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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꿈을 위해 가다 한 사람이 죽었다.

리매진 2011. 2. 9. 23:05

그냥 먹먹했다. 무명 영화작가 최고은의 죽음.
꿈이 있었고 그 꿈을 위해 가다 한 사람은 죽었다.
그것도 굶어 죽었다.

대한민국에서 예술을 위해 산다는 거,-어렵다는 거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도 굶어 죽다니...

 

아래 종이쪽지에 쓴 메모가 그녀의 마지막 글쓰기가 되어버려야 하는 세상.

"사모님, 안녕하세요.
1층 방입니다.
죄송해서 몇 번을 망설였는데...
저 쌀이나 김치를 조금만 더 얻을 수 없을까요...
번번이 정말 죄송합니다.
2월 중하순에는 밀린 돈들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전기세 꼭 정산해 드릴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정말 면목없고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 1층 드림"

 

그녀는 그리고 저 세상 사람이 되어버렸단다

 

 

 

 

최고은의 죽음에 대해 여러 말이 있지만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이 확보되었다면

힘들더라도 그 꿈을 위해 계속갈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는 먹고사는 것만이 지상과제가 되어있고

조기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무너져야만 하는게 현실이 되었다.

여기에 적응하지 못하면 죽어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특히 최고은처럼 예술이나 순수학문, 인문학분야 등에서는 그 현상이 더 심하다.

그러나 보라. 이런 것들이 단기간에 성과가 나오고 돈이 되는 분야인가.

그래도 그들은 꿈을 꾼다. 그꿈이 우리사회를 풍요롭게 해줬다.

거기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죽지는 않게 해주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이고 신자유주의라 하며 승자독식의 정글같은 약육강식을 강조하지만
최소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기본적인사회 안전망은 제도화 해주고
그 다음에 경쟁이든 뭐든 해야하는 사회가 바른  공동체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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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철의 트위터에는 이런 글이 올라와 있다

 

오늘 접한 한 청년의 비극이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안철수선생님과 이 이야기를 하다가, 감히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치열하게 도전하라'는 말을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안선생님도 이 소식에 얼굴이 납빛이 되더군요..

실패가 죽음이라면.. 그 과정이 이렇게 고통스럽다면,
소수의 성공사례를 들어 도전을 말하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는 생각마져 듭니다.
우리세대가 후배들에게 또 그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조국'이 정말 이런 모습일 수는 없는데요..

국가사회가 개인의 행복을 보장할 수는 없겠죠. 또 그리하겠다는 말은 레토릭일거구요.
하지만 최소한 불행하지 않게 할 수는 있겠죠.
상대적 행복은 개인의 몫일테지만, 절대적불행은 공동체가 해결할 수 있을테니까요.
이제는 정말 게임의 룰을 바꿔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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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배고픈 자 먹여야 하고 아픈 자 치료받게 해 주어야 한다.
가장 단순하고 평범한 가치를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경쟁과 생산성만 걍조하는 자본주의 사회는 과연 우리에게 무엇일까?
그래서 일군 성장과 재화는 다 어디로 가는걸까?

 

그대 잘 가라. 다음 세계에서는 부디 좋은 세상 만나 아름다운 꿈 이루길.
그냥 이렇게나마 최고은 그녀의 명복을 빈다
그녀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가슴을 아리게 한다. 안타깝고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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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한겨레신문(2011년 2월 8일)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62228.html

“남는 밥좀 주오” 글 남기고 무명 영화작가 쓸쓸한 죽음
“나는 5타수 무안타” 자조 월세 밀리고 가스 끊긴채 병마와 굶주림에 시달려 
 
단칸방에는 채 마르지 않은 수건이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온기는 느낄 수 없었다. 이미 가스가 끊긴 지 오래여서 음식을 해 먹은 흔적도 없었다. 마실 물도 남아 있지 않았다.
설을 앞둔 지난달 29일, 유망한 예비 시나리오 작가 최아무개(32·여)씨는 경기도 안양시 석수동의 월셋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미 몇 달째 월세가 밀린 상태였다. 형편을 딱히 여긴 인근 상점 주인들이 외상을 주기도 했지만 최씨의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깡마른 상태로 숨진 최씨를 발견한 사람은 같은 다가구주택에 살던 또다른 세입자 송아무개(50)씨였다. “그동안 너무 도움 많이 주셔서 감사합니다. 창피하지만, 며칠째 아무것도 못 먹어서 남는 밥이랑 김치가 있으면 저희 집 문 좀 두들겨주세요.” 최씨는 사망 전에 송씨의 집 문 앞에 이런 내용의 쪽지를 붙여놓았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송씨가 음식을 챙겨 왔지만, 이미 최씨의 몸은 싸늘해진 상태였다. 최씨가 누운 자리 옆으로 열이 식은 전기장판 하나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동네 주민들도 최씨의 모습을 본 지 사나흘이 지났을 때였다.

송씨의 신고를 받은 안양시 만안경찰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던 최씨가 수일째 굶은 상태에서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씨가 일하던 영화계에 이런 사실이 조금씩 알려지면서, 그의 지인들 사이에서는 최씨를 열악한 환경으로 내몬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탄식이 쏟아졌다. 극소수를 제외한 예비 영화인들은 생계조차 이어가기 힘든 대우를 참아내야 하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씨의 선배인 한 현역 영화감독은 “신인 작가들은 2000만원 정도인 계약금의 극히 일부만 받고 시나리오를 일단 넘긴 뒤 제작에 들어가야만 잔금을 받을 수 있다”며 “제작사가 좋은 시나리오를 묶어두기 위해, 기약도 없는 제작 일정까지 작가 같은 약자들에게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최씨는 2007년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영화과(시나리오 전공)를 졸업한 뒤 실력을 인정받아 제작사와 일부 시나리오 계약을 맺었지만, 영화 제작까지 이어지지 못해 생활고에 시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최씨는 평소 지인들에게 “(영화화된 것으로 보면) 나는 5타수 무안타”, “잘 안 팔리는 시나리오 작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고 한다.

지난 1일, 최씨의 유가족들은 충남 연기군에 있는 은하수공원에서 최씨를 화장했다. 박종원 한예종 총장과 이창동, 김홍준 교수를 비롯해 한예종 영상원 동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유가족들에게 건넸다.
최씨를 아꼈던 선후배들은 그가 직접 쓰고 연출한 단편영화 <격정소나타> 상영회와 유작 시나리오 읽기 등 추모 모임을 열 예정이다.

최씨의 작품을 좋아했다는 후배 작가 윤아무개씨는 트위터에 추모글을 남겼다. “그녀의 <격정소나타>는 단편 시나리오를 쓸 때마다 내겐 훌륭한 참고서 같은 영화였다. 언젠가 판을 기웃거리면 만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녀가 구름이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행복하시기를.”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