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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과 위로하다

리매진 2022. 1. 20. 04:46

만남이 쉽지 않듯 헤어지기도 어려워라
봄바람이 힘을 잃자 꽃들이 시드네


봄누에 죽음에 이르자 실이 끊기고
촛불은 재가 되고 굳은 눈물만 남았네

새벽에 거울 보며 흰머리에 시름 일고
한밤에 달 앞에 서서 문득 처량함을 느끼네

봉래산을 가보려 해도 길을 모르겠으니
파랑새야 나를 위해 한 소식 전해주기 바라네

 

며칠 전에 중국영화 심플 라이프(A Simple Life. 桃姐)를 보는데
마지막 장면으로 위의 대사가 나오며 끝난다.
심플라이프 영화정보는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66091

 

심플 라이프

Daum영화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세요!

movie.daum.net

뭔가 울림이 있어 찾아보니 그 구절은 영화에서 창작한 대사가 아니라
당나라 시인 李相隱(이상은)의 시 無題(무제)란다.
相见时难别亦难,东风无力百花残。
春蚕到死丝方尽, 蜡炬成灰泪始干。
晓镜但愁云鬓改,夜吟应觉月光寒。
蓬山此去无多路,青鸟殷勤为探看。

 

그런데 나는 그 대사가 나오는 분위기와 내용에
즉각적으로 노래 하나가 떠올랐다. 아래 노래.
감정선이나 느낌이 이상하게 똑같이 느껴져 여러번 들었다.

          *옛 절을 지나며
-청허당 禪詩에 한보리씨가 곡을 만들다
-노래 : 오영묵, 허설
-노래를 부른 오영묵은 친구 형이다.

 

  
빈 절은 문이 닫혀 쓸쓸한데
떨어진 꽃잎 발길에 채이네

동에서 부는 바람은 오고가고
달빛에 마음이 베이누나

꽃 지도록 스님은 보이지 않고
봄에 든 길손 돌아 갈 길 없네

바람은 둥우리 속 학을 종일 흔들고
구름은 스님의 옷깃에 스미네 

영화속 대사의 원작자인 이상은(812년~857년)이 산 시대는 당나라 시대.
노래의 원작자 청허 휴정(1520~1604)이 산 시대는 조선시대.
옛 절을 지나며 노래를 만든 시기는 2001년.
심플 라이프 영화제작연도는 2011년.
그리고 영화를 보고 노래를 음미한 지금은 2022년 1월.

1,000년이 넘는 간격이 있는데도 사람의 마음은 다 비슷하나 보다.
사람들은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이 쓸쓸하고 공허한 마음으로
사는게 인생이라고 느꼈나 보다.
그래서 그 정서를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시로, 노래로, 영화로 표현하고,
그 마지막에 나도 그들 따라 빈가슴이 된다.
천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들과 위로하는 시간.
인생이란 다 그런 거다 그들이 다둑이는 것 같다.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생은 그렇게 허(虛)한 여정일 뿐.

사람들은 그 가슴으로 한 평생을 인내하며,

오늘도 그저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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