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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마간산/아프리카종단

11.[탄자니아-잠비아]타자라열차 3박?일

리매진 2016. 1. 24. 07:40


동부아프리카를 벗어나 아프리카 대륙 중심부로.

탄자니아에서 잠비아까지 가는 타자라열차.

다르에스살람에서 오후에 출발, 열차에서 이틀 숙박하고 3일째 오후 3시에 음포시에 도착하는 일정.

이 열차가 연착과 노후화로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고 하나,

그 긴 여정에 소소한 주변 볼거리들이 있어 타볼만 하다고 한다.

옛날 우리 비둘기열차 정도 생각하고 추억의 열차가 되겠군 하며 탔는데....과연...


출발지역 다르에스살람역.

역사의 외부는 무슨 문화재처럼 그럴듯 하다. 내부도 낡았지만 콘서트홀 로비처럼 크고 넓다.

그러나 사람들은 1,2층에 바글바글.-막판에는 표없는 사람들의 대합실 출입을 막기도.

제 시간에 출발하는 것도 드물다는데 이날은 다행히 거의 정시에 출발했다

(일단은 순조롭게 진행)







1등석 침대칸-단어는 그럴듯 한데 소문대로 형편없다.

2층 침대를 양쪽을 놓고 4명이 한칸에 탄다.

꼬질꼬질한 실내에 에어컨은 없고, 작은 선풍기가 하나 달려있는데 작동불능.

열차를 한번 둘러 보니 이거는 6/25때 피난민 열차가 이러지 않았나 싶을 정도....


그래도 열차는  천천히, 삐걱거리며,  이제 하염없이 달린다.





열차는 모든 역에서 서는 듯, 달릴만 하면 멈춘다.

작은 역에서는 서자마자 출발하고, 조금 큰 역에서는 2~30분도 정차한다.

내륙오지는 교통편이 발달하지 못해 이 열차가 그곳을 이어주는 간선역할을 하는 듯 했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열차에 적응하며, 주변구경하는 재미에 처음에는 불편한 줄 몰랐다.

이리 보면 꽤 낭만적인 것 같지만 실상은 최악의 열차다.

열차의 모든 것이 성한 것이 없다. 유리창은 숱하게 깨져있고,

화장실은 물도 안나오는데다가 지저분해서 도저히 일을 볼 수가 없고.


열차전체가 삐걱거리며 모든 부속품들이 끊임없이 덜컹거린다.

열차가 마치 나는  이제 도저히 다닐 수 없으니 그만 나를 폐기하라고 아우성을 치는듯 했다.

그런 열차를 억지로 때려가며 운행하는 느낌.

-이번에도 운행중 고장이 나 2시간 가량 수리하고 다시 출발함







열차가 도착하면 그 역은 바로 시장이 된다.

남녀노소의 수 많은 행상들이 호객행위를 하며,

상인이 아닌 동네사람들도 우르르 몰려나와 기차역에서 구경을 한다.

조용한 아프리카 오지부락에 어쩌면 이 열차는,

따분한 일상을 벗어나게 해주는 이벤트역할을 하는 것 같다.















아이들은 열차만 보면 뛴다. 기차역에서 출발할 때도 들어올 때도..

먼 발치에서 소리를 듣고도 열차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려온다.

그리고 손을 흔들며 열차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본다.

한번도 그 지역을 벗어나지 못한 그 아이들에게 이 열차는 동경의 대상인듯 하다.

어쩌면 그 아이들에게 이 열차는 다른 세계와 연결해 주는 상징,

꿈꾸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통로로 보일 수도 있겠다.







내륙으로 깊숙히 들어올수록 날씨는 시원해진다. 새벽에는 추울 정도로.

탄자니아의 그 찌는 듯한 무더위는 없어지고 초가을 날씨에 풍경도 바뀐다.

다르에스살람 쪽은 거의 야산에 잡목림을 지나는 듯 하였는데

이쪽에는 초지가 펼쳐지고 경작지가 많이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고산평원지대-고도가 높아 온도가 내려간 거다.







비슷비슷해서 언제부터 국경를 지난 후의 사진인지 모르겠다.

출입국수속을 내려서 하는 건 아니고

기차안에 있으면 비자 스탬프와 스티커를 갖고 직원들이 돌아다닌다.

자기 자리에서 서류작성하고 잠비아 비자피 50불을 내면 끝.


열차에 식당칸이 있어 식사는 그곳을 이용했는데

종업원과 메뉴 다 똑 같음에도 이제부터는 탄자니아 화페를 안 받는다.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듯.

그 틈새시장을 노려 사설 환전상들이 객실을 돌아니며 환전을 해 준다.








열차는 잠비아로 들어와서도 가다 서다를 반복.

이미 정시도착은 물 건너갔고, 이틀을 불편한  열차에서 잔 후라

늦게라도 목적지에 도착하여 편하게 잤으면 하는 바램을 가졌으나 이 역시 무산.

어처구니없게도 3일째 밤을 이 열차에서 보냈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비슷한 사진이 아래에 2장 있는 건 찡한 순애보 때문이다.

간이역 비슷한 곳에 정차했는데 젊은 여자 한 명이 쏜살같이 뒤로 달려간다.

행상은 아닌데 너무 행복한 미소를 띠고 달려가 유심히 살폈더니

열차에서 한 청년이 내리고 둘은 포옹을 한다.

그런데 이역은 오래 서는 역이 아니라 열차는 금방 움직이고 청년은 다시 기차를 탄다.


서서히 달리는 기차에서 여자에게 "유어프렌드?" 하니까,

이 여자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예스!" 그런다.

저 여자는 이 연착 잘하는 기차를 언제부터 기다렸을까?

이 짧은 만남을 위해 그녀는 몇 시간을 설레임으로 있었을까?

그냥 내가 안타까웠던 오지 청춘남녀의 사랑법-긴 기다림과  순간의 만남, 그리고 이별.





어찌어찌하여 종착역인 잠비아의 카피리 음포시역에 도착

이 때가 새벽 5시 쯤(15시간 정도 연착이다)

이러면 3박 3일인가? 3박 4일인가? 햇갈리네.

3일 밤낮을 물티슈로 견디며, 자는 듯 마는 듯 불편한 열차에서만 보냈더니 모든 것이 엉망진창.
그러나 이제 또 잠비아 수도 루사카를 지나 리빙스톤으로 가야한다

앞으로도 10시간은 더 가야하는데....한숨이 절로 나온다.


아, 아프리카는 넓고도 험난하구나.

아, 빅토리아폭포는 참 멀고도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