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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마실]2015년 가을날 소소한 발길들

리매진 2015. 11. 29. 06:08

마실은 여행이 아닌 집 주변부를 돌아다니거나 어디갔을 때 잠깐 들른 그런 기록이다.

이번 해 가을 빈둥거리며  마실삼아 슬쩍 슬쩍 다닌 곳 중에

카메라를 가지고 가 사진 있는 것들의 기록

 

====================[전남 해남군 삼산면]==========================

 

진작 한 번 들렀어야 하는데 못 가보 곳, 가본지 오랜 된 곳을

늦은 오후 번개불에 콩 볶아 먹듯 둘러봤다.

두 시인의 생가와 대흥사 3곳 모두 삼산면, 면 단위에 다 있어 가능했다.

 

*고정희 시인 생가

어떤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는 강한 의지와 생명에 대한 끝없는 사랑을 노래한

고정희 시인의 생가-해남군 삼산면 송정리.

내가 외우는 몇 안되는 시 중의 하나를 지으신 분(물론 지금은 다 까 먹어 몇 구절 밖에 모른다)

 

구옥은 고정희 시인의 유물을 정리해 놓은 것 같고

오른쪽의 신축(?) 가옥에는 누군가가 살고 있는듯 했다.

유품 중에 고행/청빈/묵상 이라는 나무 판넬이 눈에 뛴다

-시인의 인생관이었나 보다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아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고정희 시인의  '상한 영혼을 위하여'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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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 시인 생가

평생을 타협하지 않은 저항정신으로 불꽃같은 삶을 살다간 혁명의 아우성.

그런 김남주 시인이 태어난 곳-해남군 삼산면 봉학리

그의 시는 처음에 지하의 유인물처럼 은밀하게 전해졌다.

많은 시들이 감방에서 쓴 것들.-그의 시는 한 시대의 비수가 되었다

 

어렵게 찾아간 어느 빈농의 가옥.

다행히 옆에는 흉상이 있고 자그마하나마 기념공원이 꾸며져 있었다.

사람은 살지않는듯 아무도 없어 내부는 못 보고,  바깥만  한바퀴 둘러 보았다.

그런데 좋은 분들은 왜 이리 빨리 저 세상으로 가는 걸까?

 

 

 

 

 

 

 

이 두메는 날라와 더불어 꽃이 되자 하네 꽃이
피어 눈물로 고여 발등에서 갈라진 녹두 꽃이 되자 하네

이 산골은 날라와 더불어 새가 되자 하네 새가
아랫녘 웃녘에서 울어예는 파랑새가 되자 하네

 

이 들판은 날라와 더불어 불이 되자 하네 불이
타는 들녘 어둠을 사르는 들불이 되자 하네

되자 하네 되고자 하네 다시 한번 이 고을은 반란이 되자 하네
청송녹죽(靑松綠竹) 가슴으로 꽂히는 죽창이 되자 하네 죽창이

-김남주 시인의 '노래'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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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륜산 대흥사

한 30년 만에 경내에 들어선 것 같다.

입구까지는 몇 번 온 것 같은데 주차장에서 경내까지를 어마무시하게 길게 늘려놓아

들어가지는 않고 두륜산만 쳐다보다 갔었다.

경험상 유명한 절도 시즌이 아닌 저녁때에는 일반적으로 차가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어

이번에도 혹시나 하고 모른척 들어갔더니 일주문까지 그냥 보내준다.

그 덕에 경내의 앞쪽이나마 둘러보고 어두어져 나왔다.

대흥사는 굉장히 넓어 마음먹고 보아야 다 볼 수 있는데

언제 마음먹고 다 한번 둘러보아야겠다.

 

 

 

 

 

 

 

 

 

 

============================[드림파크 국화축제]==============================

수도권매립지에서 해년마다 하는 국화축제.

심심해 하시는 부모님을 모시고 갔는데 바람불고 예전만 못해 금방 나왔다.

 

일과 연관하여 십년전 쯤에 갔을 때는 굉장히 성황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행사는 별로 없고, 그때 약간 엉성했던 단지들은 자리를 잡아 더 풍성해져 있었다.

사진은 행사장의 아주 일부분일 뿐이다. 귀찮아서 처음에만 몇 장 찍고 안 찍었다.

 

 

 

 

 

==================================[무갑산계곡]======================================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계곡에서 고기가 구워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제일 가까운 계곡을 요리 잘하는 옛날 회사후배와 함께 가

한밤중까지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놀다 왔다.

 

 


 


================================[성곽아트장터]==================================

집근처에서 무슨 아트장터를 한다고 하길래 일요일 점심먹고 어슬렁거린 곳

1회라 그런지 뭔가 어설프고 관변냄새로 자생적인 흥은 나지 않던 폴리마켓.

이곳저곳 이런게 생기니 정책적으로 밀어준듯 싶은데 아직은 갈 길이 먼듯 하다.

 

 

 

 

 

 

 

========================[정개산/원적산/주록리계곡]===========================

원래 11월에는 산이나 계곡으로 출동을 거의 안하는데

갑자기 날씨가 엄청 따뜻해 오후 3시 서울에서 출발하여 둘러본 곳.

정개산 원적산은 처음 가본 곳인데 의외로 꽤 긴 임도가 이어지고

경치도 괜찮은 것 같고, 절도 있고 해서 둘러볼 만하였다.

너무 늦게 출발하여 바로 어두진게 아쉬움.

다 내려와 전에 봐둔 주록리 계곡에서 고기 좀 구워먹고 귀가.

가까운데 이런 코스가 있다니.....

 

 

 

 

 

 

 

 

 

 

 

============================[11/14 민중총궐기의 날]============================

이것도 마실인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나에게는 마실이기도 하다.

도심집회는 대부분 집에서 5Km 이내, 전철 5정거장 안에서 이루어져

가끔씩 동네산책하듯 부담없이 나가 어슬렁거리며 세상을 느낀다.

-열심히 하는 분들에게 이 표현이 미안하다.

 

광화문역에서 내려 시청쪽으로 가려는데  완전히 차벽으로 막혀있다.

참 꼼꼼히도 막아놓았다. 빠져나갈 길이 없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이쪽저쪽 길을 찾다 차와 차 사이에 간신히 사람 하나 빠져나갈 구멍이 있어 통과.

너무 늦게 와 집회는 거의 끝나고 벌써 다들 이동 중.

비가 간간히 왔는데도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와 있다.

 

 

 

 

 

광화문 쪽이 원천봉쇄되어 있어 무교동 길로 이동, 종로1가 쪽으로 가니

이쪽에서는 벌써 한바탕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끊임없이 쏘아대는 물대포와 구호소리.

최루액을 섞어 뿌려대는 물대포 때문에 매캐한 최루냄새가 진동한다.

 

 

 

 

물대포와의 공방전이 한없이 이어질 듯하여

후방으로 방향을 돌리니 상여와 함께 한무리의 사람들이 앞으로 이동한다.

보니 농민들이다-뒤쪽은 거의 농민들인듯 한데 그 숫자가 무척 많다.

쌀포대기를 쓰기도 하고, 며느리와 시어머니가 같이 온 듯한 분들도 있고,

행렬 뒤 광교쪽에서는 촌로들이 농악을 신명나게 치고 있고..

 

 

 

 

 

농악을 한참 구경하다가 종로2가쪽에서 또 한무리의 행렬이 합류하고 있어

다시 광화문 쪽으로 이동.

물대포는 아직껏 쉴 줄 모르고 쏘아댄다.

저 물이 다 어디서 나올까 하는 신기함이 들정도로 집요하게 물대포의 폭격은 이어진다.

도로는 최루액과 물이 섞여 마치 폐수처리장인듯 하얗게 변하고 아수라장이다.

나중에 알고보니 여기서 여러 명이 부상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그 중에는 70대 농민 한 분도 물대포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아까 상여매고 갔던 분 중 한 명이었는 듯-지금도 그분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다)

 

 

 

 

 

광화문역에서 전철을 타야하는데 종로쪽에서 막히고, 태평로쪽으로 돌아가서도 막혀

결국 종로3가역까지 터벅터벅 걸어가 그곳에서 귀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는 자의 어느 하루  함께 맞는 비.

그런데 마실치고는 좀 빡센 것 같다.

 

어쨋든 연결될수록 우리는 강하다.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자.

 

 

 

================================[청계등축제]===================================

거의 한달 정도 한 것 같은데 보지 못해 마지막날 바람처럼 다녀왔다.

사람이 이제는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사람들 엄청 많다.

청계천 밑으로 내려가면 번잡할 듯 하여, 위에서 휘리릭 구경하다 왔다

 

 

 

 

 

 

 

 

 

이렇게 2015년 가을이 갔다

요즘 특별한 일도,  대단한 의욕도 없어 그냥 조용히 산다가 대답인데

그래도 이렇게 보니 여러 일이 있었던 것도 같다.

그리고 이제는 겨울-그런데 겨울에는 무엇을 하나????

 무슨 일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