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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담(私談)

92년 장마, 종로에서

리매진 2019. 4. 2. 01:42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3월 30일 토요일날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삶을 노래한 시대의 동반자, 정태춘 & 박은옥 "  편에서
알리라는 가수가 이 노래를 하는데 듣고 띵해졌다.

오늘 저녁 다시 찾아 듣는데 이게 뭐라고 사람을 멍하게 한다.
한 열 몇 번은 연속으로 들은 거 같다.
마지막으로는 볼륨도 크게 하고 들으니 더 전율을 일으킨다.


*92년 장마, 종로에서 : 알리 버전
-나는 알리라는 가수를 몰랐다. 이번이 처음인데 가창력 끝내준다
-놀라운 음량과 마지막 고음처리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위의 유튜브 영상이 안나올 경우는 아래 카카오TV로.

-아래 화면 위에 마우스를 대면 플레이 버튼이 뜬다




모두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사람들
탑골 공원 담장 기와도 흠씬 젖고
고가 차도에 매달린 신호등 위에 비둘기 한 마리
건너 빌딩에 웬디스 햄버거 간판을 읽고 있지


비는 내리고 장마비 구름이
서울 하늘 위에 높은 빌딩 유리창에
신호등에 멈춰 서는 시민들 우산 위에
맑은 날 손수건을 팔던 노점상 좌판 위에
그렇게 서울은 장마권에 들고


다시는 다시는 종로에서 깃발 군중을 기다리지 마라
기자들을 기다리지 마라
비에 젖은 이 거리 위로 사람들이 그저 흘러간다
흐르는 것이 어디 사람뿐이냐
우리들의 한 시대도 거기 묻혀 흘러간다. 워. 워~~~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저기 우산 속으로 사라져 가는구나
입술 굳게 다물고 그렇게 흘러가는구나


비가 개이면 서쪽 하늘부터 구름이 벗어지고
파란 하늘이 열리면 저기 남산 타워쯤에선 뭐든 다 보일 게야
저 구로 공단과 봉천동 북편 산동네 길도
아니 삼각산과 그 아래 또 세종로 길도


다시는 다시는 시청 광장에서 눈물을 흘리지 말자
물대포에 쓰러지지도 말자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
이제 다시 이제 다시 일어서고 있구나
보라 저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훨~~


빨간 신호등에 멈춰 서있는 사람들 이마 위로
무심한 눈길 활짝 열리는 여기 서울 하늘 위로
한 무리 비둘기들 문득 큰 박수 소리로
후여 깃을 치며 다시 다시 날아오른다.
하늘 높이 훨~~ 훨~~ 훨~~ 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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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나는 뭐했드라.
국내최초 국제박람회라던 93년 대전엑스포 준비하느라 정신없었던 때.
(우리 회사가 그 때 제일 많은 일을 수행했다)
수없이 서울과 대전을 오가며 회의하고, 아마 촬영과 편집 때문에 분주했을듯 싶다.
92년 그 해에 장마가 있었는지 어쩐지 특별한 기억은 안나지만,
그때도 장마는 어김없이 시작되었고, 사람들은 흠씬 비에 젖어 울었나 보다.
일년 앞둔 엑스포때문에 아마 다른데 신경쓸 겨를이 없어, 그 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그때도 사람들은 절망으로 무너진 가슴들을 일으켜세우고, 다시 일어서고 있었나 보다.


그 비에 젖으며 일어난 사람들을 위한 정태춘 박은옥의 헌사가
2019년 알리의 노래로 부활하다.
노래듣는 동안 내내 숙연해진 나는
마지막 부분 알리의 샤우팅에서 숨이 멈출듯 하다가
저절로 허,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아, 소름 돋는다. 아직도 머리가 띵하고 전율이 가슴을 휘젓고 다니는 것 같다.
그저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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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년 장마, 종로에서 ;  정태춘 박은옥 버전(원곡)
-정태춘 박은옥 두 분은 무슨 설명이 필요하리.
-두 분, 체격도 왜소하고 서정적인 곡들을 많이 발표하여 굉장히 유약하게 생각하는데
 알고보면 굉장히 강단있으신 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