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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계단오르기

리매진 2021. 8. 1. 00:31

체력이 안 좋은 건 진작부터 있어온 일이라 크게 신경을 안썼는데
언제부터인지 그게 더 실감나게 느껴졌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치부하고
그러려니 했는데 이게 갈수록 심해진다.
소위 말하는 근력이 딸린다는게 확연히 느껴지는 것.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운동을 하거나

건강에 대해 신경을 쓴 적은 없다.
체력이 안 좋다는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크게 아프거나 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도 없었다.
치과 외에는 병원을 가 본적이 없고, 특별히 약을 먹은 적도 없고,
정기 건강검진을 받아도 의외로 특별한 위험증상은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그냥 살면 되겠거니 했는데
어느 날부터 기력이 딸린다는게, 몸이 허약해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만성적으로 피곤하고 기운이 딸린다는 게 체감되기 시작한 것이다.

몸이 무겁고 쉽게 지친상태가 된다.

내가 싫어하는게 내 정신과 몸을 내 의지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일종의 자유인 의식으로,
내 생각대로 의식을 하지 못하거나
몸이 누군가에게 의탁해야 하는 상황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런데 날로 몸이 약해지는게 느껴지니 덜컥 위기의식을 느꼈다.
그렇다고 갑자기 헬스클럽을 가거나 집에 런닝머신을 들인다는 등

뭔가 다른 것을 요란하게 하는 것도 이상하고,
그렇다고 그냥 방관하기에는 뭐하고 해서
고민하다 선택한게 계단오르기였다.
일단 특별히 준비할 것도 따로 시간을 내서 할 필요도 없고,
날마다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검색해 보니 여러 사람의 수기도 있었다.

 


일단 시작을 했다. 올해 2월부터. 집이 20층이라 효과도 있을 것 같아서.
남들은 한 번에 여러 회 한다고도 하는데 그것까지는 자신이 없어
귀가할 때 꼬박꼬박 20층까지 걸어 올라갔다.
처음에는 죽는 줄 알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집에 들어가자마자 드러누워 헉헉거리다가 씻은 적도 있었다.
그 정도의 격한 증상은 차츰 없어졌으나,

그래도 여전히 힘들고 헉헉거림은 없어지지 않았다.

20층까지 올라가는 시간은 약 5분 정도.
생각 외로 시간은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5층 정도는 할 만 하고 이후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한다.
10층 정도에서 부터는 입에서 단내가 나기 시작하고
15층 정도 부터는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후 부터는 한층한층이 마의 구간으로 자꾸만 엘리베이터 쪽을 바라보게 된다.
그냥 엘리베이터 타고 올라갈까하는 생각을 꾸욱 꾹 참고
휘청이는 몸을 이끌어 올라가다 보면 20층.
거의 탈진해 벽에 몸을 기대고 한참을 호흡관리해야 제 정신이 돌아온다.
20층이여서 다행이지 더 높았으면 포기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항상 든다.

 


계단은 한층에 16개이고 20층이니 하루에 320개의 계단을 오르는 셈인데
(높이는 한 층을 2.5m 잡고 20층이니 50m 정도 되려나)
멀리서 보면 20층 별거 아닌데 가까이서 보면 까마득히 높은 것 같고,
어느 정도 하면 쉬워질 줄 알았는데 아직도 할 때 마다 힘들다.

 


처음에는 한 달 정도 하면 뭔가 변화가 있고 가뿐해질 줄 알았는데
변화는 개뿔, 여전히 힘들고 몸이 특별하게 좋아진다는 느낌도 없다.
그래도 그것이라도 꾸준히 하라고 해서 하는데
이게 뭔 짓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모르겠다. 이게 도움이 되는지 어쩐지.
하긴 더 나빠지지 않은 것만 해도 그게 성과일 것도 같고.
평생 처음 해보는 규칙적인 운동(?).
깊은 밤, 불꺼진 계단을 단조롭게 헉헉거리며 올라가는 스스로가 우스워서
피식 웃기도 했다.

그러던 중 복병이 생겼다. 더위.
7월부터는 더워서 도저히 실행할 수가 없다.
그래서 쉬기로. 엘리베이터 타고 오르니 너무 좋다.

그래도 그동안 5개월을 거의 쉬지 않고 한 것만 해도 어디냐며 위안을 삼는데
이게 효과가 있기는 있는 건가?????
안 하는 것 보다는 낫겠지 생각하며 했는데 조금이라도 효과가 있었으면 한다.

날씨가 서늘해지는 9월부터 다시 시작할까 한다.
그렇게 평생 안하던 짓을 요즘 했다.

 

그런데 요즘 왜 이렇게 덥냐?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숨이 턱턱 막히네.
이럴 때는 이열치열. 록밴드의 라이브.

 

     *The White Stripes - Seven Nation Army (Live at Bonnaroo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