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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그러고 보니 어느새 나도....

리매진 2011. 1. 7. 21:02

******오십 세 (문정희 作 )*****

 

 나이 오십은 콩떡이다.

말랑하고 구수하고 정겹지만
누구도 선뜻 손을 내밀지 않는
화려한 뷔페상 위의 콩떡이다.

 

오늘 아침 눈을 떠보니 내가 콩떡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내 죄는 아니다.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시간은 안 가고 나이만 왔다.
엉큼한 도둑에게 큰 것 하날 잃은 것 같다.
하여간 텅 빈 이 평야에
이제 무슨 씨를 뿌릴 것인가?

 

진종일 돌아다녀도 개들조차 슬슬 피해 가는
이것은 나이가 아니라 초가을이다.
잘하면 곁에는 부모도 있고 자식도 있어
가장 완벽한 나이라고 어떤 이는 말하지만
꽃병에는 가쁜 숨을 할딱이며
반쯤 상처입은 꽃 몇송이 꽂혀 있다.
두려울 건 없지만 쓸쓸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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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올 것 같지 않은 50대에 입성했다.
실감은 나지 않지만 그렇게 됐다.
부족하고 해 놓은 것 도 없는데 어쨋든 62년생이니 그렇게 됐다고 한다.
생각해 보면 옛날 부모님들의 50대는 얼마나 크고 의젓해는지..
지금 나는 그런 모습일까?????

나는 과연 좀 더 의미있는 일, 가치있는 일에 스스로를 헌신하고 살았는가?

 

마음이 복잡하고 허허롭다.
문정희의 시처럼
"꽃병에는 가쁜 숨을 할딱이며 반쯤 상처입은 꽃 몇송이 꽂혀 있다."
"텅 빈 이 평야에 이제 무슨 씨를 뿌릴 것인가?"

 

*Urna Chahar Tugchi-Hod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