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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LP이야기

소장LP이야기21-김민기

리매진 2023. 4. 19. 22:39

노찾사도 양희은도 나왔는데 어떡하다 김민기가 늦었다.

김민기.... 이름을 부르기만 해도 한때는 조심(?)스러웠던 이름.

가요계 불온의 대명사. 금지곡의 또 다른 이름.

이렇게 보면 무슨 도깨비같고, 엄청 과격한 인물같다.

노래에는 피가 철철 넘치고 천지를 뒤흔드는 투쟁가를 부른 것 같다.

목소리도 우렁차고 행동도 과격할 것 같다.

 

70년대에 무려 30여 곡이 금지곡이 되었고,

곡을 본인의 이름으로 발표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럴 만하다.

그런데 그의 곡을 몇 곡 들어보라.

곡 리스트들을, 노랫말을 하나하나 읽어보라.

제목도 서정적이지만 노래가사도 거의 다 서정적이다.

물론 은유도 있기야 하겠지만

노랫말은 더없이 아름다운 서정성을 보인다.

 

맞다. 김민기는 포크뮤지션이다.

그는 여기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는듯 하다.

사랑과 낭만을 주로 다룬 여타 포크가수들에 비해

그는 시대의 아픔과 소외된 자들에 대한 속 깊은 시선으로

음악적 소재를 확장시킨 것이 죄라면 죄.

그 덕분에 그는 군부독재, 어두운 시대에 가요계의 가장 위험인물이 되었다.

 

김민기, 그는 목소리도 저음이다.

중저음, 약간은 수줍은 듯한 목소리로 부르는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이 사람이 정말로 야만의 독재시대를

가장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인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 김민기 1(1987/현대음반) ▣


Side A
1. 아하 누가 그렇게
2. 친구
3. 바람과 나
4. 저 부는 바람
Side B
1. 길
2. 아침이슬
3. 그날
4. 종이연

 

1971년 발매된 1집은 김민기의 연행과 함께 모두 압수되었다.

김민기 수난의 역사만큼 이 음반도 다양한 버전이 존재하는데

대도레코드 라벨로 된 것이 초반이라고 한다.

이건 당연히 구하기 힘든 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김민기의 음악이

6월 항쟁 이후 비로소 금지곡에서 해제되어 나온

1987년 현대음향의 보라색 쟈켓 버전이다.

1990년에 또 한 번 발매했는데이것은 쟈켓이 흰색으로 되어 있다고 한다.

초반부터 여러 버전으로 나온 1집은

앨범쟈켓 기본디자인은 같은데 배경색과 수록곡은 조금씩 다르다.

 

아래 블로그 글이 가장 신빙성 있는 정리인 것 같다.

https://blog.naver.com/ssschanggg/222624923872

 

김민기 1집 버전 정리

(lp갤러리에 썼던 글에서 발췌) 김민기 1집은 네 가지 버전의 원반이 있고 총 두 차례 재발매되었습니다. ...

blog.naver.com

 

1집에 나중에 전설이 된 <아침이슬>이 처음 수록되었는데

우습게도 이 곡이 1975에는 정부 예술문화윤리위원회에서 지정한

건전가요 리스트에 추천되었다가 금지곡이 되었다고 한다.

 

*A2. 친구-김민기(노래/작사/작곡)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 하려나

눈 앞에 보이는 수많은 모습들 그 모두 진정이라 우겨 말하면
어느 누구 하나가 홀로 일어나 아니라고 말할 사람 누가 있겠소
눈 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저 멀리 들리는 친구의 음성 달리는 기차 바퀴가 대답 하려나


 

*A4. 저 부는 바람-노래 김민기 / 외국곡 번안

 

 

누가 보았을까 부는 바람을

아무도 보지 못했지 저 부는 바람을

누가 들었을까 부는 바람을

아무도 듣지 못했지 저 부는 바람을

누가 알았을까 아픈 이 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지 이 아픈 마음을


 

▣ 김민기 시리즈 3(1993/서울음반) ▣


Side A
1. 상록수
2. 기지촌
3. 가뭄
4. 식구생각
5. 서울로 가는 길

Side B
1. 늙은 군인의 노래
2. 강변에서
3. 주여, 이제는 여기에
 - 연극 "금관의 예수" 중에서
4. 소금땀 흘리흘리/땀흘려 거둔 음식
 - 노래극 "개똥이" 중에서

 

1993년에 발매된 일종의 컴필레이션 세트 앨범이다.

정규앨범이나 몇 번째 앨범 개념은 아니고

그동안의 김민기 노래를 집대성한 시리즈.

가끔씩 이 시리즈 순번따라 김민기의 1, 2, 3, 4집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 기획앨범 세트에 그동안 심의거부의 미수록곡,

금기의 인물이라 타인명의로 발표된 곡,

그동안 다른 사람들에게 준 자신의 곡 등을 다시 불러

4장의 LP시리즈로 서울음반에서 발매했다.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시리즈 중 3번째 앨범인데 왜 이것만 있는지 모르겠다.

굳이 우열을 가릴 필요는 없지만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 중 이 음반에 수록된게 가장 좋은 것 같다.

 

*A1. 기지촌-김민기(노래/작사/작곡)

-기타 :김민기 / 베이스 기타 : 이훈석 / 같이부른 사람 : 한영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김민기의 수작이다.

 여리고 나즈막하지만 그 깊고도 섬세한 표현에 감탄했다.

 뒤에 기막히게 깔리는 여자 백코러스는 한영애 목소리다

 

 

서산 마루에 시들어지는 지쳐버린 황혼이

창에 드리운 낡은 커텐 위에 희미하게 넘실거리네

어두움에 취해 버린 작은 방안에 무슨 불을 밝혀둘까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뵈질 않네

 

가로등 아래 장님의 노래는 아무한테도 들리잖고

자동차 소리 개 짖는 소리에 뒤섞여서 흩어지네

시계소리 내 귓전을 스치더니만 창밖으로 새어나가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들리잖네

 

밤거리에는 낯선 사람들 떠들면서 지나가고

짙은 화장의 젊은 여인네들이 길가에 서성대네

작은 별들이 하나 둘 떨어지더니 하늘 끝으로 달아나

오늘 밤에는 무슨 꿈을 꿀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아무것도 남지 않았네


 

*B2. 강변에서 -김민기(노래/작사/작곡)

- 기타 · 신디사이저 : 김민기 / 베이스 기타 : 조동익 / 같이부른 사람 : 장필순

 

 

서산에 붉은 해 걸리고 강변에 앉아서 쉬노라면
낯익은 얼굴이 하나 둘 집으로 돌아온다
늘어진 어깨마다 퀭한 두 눈마다
빨간 노을이 물들면 왠지 맘이 설레인다

강 건너 공장의 굴뚝엔 시커먼 연기가 펴 오르고
순이네 뎅그런 굴뚝엔 파란 실오라기 펴 오른다
바람은 어두워 가고 별들은 춤추는데
건너 공장에 나간 순이는 왜 안 돌아 오는 걸까

높다란 철교 위로 호사한 기차가 지나가면
강물은 일고 일어나 작은 나룻배 흔들린다
아이야 불 밝혀라 뱃전에 불 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 저어라 열여섯살 순이가 돌아온다
라라라 라라라 노 저어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아이야 불 밝혀라 뱃전에 불 밝혀라
저 강 건너 오솔길 따라 우리 순이가 돌아온다


김민기를 개인적으로 처음 본 것은

1987년, 탄광촌 이야기를 담은 <아빠 얼굴 예쁘네요공연 때인 것 같다.

일종의 노래극이였는데 특이하게 무대배경과 스토리 일부분을

멀티슬라이드로 보여주는 시도를 하였다.

신촌에 있었던 소극장으로 기억하는데 그때의 극장명과 극단이름은 모르겠다.

그후 김민기의 주활동지였던 연우무대와 학전도 여러 번 갔었는데

그때도 몇 번 보았다.

악수하고 대화할 만큼의 관계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