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같은 음악을 들은 적이 있었던가?
함께 음악을 들으며 대화를 해 본적이 있었던가?
나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없다.
물론 TV의 음악프로그램(전국노래자랑, 가요무대나 명절때 음악쇼 등)
같은 것을 어떡하다 함께 시청한 적은 있지만
음악에 대해 특별히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다.
TV가 틀어져 있고 한 자리에 있다보니
나는 그저 건성으로 함께 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부모님이 내 차량에 동승하였을 때 나는 음악을 틀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부모님이 좋아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여쭤보지는 않았지만 그럴 거라 그동안 생각했다)
좋아하지 않은 음악이 줄창 나오는 것도 고문일 거라 생각해서이다.
그래서 가끔씩 라디오 정도만 틀어놓고 운행한다.
얼마 전 아버님을 모시고 차량을 운전할 때
마침 옛노래가 들어있는 CD가 있어 한번 틀어보았다.
그리고 살짝 곁눈질로 아버님를 보니 얼굴에 화색이 도는 듯 했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면 손도 살짝 까딱거리시고....고개도 끄덕거리시는 것도 같고.
여러 곡이 나오니 애가 이런 노래도 가지고 있나 하는 분위기도 있으시고.
그 후 아, 아버지가 노래를 좋아하셨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 내방에 오디오시스템을 처음 들인 이야기를 할 때 한번 거론한 적이 있는데
우리집에는 TV보다 오디오시스템(전축)이 먼저 들어왔다.
https://blog.daum.net/lgy6203/190
마치 가구같은 전축이 안방을 차지하고 아버지는 그때 무척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마 내가 국민학교 저학년 때 인 것 같다.
클래식이나 팝송같은 것은 아니고 국내가요들이었는데
겉표지에 옛날 극장간판같은 스타일의 사진이나
커다란 가수사진이 찍혀있었던게 기억난다.
내가 자가운전생활을 한지도 30년을 이미 넘어섰다.
당연히 부모님이 동승한 경우도 많았는데
생각해 보니 부모님을 위한 음악을 한 번도 준비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부모님 세대의 대중가요들을 모아보았다.
해방전후부터 시작하여 아버지가 좋아할 듯한 곡으로 모아보니 200곡 정도.
곡을 모으다 보니 내가 선호하는 노래들은 대충 70년대 중반,
대략 중학교 때부터 나의 음악에 대한 추억은 시작되는 것 같고,
아버지의 노래는 70년대 초반 쯤에 멈추는 것 같았다.
음악도 세대교체가 되는 느낌.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음악에 대한 추억은 30대에 멈추고,
그후부터는 그때까지의 곡으로 연명한다는데 이 말이 맞는듯 싶다.
나도 40대부터는 거의 신곡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음반사는 것도 30대에 멈췄으니.
그런데 이번에 마음먹고 들어보니 옛날 노래도 좋은 것이 참 많았다.
구시대의 노래라 고리타분하고 신파같기만 할 것 같지만
의외로 더 진솔하고 가슴을 더 절절히 울리는 곡들을 많이 발견했다.
어떤 곡은 더 인간적이고 감정선을 제대로 건드려 여러 번 듣기도 하였다.
다 모은 곡을 차에서 연속으로 들으니 꼭 내가
60년대 이전의 어느 거리를 배회하는 듯한 느낌도 들어
차창밖의 현대적 풍경이 낯설기도 하였다.
마치 먼 시간여행을 다녀온 것 같은 느낌.
그리고 감정이입되어
그 질곡의 시간에 살았던 아버지 세대의 희노애락이, 생활상이
눈앞에 펼쳐져 코끝이 시끈하기도 했다.
다들 힘들게 살았지만 그들을 위로했던 이런 곡들을 들으며,
그분들도 이겨내셨구나 생각하니 이전 세대에 대한 경외심도 생겼다.
어쪄면 우리 아버지도 이런 곡들을 들으며, 마음의 위안을 삼았을거다.
이제는 아버지가 내차에 탔을 때에 이번에 모은 곡들을 항상 틀어놓으려고 한다.
지금도 그곡들이 옛 추억을 살리거나, 늙어가시는 본인에게 위로가 될까?
어쨋든 어느 지나간 세월에 한 풍류하셨을 아버지가 이곡들을 듣고
잠시나마 그시절, 파릇하셨던 그날의 청춘으로 돌아가셨음 한다.
그런데 어릴적 우리 집에 있던 그 전축과 음반은 언제 어디로 사라진 걸까?
언제부터인가 없어졌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난다.
*에레나가 된 순이-안다성 노래 / 손로원 작사, 한복남 작곡
-전에부터 알고 좋아하던 곡인데 이게 1950년대 곡이란다
-단순하고 리듬도 경쾌한데 이상하게 이곡을 들으면 괜히 마음 아프다.
그날 밤 극장 앞에서 그 역전 캬바레에서
보았다는 그 소문이 들리는 순이
석유불 등잔 밑에 밤을 새면서
실패 감던 순이가 다홍치마 순이가
이름조차 에레나로 달라진 순이 순이가
오늘 밤도 파티에서 춤을 추더라
그 빛깔 드레스에다 그 보석 귀걸이에다
목이 메어 항구에서 운다는 순이
시집 갈 열아홉 살 꿈을 꾸면서
노래 하는 순희가 피난 왔던 순이가
말소리도 이상하게 달라진 순이 순이가
오늘 밤도 파티에서 웃고 있드라
*이미자-사랑했는데
-1968년곡이라는데 이런 음색은 이미자 만이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당시 아버지도 이 곡을 즐겨 들었을듯 하다. 집에도 있었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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