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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잡설(雜說)

산사나무 아래 (2010) 山楂樹之戀 The Love of the Hawthorn Tree

리매진 2011. 1. 19. 01:24

산사나무 아래 (2010) 山楂樹之戀 The Love of the Hawthorn Tree

 

작다. 여리다.
잔물결만이 일렁거리고 바람마저도 살랑거리며 지나간다.
출연자들의 감정요동이나 액션도 잔물결처럼 움직일듯 말 듯하며 지나간다.
여주인공인 주동우 역시 일반인 같은 분위기에 단아하기만 하다.
큰 소리도 없고 영화음악마저 작다.
마치 다른 영화의 평균보다 볼륨을 1-2레벨쯤 줄여서 보는 것 같다.
포스터 마저 소박한 영화.

 

산사나무 아래 이 영화는 모든게 기복이 심하지 않다.
그런데 지루하지 않다.
아주 빤한 내용에 다음 수가 바로 읽혀지고
거의 한번의 벗어남의 없이 영화의 줄거리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그런데 군더더기 하나없이 꽉 짜여진 영화를 본 듯 하다.

 

시대배경상 문화대혁명, 좌우문제와 계급문제, 농촌문제, 빈부문제가 살짝식 걸치길래
처음에는 이거 격정의 대로망스가 펼쳐지나 보다 했는데
전개는 그냥 이 모든 것들을 소품으로 묻어버리고
조용하게 자기 갈 길 만을 잔걸음으로 간다.

 

신분의 벽을 넘어 순수한 사랑을 하고 주인공은 백혈병으로 죽는다.
스포일러를 이렇게 까도 상관없을 듯 상투적인 줄거리다.
중국농촌배경이면 으례 나오는 아주 멋있는 자연풍광도 안 나온다.
그래도 딴 생각없이 보는내내 눈을 뗄 수가 없다.
예측된 결과에도 마지막 장면에 먹먹해 저음의 Ost에 젖어들어 엔딩크레딧을 끝까지 보게 한다.

 

이런 소재를 이렇게 감동있고 몰입감있게 풀어낸 것은
감독의 연출력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을듯 하다.
아마 이런 내용의 시높시스 들고 영화사를 가면 진부하다고 다 거부했을 것 인데
감독은 확실한 자신감이 있었는듯 하다.
그리고 스스로를 믿은 장예모의 판단은 영화로 그대로 반영됐다
보니 장예모감독이 연출만이 아니라 제작까지 했다.
아, 소품도 거장에게 가면 이렇게 변할 수 있음을 알려준 작품.
-장예모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대단한 연출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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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의 영화정보>
산사나무 아래 (2010) 山楂樹之戀 The Love of the Hawthorn Tree
드라마, 로맨스/멜로 | 중국 | 115 분
감독; 장예모
출연; 주동우 (징치우 역), 두효 (라오산 역), 해미연, 이설건, 여려평

 

최근 몇 년간 <연인>, <영웅>, <황후화> 연출과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공연연출 등
대규모 작품의 연출에 주력하였던 장이모우 감독이 초창기 작품을 연상시키는 소박한 작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아미(艾米)의 원작소설 <산사나무의 사랑 山楂树之恋>을 각색한 <산사나무 아래>는
문화혁명기를 배경으로 연인들의 절절한 사랑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아버지가 정치적인 이유로 투옥된 뒤, 징치우는 정식 교사가 되어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어머니의 당부를 늘 잊지 않는다.
하지만, 그녀는 라오산을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되고 자신의 책임감 때문에 괴로워한다.
이런 징치우를 바라보면서 라오산은 무조건적이고 헌신적인 사랑을 하게 된다.

 

장이모우 감독은 징치우와 라오산의 사랑을 통해 순수의 시대를 꿈꾼다.
세월의 무게 때문에, 혹은 사회의 변화된 환경 때문에 이제는 점차 사라져 가는 ‘순수함’ 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순수함’은 남성 감독의 그것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섬세하고 정감 어린 연출을 통해 표현되고 있다.

 

신인배우를 발굴하는 데에도 일가견이 있는 장이모우 감독은 조동유와 두오샤오라는 두 신인배우로부터
감독 자신이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순수함’의 이미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다.
대작에서 소박한 사랑의 이야기로 돌아온 장이모우 감독의 행보는,
감독으로서의 자기 자신 역시 초창기의 순수한 작가정신을 잃지 않았음을 항변하는 듯 하다.
(2010년 15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