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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사담(私談)

그러려니(선우정아) :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리매진 2019. 12. 25. 03:25




요란하지 않은 피아노 소리. 나즈막하게 힘을 다 뺀 운율.
거기에 실린, 모든 것을 버린듯한 담백한 목소리.
어느날 이 노래를 듣고 망연해져 한참을 쓸쓸함에 빠져들었다.
지금같은 연말, 한 해가 다가는 밤에 문득 생각나 다시 들으니 역시 여러 생각이 난다.


그래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그래 세월도, 인연도, 부질없이 지나가고, 모든게 잔상으로 남아가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대답을 들을 수 없어도 모두가 안녕하기를 빌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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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 선우정아(작사/작곡/편곡/노래)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으~~음.

잘 지내니? 문득 떠오른 너에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겠지.  대답을 들을 수 없으니
쓸쓸히 음 음 그러려니 그러려니
 
으으 으으음 으~음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막지 못해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끊어진 연에 미련은 없더라도
그리운 마음은 ~~~으으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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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우정아의 "그러려니" 곡을 만든 후기 중에서


이 노래를 처음 쓴 건 아마 2014년의 어느 밤이었다.
첫 구절의 테마가 문득 떠올랐고
이 테마는 한동안 마치 망령처럼 날 사로잡았다.
그리고 얼마가 지나 역시 괜히 센치했던 어느 날 밤,
피곤에 쩔은 손가락으로 더듬더듬 피아노를 녹음했다.
당시 내가 가지고 있었던 건 1절까지만의 테마였는데
이상하게도 끝까지 쭉 연주하게 되었다.


고백컨대 본인의 아르페지오 패턴의 연주는 그리 훌륭한 편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연주는 말 그대로 '더듬더듬' 진행되었지만
신기하게도 멈추지 않았고 결국 그 한 호흡에 이 곡을 완성하게 되었다.
곡이 끝나는 마지막 한 음을 누를 때의 기분은 너무나 아름다워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 얼떨떨한 기분에서 채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모니터링을 했는데
연주의 기술적인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것으로 충분하다고 느꼈고
후에 편곡 작업을 하면서도 이때 녹음했던 피아노를 최대한 살리게 되었다.
그것은 매우 당연하게도 그 연주만이 그 순간의 감정을 가장 오롯이 담고 있었기에,
이후 말끔한 연주로 새로 녹음을 해봐도 그때의 그 감정을 온전히 되살릴 수 없던 탓이다.
<중략>


정말 슬픈 노래이다.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에 슬프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일상적인 슬픔은 삭히게 된다.
누구에게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
유난 떨지 않아야 하는 게 미덕으로 요구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곡은 슬픔에 겨워 마음껏 고조되지 않는다.
더 터질 것 같다가도 사그라들고,
목소리에 울음이 묻는가 싶으면 곧 지운다.
엔딩부에 쏟아지듯 터져 나오는 오케스트레이션으로 감정의 고조를 표현하지만
이조차도 곧 다시 잠잠하게 '그러려니...'라는 읊조림으로 삼켜지는 것이다.
 

미련이 없다는 말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걸 받아들인다는 뜻일 거다.
각자의 삶은 갈 수록 복잡하고 바빠지고,
더 이상 어릴 때처럼 긴 고민 없이
'우리 다시 자주 만나서 놀자!' 라고 할 수 없으니까.
그저 그러려니. 잘 살겠지. 설령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누군가라 하더라도
이따금씩 그의 삶이 안녕하기를 빌곤 한다.
관계는 변해도 추억은 변하지 않으니 말이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