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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LP이야기

소장LP이야기20-노찾사

리매진 2023. 4. 10. 02:54

드디어 민중가요, 소위 말하는 운동권 노래가 정식음반을 발매했다.

그동안 기타 하나, 북소리나 풍물에 기대어

은밀(?)하게 불러지던 노래들이

합법(?)적인 경로로 우리에게 다가온 것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이름으로 드디어 정식앨범을 낸 것이다.

보유하고 있는 것은 노찾사 정규앨범 전부와

그 기간에 참여한 기획앨범 1장해서 LP로만 총 5장이다.

 

80년대에 대학가는 이유가 대학가요제에 나가는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지만,

또 한쪽에서는 민주화운동의 하나로

사회변혁을 위한 대학노래패들이 번성했다..

내가 알기로는 처음에는 서울대학교 '메아리', 고려대학교 '노래얼',

연세대 울림터', 이화여자대학교 '한소리', 성균관대학교 '소리사랑'

메이저대학에서 시작되었고,

80년대 중반부터는 노래패가 없는 대학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들, 노래운동하던 사람들의 결실이

마침내 비합법의 카세트테이프 유통시대를 넘어

정식적인 음반으로 모인 것이 노찾사가 아닌가 한다.

수 많은 사람들이 그 멤버였는데,

내 기억으로는 노래그룹 노찾사로 알아왔지

개인 멤버들에 대한 부각은 없었다.

김광석, 안치환, 권지원, 윤선애, 조경옥 등이 알 만한 사람들 일거다


 

▣ 노래를 찾는 사람들 1(1984/서라벌레코드) ▣


Side A
1. 갈 수 없는 고향 (박미선
2. 바람 씽씽 (여자들 남자들)
3. 산하 (김병준)
4. 내눈길 닿는 곳 어디나 (조경옥)
5. 그루터기 (남자들)
Side B
1.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 (설문원)
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어린이들)
3. 기도 (박미선)
4. 바다여 바다여 (조경옥)
5. 너와 내가 (건전가요)

김민기 주도로 각 대학 노래패 출신들을 모아 만든 첫 정규앨범.

수록곡들을 보면 얼마나 심의 통과를 위해 고심했는지 드러난다.

사전검열을 피해 순화된 노래만 실어 마치 구전가요의 리스트 같다.

극단적으로 이야기 하면 어른들이 부르는 동요들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84년 1집은 정부의 억압적 분위기 탓에

소량만 시중에 유통되고 사장되었다.

군사정권의 탄압을 두려워한 제작사 서라벌레코드가

1집의 공식 배포를 포기하고, 창고로 직행시킨 것이다.

그러다 1987년 민주화의 진전으로

서울음반에서 재출시해 본격적으로 유통됐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것이 이 1987년 재발매본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서라벌레코드의 1984년 초반본.

쟈켓 뒷면 하단 서라벌레코드 로고 위에  "1984.11.15. 제작" 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비공식적으로 흘러나온 것을 구한 것 같은데

어떤 경로로 입수하였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이 음반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처음 들었을 때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다.

항상 열악한 환경에서 불완전한 음향으로 들었던 이 노래를

정식으로 레코딩한, 제대로 된 음질로 들으니

눈물이 날 정도로 감동이었다.

대금소리, 피리소리, 북장단과 함께 들려오던 청아한 노래의 화음.....

지금 다시 들어도 그 선율과 가락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B2.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노래 어린이들 / 작사 이상화 / 작곡 변규백

 

 

나는 온 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는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 따라 꿈 속을 가듯

정처 없이 걸어가네 걸어만 간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았네 빼았기겠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을 매던

그 들이라도 다 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았네 빼았기겠네

나는 온 몸에 풋내를 띠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절며 하루를 걷네.

봄 신명이 지폈나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았네 빼았기겠네


▣ 노래를 찾는 사람들 2(1989/서울음반) ▣


Side A
1. 솔아솔아 푸르른 솔아
2. 광야에서
3. 사계
4. 마른잎 다시 살아나
5. 그날이 오면
Side B
1. 저 평등의 땅에
2. 이산하에
3. 오월의 노래
4. 잠들지 않는 남도

어쩌면 19876월 항쟁의 성공(?)으로 탄생이 가능했던 앨범.

1집이 조심스러운 타협의 산물이었다면

2집은 숨죽여 몰래 부르던 민중가요들을

당당하게 제도권(?)으로 쏘아올린 기념비적인 것이다.

나도 잊고 있던 사실인데 <솔아 푸르른 솔아>, <광야에서>, <사계> 등은

당시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 동시에 랭크되기도 했다고 한다.

민중가요 계열 음반 중 가장 많이 팔린 앨범이 2집이고,

지금도 노찾사 하면 이 음반을 떠 올릴 듯 하다.

개인적으로도 이 음반에 실린 곡은 다 좋아했다.

 

*B2. 이산하에-노래 노찾사 / 작사작곡 문승현

 

 

기나긴 밤이었거든 압제의 밤이었거든

우금치 마루에 흐르던 소리 없는 통곡이어든

불타는 녹두 벌판에 새벽빛이 흔들린다 해도

굽이치는 저 강물 위에 아침햇살 춤춘다해도

나는 눈부시지 않아라

기나긴 밤이었거든 죽음의 밤이었거든

저 삼월 하늘에 출렁이던 피에 물든 깃발이어든

목메인 그 함성소리 고요히 어둠 깊이 잠들고

바람부는 묘지 위엔 취한 깃발만 나부껴

나는 노여워 우노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기나긴 밤이었거든 투쟁의 밤이었거든

북만주 벌판을 울리던 거역의 밤이었거든

~~ 모진 세월 모진 눈보라가 몰아친다해도

붉은 이 산하에 이 한목숨 묻힌다 해도

나는 쓰러지지 않아라

폭정의 폭정의 세월 참혹한 세월에

살아 이 한 몸 썩어져 이 붉은 산하에

살아 해방의 횃불아래 벌거숭이 산하에


▣ 노래를 찾는 사람들 3(1991/서울음반) ▣


Side A
1. 그리운 이름
2.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3. 귀례이야기
4. 녹두꽃
5. 만화경
Side B
1. 선언
2. 사랑노래
3. 의연한 산하
4. 일어서는 사월
5. 임을 위한 행진곡

학교를 졸업한지 꽤 된지라 이 앨범부터는

아는 곡과 모르는 곡이 반반 정도이다.

80년대의 기존곡과 90년대의 신곡이 반반으로 수록된 것이다.

영원한 명곡 <임을 위한 행진곡>3집에 실려있다

 

노찾사 음반의 영향이여서였는지

이제는 어느 정도 민중가요가 대중화되어 거부감이 없어졌다.

가끔씩 영화배경음악으로도 민중가요가 등장했을 정도였다.

우스운 것은 영화베드신에도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깔리기도 했다.

변장호 감독의 영화 밀회에서이다.

최명길 이영하 주연의 이 영화를 나는 대한극장 맞은 편의 극동극장에서 봤다.

특별하지도 않은 이 영화를 지금까지도 극장까지 기억하는 것은

둘의 베드신이 시작되자 뜬금없이 배경음악으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 깔려 순간 당황, 황당해서이다.

트럼펫으로 편곡한 것이었던 같다.

 

*A2.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노래 노찾사 / 작사 양성우 / 작곡 최병선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기나긴 죽음의 시절 꿈도 없이 누웠다가

신새벽 안개속에 떠났다고 대답하라

저 깊은 곳의 영혼의 외침

저 험한 곳의 민중의 뼈아픈 고통

내 작은 이 한 몸 역사에 바쳐 싸우리라 사랑하리

 

청산이 소리쳐 부르거든 나 이미 떠났다고

흙먼지 재를 쓰고 머리풀고 땅을 치며

나 이미 큰 강 건너 떠났다고 대답하라

저 깊은 곳의 영혼의 외침 저 험한 곳의

민중의 뼈아픈 고통

내 작은 이 한 몸 역사에 바쳐 싸우리라 사랑하리


▣ 노래를 찾는 사람들 4(1994/서울음반) ▣


Side A
1. 동지를 위하여
2. 무쏘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3. 동물의 왕국
4. 끝나지 않은 노래
5. 우리 큰 걸음으로

Side B
1. 떠나는 그대를 위하여
2. 진달래
3. 사계
4. 노래
5. 떠나와서
6. 백두에서 한라, 한라에서 백두

1990년대 중반의 변화한 시대에 대응하여 신곡 위주로 발매한 음반.

아는 곡은 80년대에도 불렀던 3곡 정도이고나머지는 당연히 모르는 곡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큰 감흥을 갖지 못했다.

 

요즘 이상한 놈들이 시비를 하는 <죽창가>가 여기에 실려있다.

죽창가의 원제는 <노래>로 앨범에도 정식 제목으로 되어있다.(Side B4)

<죽창가>는 부제로 우리도 이 곡명을 <노래>와 혼용해 썼는데

언제부터인지 자꾸만 죽창을 강조하며이상한 견제를 하고 있으니 한심하다.

노랫말도 정말 빼어나고 처절한 아름다움이 있는 명곡인데

그 곡해된 시선이 안타깝기만 하다.

 

의외로 노찾사 정규앨범 중 가장 귀한 대접을 받는 게 이 4집이란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5월 들어 온라인 중고 엘피점, 당근마켓은 물론 신설동 풍물시장과 동묘, 황학동 엘피 전문점을 샅샅이 뒤졌다. 그러나 어디에도 <노찾사 4집> 엘피는 고사하고, 시디도, 카세트테이프도 없었다. 황학동 한 엘피전문점 사장은 “1990년 초 국외에선 엘피 제작을 끝내고 시디로 넘어간 시기라 국내에서도 94년 나온 노찾사 4집이 엘피 시대의 거의 마지막 음반이고, 그나마 팔리지 않아 몇장 찍지도 못했다. 어딘가에서 발견하면 최소 50만원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귀띔하며 “음질이 그때와 같을 순 없지만 재발매반을 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한겨레 신승근기자의 기사 < 나의 짠내수집일지 >중에서 발췌

 

*B2. 진달래-노래 김은희 / 작사 이영도 / 작곡 한태근

 

<노래=죽창가>는 전에 한 번 포스팅 한적이 있으니

<진달래>라는 곡을 여기서는 소개한다.

무공해 청정의 목소리로 부르는 애절한 곡,

4.19의거를 추모하며 이영도 시인이 쓴 시에 곡을 붙였다.

곡은 단순하고 짧은데 이 노래만 들으면 이상할 정도로 가슴이 찡하다.

누군가가 노찾사 1992년 공연실황을 올려놓았다.

가정용 캠코더로 대충 찍은 조악한 라이브 기록임에도 불구하고

워낙 노래가, 육성이 좋으니 잡음 속에서도 그 울림을 그대로 전해준다.

반주가 필요없는 천상의 목소리, 김은희다.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묏등마다

그날 쓰러져간 젊음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엔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


▣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1991/국제음반) ▣


Side A
1. 언제나 시작은 눈물로 (윤선애)
2. 닫힌 교문을 보며 (노래마을과 선생님들)
3. 가보고 싶어 (김재원)
4. 노래하나 햇볕 한줌 (조경옥)
5. 참교육의 함성으로 (연주곡)
Side B
1.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노래를 찾는 사람들)
2. 그리운 방학 (설문원)
3. 못다핀 꿈을 위하여 (정태춘)
4. 잘가오 그대 (윤선애,이현관)
5. 어머님 말씀 (이혜원)  

아침을 여는 노래 1집으로 나온 컴필레이션 앨범이다

윤선애, 정태춘, 노래마을과 선생님들, 김재원, 조경옥,

설문원, 이현관, 이혜원 등 다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노찾사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이란 곡을 부른다.

청소년과 교사, 그리고 모두의 밝은 내일을 위하여

애쓰시는 분들에게 이 작은 노래를 드립니다

쟈켓앨범 앞면에 적혀 있는 것처럼 교육관련 내용이 주종을 이룬다.

 

*B1.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노래 노찾사 / 작사 김남주 / 작곡 변계원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투쟁속의 동지 모아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동지의 손 맞잡고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어차 건너 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어차 넘어주고

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어차 건너 주자

해 떨어져 어두운 길을 서로 일으켜주고

가다 못 가면 쉬었다 가자 아픈 다리 서로 기대며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마침내 하나됨을 위하여

 


노찾사가 합법적인 경로로 발매한 정규앨범을 이 포스팅을 위해 전부 들어본 느낌은

이것도 어느 정도 타협의 산물이구나였다.

곡 리스트들이 정말 격렬한 투쟁가들과

너무나 안스러운(?) 곡들은 대부분 제외했다.

 

노찾사의 앨범들이 분명 민중가요를 대중들에게 더 가까이 가게 했지만

그 현장에서 들었던 전율은 다 불러내지 못했다.

노찾사에게 미안하지만 80년대 대학가나 거리에서

손뼉이나 팔뚝질로 장단 맞춰가며 목청껏 불러대던

현장의 감동까지는 다 살려내지 못한 것 같다.

하긴 당시의 그 뜨거운 열기와 분노의 함성은

아무리 좋은 시설과 장비도 살려낼수 없는 격렬의 아우성이었으니....

 

80년대에는 조용필, 이문세 같은 대중가수가 기세를 떨쳤지만

또 한쪽에서는 끝없는 저항으로 처절하게 불러대던 노래들도 있었다.

노찾사는 그 노래마저 불온시 되어 잡혀가던 시절에

그 억압의 굴레를 뚫고 자리잡은 첫 노래집단이다.

이후 전단지나 유인물처럼 암암리에 전해지던 그 노래들은

모음집 형태의 책자로도 나오기 시작했다.

 

아래 책이 지금도 가지고 있는 그 노래집 중의 하나.

발행일이 1988년으로 되어 있는데 이게 제대로 된 첫 노래집인 것 같다.

그전에도 필사본 형태의 노래집 같은 것은 있었는데

이렇게 체계적으로 집대성한,

정식인쇄하여 판매본으로 나온 것은 이것이 처음이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