고(이은미)
4. 신촌 그 추억의 거리(연주곡)

멤버가 많이 정리(?)되었다.

김현식, 정경화, 이은미, 엄인호, 김미옥 등

5명의 남녀 보컬리스트들이 노래를 불렀지만

어쩌면 엄인호의 신촌블루스로 안착되기 시작한 앨범이다.

앨범쟈켓 뒤에도 아예 정경화*엄인호라고 크게 써 있다.

재즈의 색채가 강화되었고, 곡들은 더 차분하고 쓸쓸하다.

제목에서부터 어떤 페이소스, 인생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이 음반도 선물로 받았나 보다.

쟈켓 앞면 아래쪽에 증정자 사인이 있는 걸 보니.....

나는 그동안 까마득히 잊고,  거의 다 내가 직접 구입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보니 선물로 받은 게 꽤 있다.

소장LP이야기 시리즈의 포스팅을 위해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보니

그 흔적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이 기회에 그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어디에선들 음반 주고받은 심성처럼 아름답게 살길.

 

*B1, 향수-노래 작사작곡 엄인호

3집에서 정경화의 <비오는 어느 저녁>, 김미옥의 <비 오는 날>도 좋지만

이 곡이 더 신촌블루스답다. 리듬 죽여준다.

연주가 일품이고 엄인호의 보컬과 기막히게 화음을 이룬다.

 

 

 

푸른 하늘 아래 고향을 어젯밤 꿈속에서 나는 보았네

시냇물 맑게 흐르는 흰 구름 쉬어가는 마을엔

이젠 봄이 한창 이었네

꿈에서 깨어 나는 우네

둘러본 사방에는 아무 아무도 없어 슬픔에 울다 잠들어

또 다시 다시 찾아보는 고향 땅이 저기 보이네

 

이제 고향 찾아 가려네 흰 구름 앞세우고 나는 가려네

친구들 내게 달려와 잡아주는 그 손길에

이제 나는 행복하겠네


 

*B4. 신촌, 그 추억의 거리-연주곡 / 작곡 엄인호

3집에서 이상하게 보컬 곡보다 더 좋아했다.

가만히 들으면 내가 신촌의 대학을 나오거나 주활동지가 아니었는데도

그 거리에 대한 연민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신촌기차역에서 백마역 화사랑, 장흥역, 파주 간이역 가던 날이 언제였드라.

그 날의 설레임은 아직도 기억나는데, 다른 모든 것은 변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