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블로그 폐쇄로 TISTORY에 이주당함 자세히보기

*음악과 사담(私談)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없는 자들의 서사

리매진 2015. 5. 26. 03:03

홀로 나부끼는 깃발 하나가 보인다.
승리를 바랬으나 실패해 버린, 모든 것을 다 바쳤으나 패배해 버린..
그러나 모든 것이 정리된 폐허같은 그곳에 그래도 휘날리는 깃발 하나가 있다.

 

포기하지 않는자들의 슬픈(?) 노래-그러나 거대한 함성.
비장한 그들의 장엄한 서사가 몇 줄 안 되는 가사와
정말 단순하고 간결한 리듬에 이리 잘 녹아있고, 사람들을 먹먹해지게 만드는 걸까?

 

 

*임을 위한 행진곡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 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
새 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자.


세월은 흘러가도 산천은 안다.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결혼식의 축가

 

82년 두 사람은 영혼결혼식을 올렸고 지금은 5.18묘역에 함께 누워있다.
그리고 82년 2월 망월동 묘역에서, 5.18 당시 항쟁지도부 홍보부장으로서
도청을 마지막까지 지키다 계엄군의 총칼에 숨진 윤상원(당시 전남대 정치외교학과 재학)씨와
79년 노동운동을 하다 숨진 전남대 휴학생(국사교육학과 76학번) 박기순씨의
영혼 결혼식이 치러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결혼식에 사용된 15곡 가운데 하나로 말미를 장식하는 노래였다.

 


가사는 소설가 황석영씨가
통일운동가 백기완씨의 시 '묏비나리-젊은 남녘의 춤꾼에게 띄우는'(80년 12월)을 개작했다. 
그리고 곡은 당시 전남대 경영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김종률이 붙였다

(아래 영상이 그 유래를 설명하는 다큐멘터리이다. 4분 47초)

 

 

 

그렇게 이 노래는 참으로 슬픈 영혼결혼식에서 시작되었다.

못다 핀 젊은 영혼을 위로하고자 하는 소박한 현장에서

그들의  꿈과 청춘을 아쉬워 하고 위로하는 진혼곡,

 

========================================================================================

 

*서영은이 부른 임을 위한 행진곡


서영은이 부른 아래 버전도 가끔씩 들으면 참 애닯다.
서정적인 서영은의 가녀린 분위기로 시작되다가 합창으로 이어지고
다시 서영은의 목소리로 마무리 되는 반전이 마음에 들기도 하다.


요즘 5월만 되면 누가 시비를 걸고 있는 이 곡에 대한 논란을
서영은의 노래에 인포그래픽 형식의 화면과 함께 유투브에 올려놓아서 가져왔다.

(별 같잖은 애들이 시덥잖은 이유로 논란을 부추기는데

논리적으로 정리를 잘 해 놓은 것 같다- 3분 53초)

 

 

저항의 현장에서, 투쟁의 현장에서 불리우니 기득권층에게는 눈의 가시같아
이것저것 덧칠하며 시비를 걸어오는 것 같으나 속이 빤히 보이는 시비일 뿐이다.
그러나 그들도 정당하다면 결코 이 노래를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광주출정가+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는 시대를 넘어 신화가 되었다.
불굴의 의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
벽을 뛰어넘는 그들이 있는 한 이 노래는 영원할 것이다.


그래서 이 노래는 전체가 떼로 불러야 맛이 난다
제창으로 들으면 쫘~악 쫙 전율이 오르는데 찾아보아도 마땅한게 없다.
아쉬운데로 올해 518전야제에서 부르는게 하나 있어 가져왔다.
광주출정가 부른 후 이어서 부른는데 그래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행사중계인데 플레이 하면 후반의 그 부분만 나온다

01:20:50-광주출정가 / 01:22:45-임을 위한 행진곡)


 

슬픈 영혼결혼식의 축가가 험난한 시대를 만나 역사적인 노래가 되다.

여리게 부르면 한없이 구슬프면서도

힘을 받으면 한없이 격정적인 이 노래.

슬픔을 넘어 새날을 향한 이들의 불굴의 아우성. 그들을 위한 헌사. 


임을 위한 행진곡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산화해 가는
그들이 있는 한 영원히 우리 곁에서 불리워지리라.
그리고 새 날이 올 때까지 산자들은 목놓아 이 노래를 부르며 따를 것이다.

 

=================================================================================

 

*묏비나리 원문
-임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가 나온 백기완 선생의 시 중에서

 

 

<전략>

무너져 피에 젖은 대지 위엔
먼저 간 투사들의 분에 겨운 사연들이
이슬처럼 맺히고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 들릴지니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굽이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가나니
산 자여 따르라 산 자여 따르라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