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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잡설(雜說)

동굴에서 나온 누렁 개 (2005) The Cave of the Yellow dog

리매진 2011. 3. 14. 04:40

영화같지 않은 영화. 연기같지 않은 연기.
단순한 구성과 특별한 카메라워크도 없는 담백한 영화.
있는 건 몽골의 대초원 위의 유목민 텐트, 거기에 달랑 한가족...
그 무엇하나 변변한게 없지만 그 무엇이 그래도 느껴지는 영화.

 

동굴에서 나온 누렁 개는 몽골유목민의 어린 딸과 어느날 동굴에서 발견한 개와의 애정을 주요 근간으로

평범한 그들의 삶을 다큐처럼 담백하게 그려나간다.

과연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있었을까 할 정도로 단순하며
과연 출연자는 배우일까 할정도로 소위 말하는 연기가 없다(?).
그냥 일상의 삶을 담백하게 카메라는 담아만 나간다.

그래도 대지의 딸답게 의연한 어린 두 딸과 꼬맹이 아들의 조물럭거리는 씬들은
이것이 연기인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가슴으로 파고든다.
햇볕과 자연의 때가 그대로 묻어있는 까무잡잡한 얼굴과
유목민의 삶이 벌써부터 배어있는 애들의 행동에서는 건강한 삶의 원시성도 보여진다.
-당차고 씩씩한 모습은 몽골유목민의 특징인가 보다.

 

 

처음 주인공격인 첫째딸의 모습이 나오자 마자 나는 바로
몇년전 폭풍눈물을 일으키게 했던 푸지에를 바로 떠 올렸다
(생각난 김에 푸지에라는 영화를 다음에 포스팅 해야겠다)

 

이 영화는 가식을 버리고 분석도 하지 말고 그냥 보면 이상하게 애틋한 감정이 소록소록 생긴다.
아무것도 아닌데 무엇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
영화적인 힘을 빼서 더 여운을 남기는 이상한 영화-이게 내 생각이다.

 

우얗든 블럭버스터나 피바다가 그득할 정도로 사람이 죽어나가야 관심을 끄는 양
극단의 상황과 자극, 물량공세로 승부하는 요즘 영화판에서 이런 영화도 있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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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UM의 영화정보>
동굴에서 나온 누렁 개 (2005) Die Höhle des gelben Hundes The Cave of the Yellow dog 
드라마 | 독일 | 90 분
홈페이지; 해외 www.gelberhund-derfilm.de/cane
감독; 비암바수렌 다바아
출연; 바출룬 우르진도리 (아버지 역), 부얀두람 다람다디 (어머니 역)

 

<낙타의 눈물>에 이은 비암바수렌 다바아의 몽골 평원 시리즈 두 번째 영화.
이 영화는 몽고 유목민 가족과 개의 인연을 다룬 영화다.
유목민 가족의 6살 먹은 맏딸 난살이 동굴에서 찾아낸 개를 집으로 데려왔지만
아버지는 개를 키울 수 없다고 한다.
어디서 왔는지 출신을 알 수 없는 개가 가족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때문이다.

그러나 난살은 아버지의 말을 따를 수가 없다.
다른 캠프로 이주해가는 날 그들 가족과 개의 인연의 꼴이 밝혀질 것이다.


이 영화의 주 플롯인 개와 엮인 그들 가족의 이야기 하부에는 윤회와 환생에 관한 사상이 깔려 있다.
윤회에 대한 그들의 믿음은 생명에 대한 존중심을 가르쳐줬지만
한편으로 인간 아닌 생명체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두려움조차 배타적인 성격의 것은 아니었다.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는 일이 힘든 만큼 훌륭한 인간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그들은
지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숭고한 영혼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이다.


아무런 필터도 거치지 않은 듯한 이 영화의 다큐멘터리적인 시선은
그 존재들의 삶의 방식을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드라마틱한 서사나, 특별한 사건도 없이 흥미진진한 시선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두 명의 어른이 세 아이와 엄청난 양의 이삿짐과 수십 마리의 양을 끌고 이주해가는 마지막 장면은
그 자체로 경이롭다.
까맣게 그을은 차돌맹이 같은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이 영화는
비암바수렌 다바아 감독이 카메라로 쓴 하나의 뛰어난 인류학적 보고서다.
(2005년 제10회 부산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