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물론 본질은 변하지 않겠지만 표현방식이나 곡절은 다른 양상을 띤다.
어쩌면 이 영화는 순수한 사랑의 정식과
그 순수한 사랑의 마지막 정통을 우리에게 보여주는 듯 하다.
그래서 영화 제목이 클래식인가.
날이 선선해지고 바람결도 살랑살랑해지자 슬슬 가을병이 도진다.
더운 계절에는 못 느낀, 이상한 감정들.
이 바람따라 올해도 바로 가버리겠지 하는 애상도 벌써부터 생기기 시작하고.
선선해지는 바람의 변화 때문이었을까? 갑자기 클래식이란 영화를 다시 봤다.
영화는 워낙 유명하니 소개는 생략하고(다음 영화소개 데이터베이스 참고)
클래식 The Classic , 2002 제작
감독 :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 조인성, 이기우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3972
나는 이 영화를 이번까지 네 번 본 것 같다.
처음 본 것은 당연 2002년작이니 그때쯤 봤을 거고,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은 한 것 같은데
그당시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는 생각나지 않는다.
두번째로 본 것은 정확한 건 아니지만 2000년대 후반쯤. 아니 중반쯤이었나?
이때는 너무 가슴 먹먹한 감동으로 며칠을 앓았다.
한밤중에 옛날 사진과 편지를 꺼내보고 아련한 감정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상하게 영화는 복받치는 감정과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키게 하였고,
나는 주체하지 못한 감정으로 한참을 앓았다.
세번째로 본 것은 2015년 전후로(아니 이전이었나)였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 이 때는 별로 특별한 감정이 우러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게 두번째로 봤을 때 그렇게 나를 목매게 했던 작품이었나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으니.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 네번째로 본 건데 이번에는 또 다르다. 감정의 파고가.....
두번째 봤을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다시 가슴을 파고 든다.
클래식이란 영화는 우리의 사랑을 가장 정갈하게 표현한 작품이 아닌가 한다.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는 너무나 많다.
이보다 더 애달프고, 더 극적이고, 더 자극적인 소재들로 더 눈물을 짜내는.
그러나 클래식에서는 그런 다른 작품들과 비교되는 묘한 진정성이 있다.
영화에서 손예진은 1인2역을 연기한다. 어머니와 현재의 본인.
그 모녀의 두가지 클래식한 사랑.
덜 까진 시대의 때 묻지 않은 사람의 계산 되지않은 사랑.
쑥스러워 하며 여리게, 그러나 어느새 그 사랑 만을 향해 가는 수순.
클래식한 사랑의 정수를 영화는 여릿여릿하지만 묵직하게 전개해 나간다.
이제는 서로에게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비오는 날 비 맞으며 폴짝거리지도 않는다.
반딧불이는 거의 없어졌고, 있다고 해도 그 불빛 아래 서로를 기대지 않는다.
영원한 맹세는 없어졌고 즉자적인 반응과 현실적인 판단만 존재한다.
어쩌면 영화에서의 사랑은 이 시대의 마지막, 클래식한 사랑방식일지도 모른다.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그런 사랑을 다시 가질 수 있을까?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이유가, 어쩌면 그 사랑을 그리워 하며
지나간 시절에 대한 연민, 동경에서였지 않나 싶다.
어머니의 사랑에서도, 현재 딸의 사랑에서도
이제는 없어지는 듯한 순정, 이 시대의 마지막 순수를 보는듯 해
나는 어떤 그리움으로, 그들의 사랑에 빠져든다.
클래식. 사랑만큼은 그 아름다움 만큼이나 정통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나의 사랑이, 당신의 사랑이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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