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듣다가 전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
소름(?) 끼치는 전율이 감돌아 멍해지는 노래를.
뭔가 오묘한 느낌인데 장엄한 곡,
알 수 없는 감동에 어리둥절하며 찾아보니
그 곡은 이동원의 불새(1980년/한국음반)였다.
처음 이 곡을 들었을 때는 한마디로 경이로웠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못 들어본 음악 스타일.
신비롭고도 몽환적인 음과 분위기로 사람을 몰아친다.
굳이 비교하자면 고교시절,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King Crimson의 Epitaph이란 곡을
처음 접했을 때 심정이었다.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사운드와 파격적인 메시지로
나를 얼떨떨하게 했던 <불새>는
그러나 내가 음반을 사기 시작 전에 나온 거라
그 당시에 중고로 겨우 구했다.
오직 <불새>가 수록되어 있기에 찾아헤맸고,
이 곡 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음반이었다.
속의 가사지도 없는 것이어도 감지덕지 했다.
그래도 구한 게 어디냐고 생각한 것 같다.
불새는 지금 들어도 감탄이 나온다.
이후에도 국내가요에서 이만큼, 이런 분위기를 살린 곡을 못 들은 것 같다.
Side A 1.사랑의 순간(작사 김도향 / 작곡 김도향) 2.휘파람을 부세요(작사 이장희 / 작곡 이장희) 3.우리 이제 그만 만나요 4.한소녀가 울고 있네(작사 이장희 / 작곡 이장희) 5.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작사 이장희 / 작곡 이장희) |
Side B 1.불새(작사 김도향 / 작곡 김도향) 2.흐르는 길(작사 장재훈 / 작곡 강근식) 3.자정이 훨씬 넘었네(작사 이장희 / 작곡 이장희) 4.님(작사 이주원 / 작곡 이주원) 5.저녁노을(작사 이정화 / 작곡 신병하) |
*B1. 불새-노래 이동원 / 작사 김도향 / 작곡 김도향
(여자 허밍)나~나나나나 나~나나~~
부서진 손잡이를 움켜쥐고 왜 나는 문을 열려 하는가?
그 속에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이 이토록 나를 끌어 당기나?
그 속에 그 속에 뭐가 있나? 그 속에 그 속에 뭐가 있나?
그 속에 그 속에 뭐가 있나?
(여자 허밍)나~나나나나 나~나나~~
나는 왜 저 하늘의 천사처럼 순결한 기쁨을 갖지 못했나?
내 몸 안에 또 누가 있길래 이토록 나를 불 태우려 하나?
내 안에 내 몸 안에 또 누가 있나?
내 안에 내 몸 안에 또 누가 있나?
(여자 허밍)나~나나나나 나~나나~~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그 나라가 임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 지소서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에게 잘못한 일을 우리가 용서하듯이 우리 죄를 용서하시고
우리를 유혹에 빠지지 말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아멘
(여자 허밍)나~나나나나 나~나나~~
현재 유튜브에 올라온 초반본의 쟈켓 사진으로 제공되는 것이
꼭 오리지널 버전은 아니다.
햇갈리게 4인의 힛송모음집 앨범쟈켓이 나온
위에 링크된 것이 오히려 오리지널 버전이었다.
처음에 바로 여자 허밍나오는 게
내가 가지고 있는 LP판에 수록된 1980년도 오리지널이고.
처음을 파도소리로 시작하는 거와
처음을 이동원의 주기도문 같은 거로 시작하는 것은 이 앨범의 재발매가 아닌,
이후 다시 재녹음한 것이다.
작사 작곡한 김도향 버전도 따로 있다.
이 LP 음반에는 B-1 <불새> 이외에도 우리에게 익숙한,
다른 사람들의 곡들을 이동원이 불렀는데
B-4 <님> 외에는 개인적으로는 그저 그렇다.
곡은 단순한데 <님>, 이 곡이 이상하게 좋다.
어쩌면 충격적이고 이색적인 음반인데
앨범 쟈켓은 의외로 촌스럽고 난삽하다.
*B4. 님-노래 이동원 / 작사 이주원 / 작곡 이주원
저~마다 사람은 님을 가졌어라~.
내~ 님은 구름처럼 멀리 떠나 있소.
눈~ 뜨면 꿈 속의 님을 잃을까 봐
감은 눈자욱에 눈물 고여오네
에~헤~야~데야 까~꿍~ 에~헤~야~데야 까~꿍~
나는 <불새>, 이 곡이 <유홍종의 불새>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불새>의 주제곡이라고 지금까지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이번에 찾아보니 <유홍종의 불새>는 영화화되지 않았고,
<최인호의 불새>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있었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더 검색해 보니 유홍종 소설은 드라마로 만든 적만 있고,
최인호의 불새를 이경태 감독이 영화로 만들었다.
이정재, 손지창, 오연수가 나오는 김영빈 감독의 1997년의 불새는
이 영화의 리메이크 버전이다
그런데 1980년 작인 <최인호 원작의 영화 불새>는 관람했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왜 그동안 이 곡을 <유홍종의 불새>에서 나왔다고 생각했을까?
아마도 곡 분위기가 유홍종 소설과 닮아서 였던것 같다.
문명과 신화, 원초적 갈등과 관능, 꿈과 현실이
도시와 섬으로 묘하게 어우러져 나를 매료시켰던 작품이었다.
신비롭고도 환상적인 유홍종의 불새는
영상소설이란 특이한 쟝르의 사진집도 나왔는데
나는 그 일련의 과정을 무척 인상깊게 보았다.
화보사진집은 청불. 반누드로 굉장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윤영실이라는 모델로 섬에서 찍었는데
구도나 흑백의 극한 대비, 장면설정이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다.
이 사진은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놓은 건데 출처를 밝히려 다시 찾아도 검색에 안 걸린다. 원래 올린 분에게 죄송. |
태멘이라는 젊은 문화기획 그룹에서 기획한건데
전위적이고 실험적인데다 작품성도 뛰어나 화제가 되었다.
이것을 보고 사진학과로 진로를 결정한 사람들이 있을 정도였다.
사진은 나중에 상당히 유명해진
김중만, 이병훈, 구자호, 김영수, 배병우, 이남수, 김광수 등이 작업을 했다.
나는 소설은 읽었고, 화보집은 구매여부가 기억나지 않고,
종로서적에서 몰래 훔쳐봤던 것 같기도 하다(정확하지 않다)
또 이 곡을 유홍종의 불새와 연관하게 한 것은
박원웅의 낭독 때문인 것도 같다.
<불새>, 이 곡을 배경음악으로 시를 낭독했는데
이 내용이 소설과 분위기나 유추되는 스토리가 유사하다,
이렇게 장소와 분위기가 겹치다 보니,
불새에 대한 소설, 영화, 사진집, 시 낭송, 노래의 일관작업으로 여겼나 보다.
비슷한 시기에 이 작업들이 이루어지고, 곡도 발표되어
나는 지금껏 유홍종의 소설 <불새>가 근간이 되었다고 생각한 듯 싶다.
*시낭송 불새(낭송 : 박원웅 / 시 : 송재)
그곳에는 깍새섬이라는 섬이 있었습니다.
전설의 섬이죠.
파도 치고, 먹 구름이 온통 덮는 날
낙엽에 맞아 상처 입은 여인 하나 밀려왔습니다.
여인은 깍새섬을 온통 헤매 다녔습니다.
밤이 되어 어느새 여인은 지쳐 잠이 들었고
누군가 옆에서 불을 피웠습니다.
한 참이 흘렀어요.
따뜻한 열기에 눈을 떴지요.
불빛에 반갑게 웃고 있는 사람은 남자였습니다.
여인은 몇 번인가 몸을 일구었지만
그럴수록 늪으로 빠져들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새벽이 오고 여인이 눈을 떴을 때
새 한 마리가 여인 옆에 행복한 듯이 죽어 있었습니다.
여인은 깍새섬을 떠났고 ..
사람들은 그 새를 불새라고 불렀습니다.
뜨겁게, 뜨겁게, 타오르다 죽어갔다구요.
어쨌든 누가 확실히 적어놓은 기록을 못 찾았는데
1980년 작인 <최인호의 불새 영화> 음악 스태프로
불새를 작사작곡한 김도향이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유홍종이 아닌 최인호 원작의 영화음악이 이 곡인 듯 하다.
기억의 오류를 이렇게 하나 정정한다.
이런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은
프랑스 출신의 멀티 인스트루멘틀리스트 Eric Levy가 결성한
<ERA>의 곡들을 들어보길,
<Enigma>와도 비슷한 한데 <ERA>가 더 신비스럽고 웅장하게,
고대의 합창과 현대의 소리를 조합하여 우리에게 전달한다
불새, 이곡이 삽입되었다는 최인호 원작 영화가 보고 싶어
열심히 찾아보았으나 흔적조차 없고(망실된 듯)
유홍종 원작으로 하는 TV문학관은 KBS가 올려놓았다.
(이 드라마의 음악은 이동원이나 김도향과 관계없다)
소설이나 영화, 사진집은 절판되어 다시 볼 방법이 없으니
이거라도 보며 옛 기억을 되살렸다.
뭐가 됐든, 누구의 것이었든, 어떤 작업이었던가를 불문하고
그 당시 불새는 내 감정선을 건드린 경탄스러운 것이였다.
그리고 어쩌면 나도 그 시절 불새를 찾아다녔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때 내가 찾는 불새는 무엇이었을까?
그때 날아간 불새는 지금 어디를 날아가고 있을까?
*드라마 불새(TV문학관-KBS)
-시작부분에 아주 잠깐 오디오가 안 나오나 이후는정상이다.
-김미숙의 젊은 시절, 야릇한 청초함도 볼 수 있다.
▣ 2023년 8월 1일 추가 사항 ▣
댓글로 윌리님이 이 영화를 가지고 있다고 하여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이동원의 노래는 타이틀씬과 엔딩씬에 나온다.
불새(1980)
감독 : 이경태
원작 각본 : 최인호
음악 : 김도향
노래 : 이동원
출연 : 신일룡 이영하 장미희 오수미 이미숙
'*소장LP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장LP이야기13-김완선/손무현 (0) | 2023.03.08 |
---|---|
소장LP이야기12-데이지(DAISY) Hello! Miss Daisy (0) | 2023.03.03 |
소장LP이야기10-박영민 애화의 푸른 구두 (0) | 2023.02.19 |
소장LP이야기9-인순이 에레나라 불리운 여인 (2) | 2023.02.17 |
소장LP이야기8-명혜원 청량리부르스 (0) | 2023.0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