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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담(私談)

그 맑았던 눈빛 달빛 술잔을 위한 2020년 마지막 날 노래-Спасибо(스바시바)

리매진 2020. 12. 31. 05:12

 

소년은 내게 말해 이곳이 어디냐고 
소녀는 내게 말해 나도 어딘지 모른다고.

내가 왕년에 말이지. 내가 한때는.....
올 한해는 말이지. 정말 열심히 달려온 것 같은데....
그래도 현실은 어느 도시 뒷골목 허름한 술집에서 술취해 비틀거리고,
허세를 잔뜩부려도 한낱 주정꾼일 뿐.
잔뜩 폼 잡고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어도 삼류의 공허한 낭만일 뿐.
그래도 그 어느 꿈 하나를 취중에 붙잡고 몸부림치는 마지막 마초짓과 간드러진 요염.

 

스바시바(Спасибо)는 그런 애잔한 군상의 모습을 뮤지컬처럼 풀어냈다.
독립영화 5편의 옴니버스 "창간호(2018년)"라는 영화의

"대리드라이브(백승환감독)" 편에 수록된 곡.

     *Спасибо(스바시바)

        -작사 : 백승환 / 작곡: 신민 이상훈

        -노래 : 문종원 이지현

 

 

간만이네 이런 냄새 간만이야 이런 남자 이런 향기 이런 여자
보드카 차이코프스키 프란체스카 스바시바 레닌그라드

왼발에서 오른발로 어깨에서 손끝 공으로 
꿈의 구장 푸르른 잔디 그 많았던 친구 하나 둘 셋

서울에서 비엔나로 비엔나에서 모스쿱으로
모스쿱에서 부산 또 서울 그 맑았던 눈빛 달빛 술잔

소년은 내게 말해 이곳이 어디냐고 
소녀는 내게 말해 나도 어딘지 모른다고

종로에서 광화문으로 광화문에서 신사역으로
신사에서 이태원으로 그 맑았던 눈빛 달빛 술잔

소년은 지금 말해 그 소년이 바로 나라고 
소녀는 오늘 말해 니가 바로 나였다고

랄라라라 랄라라랄라라 랄라라라 라랄라라 라라라라 랄라라

꿈속에서 봐요. 그 소년은 또 꿈을 꾸네

 

연말이라 그런지 이 곡이 이상하게 땡긴다.
이제는 연말에 이런 취기와 망가질 낭만도 없어졌지만, 
한때는 이때쯤 다들 망년회랍시고 부어라 마셔라 소리질러 하며,
1차 2차 3차로 날이 새도록 뒷골목을 쓸고 다니기도 했다.  
밤새 쳐 마시고 누군가는 취해 비틀거리고 누군가는 고래고래 노래를 부르고,
그러다가 울다가 웃다가 쓰러진 누군가를 붙잡고
춤추듯 거리를 배회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그런 것은 없다.
특히나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아예 망년회가 전멸.
다들 이제는 좋은 말로는 점잖아지고 세상 알만큼 알아 무리를 안한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그런 허세로나마 지나간 추억과 잊혀져간 꿈을 되살렸는데,
그런 것마져 아예 없어지는 것 같아 뭔가 씁쓸하다.

그 소년은, 그 소녀는 이제 꿈속에서 볼 수 있나 보다.
꿈속에서 봐요. 그 소년은 또 꿈을 꾸네.
연말에 이곡을 들으니 어느 뒷골목 그리운 사람들의 풀어진 뒷 모습과
낭만과 패기에 넘치던 그 언젠가의 모습이 겹쳐 아련해졌다.
다시 그 호기와 낭만이 다시 오길 빌며.

              *아래는 같은 곡인데 여자솔로(이지현) 곡이다

                -객기와 추태가 아닌

                 그 맑았던 눈빛 달빛 술잔를 위한 2021년을 위하여 다시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