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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꿈이라....?

리매진 2020. 9. 24. 02:43

얼마 전 늦은 밤에 사회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다.
달빛 아래 강가를 걷다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는데 ,
후배가 푸념같은 걸 늘어놓았고, 나는 세상 초탈한 듯한 대답을 한 듯 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거의 그놈이 이야기 하고 나는 거의 듣기만)
갑자기 꿈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형은 꿈이 없소? 그러며 자신은 아직 꿈을 버릴 수가 없다고 한다.
아마도 내가 마음을 비운 듯한 대답을 주로 해서 그런 질문을 던진듯 하다.
꿈이라.......
통화 후 밖을 나가 보니 정말 달이 밝았다.

몇 년 전, 아마 한 7년 전 쯤인 거 같다(정확하지는 않다)
이날도 늦은 밤에 또 다른 사회후배 하나가 찾아왔다.
뭔가 잘 안풀리면 찾아오는 후배인데 이번에는 여자문제이다.
(늦은 나이인데 미혼. 비혼주의자는 아니라 지금도 여자들과 소개팅을 한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면 거의 다 경과를 말해주는 놈인데
보자마자 씩씩거리며 한탄을 한다.
한 두번 한탄을 들은게 아니라 그러려니 했는데 이번에는 내용이 다르다.
오늘 여자를 만나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꿈이 뭐냐고 물어보았다고 한다.
그런 이야기 할 수 있지 않나 했는데 그 후배는 그게 그리 걸렸다고 한다.
이 나이에 무슨 꿈이냐고. 우리가 무슨 청춘이냐고.
나이가 몇 인데 아직도 그 따위를 물어 보냐고 했던 거 같다.
(그 후배는 아마 그때 50대에 진입. 세속적으로는 멀쩡한 놈이다)
그러며 불같이 화를 내는데 내가 당황스러웠다.
그 놈은 그날 왜 그리 꿈 이야기에 발끈했을까?

 둘의 나이는 엇비슷한데 이렇듯 꿈에 대한 반응은 확 다르다. 
(나이 때문인가? 그러고 보니 후배라지만 둘 다 50대)
그런데 한 놈은 아직도 꿈을 갖고 살아야 한다며
그냥 허허거리는 나에게 열정을 내뿜고,
다른 한 놈은 아직도 무슨 꿈이야기냐며 냉소를 한다.
두 놈 다 잘 풀리지는 않지만 아직도 열심히 사는 놈들이다.
그 중간에서 나는 머쓱하여, 두번 다 그냥 허허거리기만 했다.

 

꿈이라....?
요즘 거의 대화에 오르지 않는 이 단어를 들으니 이제는 무척이나 낯설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같은 거라고 할까. 
그리고 이제, 50대 후반으로 가는 나이에 이 단어를 들으니 더 어색하다.

언젠가는 꿈 이야기를 하면 희망에 부풀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꿈 이야기를 하면 쓸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가도 가끔씩 나의 과거를 아는 사람들을 만나면,

나에 대한 기대나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날은 무척 머리가 복잡해진다.

요즘은 어느 정도 세상을 살았다보니 될 것 안 될 것이 눈에 보인다.
그러다 보니 소위 말하는 도전정신은 없어지고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며 산다.
좋게 포장하면 안빈낙도. 주제를 알고 깝치지 않는다고 할 수 있을려나?
비겁한 변명이지만 이런 자기합리화로 탈속하듯 산다.

그래도 가끔씩 꿈이 떠오르면, 헛한 웃음 속에서도 뭔가 갈등이 일어난다.
아직은 희미한 꿈이 있어서일까?

그 후배는 달빛 아래에서 나에게 말했다. 형, 그렇게 살다 죽을거냐고.
나는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러다가 죽는다고.
어쩌겠냐? 내가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혼자서 길을 걷다보면은,
베란다에서 창밖의 하늘을 바라다 보면은, 문득 울컥하며 뭔가가 떠오른다.
그 떠오른게 내가 꾸었던 꿈일까?
나는 무슨 꿈을 꾸었던가?

꿈이라..... ?
가을인가 보다. 생각이 많아지는 것을 보니.
짜식이 쓸데없는 이야기 해가지고 머리 복잡하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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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의 꿈 : 인디언 수니(작사-임의진 / 작곡-인디언 수니)



 

초록별 뜬 푸른 언덕에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딱따구리 옆구리를 쪼아도 벌레들 잎사귀를 갉아도
바람이 긴 머리 크러놓아도 아랑곳없이 그저 묵묵히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아름드리 어엿한 나무가
만개한 꽃처럼 날개처럼 너를 품고 너희들 품고
여우비 그치고 눈썹달 뜬 밤
가지 끝 열어 어린 새에게 밤하늘을 보여주고
북두칠성 고래별 자리 나무 끝에 쉬어 가곤 했지
새파란 별똥 누다 가곤 했지

찬찬히 숲이 되고 싶었지 다람쥐 굶지 않는 넉넉한 숲
기대고 싶었지 아껴주면서 함께 살고 싶었지
보석 같은 꿈 한 줌 꺼내어 소색거리며 일렁거리며
오래 오래 안갯속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
나무 한 그루 되고 싶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