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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환절기에는 늘 싱숭생숭하다. 특히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리매진 2022. 11. 30. 03:44

"같은 시간에 같이 걸었던 거리가
처음 와보는 어딘가처럼 낯설다.
사랑한다 말해선 안 되는
가슴에 품은 이름이 왜 또 떠오르나"

 

이번 가을은 꽤 오래간듯 하다.
전에는 11월 중순만 되도 추위가 느껴져 야외활동을 안했는데
이번 가을에는 고온현상으로 며칠 전까지도 견딜만 했다.
그러다가 비가 한번 내리더니 갑자기 온도가 급강하.
하루사이에 온도차가 20도까지 난다고 하며,

 한파주의보까지 내려졌다.

갑자기 맞게 되는 겨울이다.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묘한 중압감이 있는데
그동안 날씨가 좋아 그것을 느낄새도 없이

후다닥 계절이 바뀌는 것 같다.

똑같은 날의 연속인데 그래도 환절기에는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겨울에서 봄 사이(2월 말에서 3월 초순)에는 
뭔가 다른 일상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고,
춥더라도 조금만 더 견디면 좋은 날이 온다 하며

스스로에게 격려를 해 본다.

봄에서 여름(5월 말에서 6월 초순) 사이에는
아, 생각해 보니 이때에는 별 생각이 없었는 듯하다.
그냥 묻어가는 느낌.

여름에서 가을(8월 말에서 9월 초순) 사이에는
뭔지 모를 초조감이 들기 시작한 것 같고,
마음이 급해지는 느낌 같은게 있다.

그리고 가을에서 겨울(11월 말에서 12월 초순) 사이에는
묵직하게 무엇인가에 눌리는 느낌,
억지로, 어쩔수없이 진입한다는 기분이 들어
감정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3개월, 90일이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그 계절을 수십 번 겪어온 세월인데
아직도 나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싱숭생숭.
특히 겨울은 이제 조금 껄끄럽고(?) 두렵다(?)
언제부터인지 피하고 싶은 계절이 되어
가을과 겨울 사이에는 약간의 긴장을 하며 지낸다.

이번 환절기는 그러나 그런 감정을 느낄 새도 없이
겨울이 훅 밀고 들어왔다.

그런데 이 시기에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가 시작했다.
송년회가 이 시기로 슬슬 밀고 들어오기 시작 한 것.
일반적으로 송년회가 12월 중순부터 하순이었는데
이제는 11월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몇 년 전부터 12월에 하면 일정들이 겹치니까
슬금슬금 당기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11월이 더 많은 것 같다.
내 경우에도 4건이 11월 개최였다.
우스운게 너도나도 그러다 보니 다시 겹치는 참사가 발생.
결국 2건만 참석하고 1건은 불참(중복).
한 건은 도저히 내 일정이 안된다고 해서 12월 초로 변경.
오히려 12월이 더 널널하다.(현재까지 12월로 연락받은 건 2건)

그런데 11월에 하는게 송년회인가? 그냥 모임이지 그런 생각도 든다.
가을에 무슨 송년회람.
모름지기 송년회는 찬바람 부는 한 겨울, 연말에 해야 제 맛이지 않나?

어쨋든 이번 주에 어김없이 계절은 바뀌고
날씨는 귀신같이 그걸 알고 순식간에 찬바람을 선사한다.
그렇게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이번 주.
마음의 준비도 없이 영하의 날씨와 대면하고 있다.
반갑지도 않은 겨울은 그렇게 이번 주 내게로 오고 있다.

언제가는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겨울이라고 말한 시절도 있었는데
그 겨울은 어디로 가버린걸까?

     *가을과 겨울 사이 : 주현미

 

 
창을 닫기엔 아직 햇살이 뜨겁고
열어두기엔 이 바람이 차갑다
그리워하긴 그댄 너무 멀리에
지워지기엔 그 기억들이 여기에

흘러간다 눈부신 시간이
지금도 나는 조금씩 잊혀져가고 있네
사랑한다 말해선 안 되는 이유만
날이 갈수록 많아지네

가을과 겨울 사이 걸쳐진 내 모습
흔들리면 왠지 안 될 것 같아
찬바람이 세지면 또 나는 어떡해
아득해진 여름날이 난 그리워 너무 그리워

같은 시간에 같이 걸었던 거리가
처음 와보는 어딘가처럼 낯설다
참을래야 더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린들
달라지는 게 없구나

돌리기엔 늦은 내 목소리
지금도 그런 내게서 멀어져만 가고
사랑한다 말해선 안 되는
가슴에 품은 이름이 왜 또 떠오르나

가을과 겨울 사이 걸쳐진 내 모습
흔들리면 왠지 안 될 것 같아
찬바람이 세지면 그때는 어떡해
아득해진 여름날이 난 그리워
그대에게 잊혀지긴 싫은데
잡을 용기도 난 없네
차가워지는 바람에 옷깃을 난 여밀 수밖에
그럴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