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블로그 폐쇄로 TISTORY에 이주당함 자세히보기

*일상과 생각

언제부터인지 노래방에 가면 쓸쓸하다

리매진 2019. 5. 23. 03:05


언제부터인지 노래방에 가면 착찹(?)하다.
그것이 꼭 슬픔인지 애잔함인지는 모르겠으나
노래방에서 노래하고 떠드는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이상하게 뭔지 모를 처연함이 깃든 것 같아 쓸쓸하다.


요즘은 노래방을 거의 안간다.
90년대까지는 그래도 모였다 하면 2차나 3차로 당연하게 노래방을 간 것 같은데
2000년대 이후부터는 가는 모임이 반, 안 가는 모임이 반으로 구별되기 시작하였고,
2010년대부터는 시간이 흐를수록 대부분 안 가는 것으로 정리되는듯 했다.
나는 음치에 가깝고, 광란으로 히히덕거리는 것도 안 좋아해
이런 노래방에 안 가는 추세가 좋았는데, 이번에 오랜 만에 가게 됐다.
여자후배들이 강력하게 원해서.
소원이라는데 내가 안가면 마지막 분위기가 깨질듯 해서다.




노래방에 가서 항상 느낀 것은
노래 잘하는 사람들 참 많다. 잘 노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들 재주도 많다. 개인기도 많고....
참, 신나게 잘들 논다.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지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쓸쓸하다.
신나게 까불며 노래하는 사람도, 목청껏 질러대는 열창에도,
분위기 잡고 노래하는 사람도, 박수치고 호응하며 으싸으싸하는 풍경들도...
언제부터인지 그 모습들을 보고 있으면 뭔지모를 쓸쓸함이 몰려온다.


노래방에서의 선곡은 대부분 그 사람이 가장 화려(?)했던 시절을 추억하는 것이다.
아니면 가장 자신의 이상적인 상황을 그리워하는 것들을 고르는 것 같다.
뭔가 동경하거나 자신의 추억에서 붙잡고 싶어하는 기억의 소환.
그 감정의 끝에서 마지막 열정을 다해 외치는 단말마같은 신음.
어느날 나는 노래방의 분위기에서 이상하게 그런 것을 읽은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노래방을 가는 것은 대부분 여자애들이 끼어있을 때다.
아마 여자애들이 더 쌓인게, 회한이 많은 것 같다.

감정도 풍부하고 이런 식으로나마 풀고 싶은 것 같다.
이번에도 여자 애들이 거의 애원(?)하다시피해서 갔다.
아직도 내게는 애기같은 후배들이지만, 가장 어린 애도 중년이 되어
그렇고 그런 삶을 사느라 나름 쌓이는게 많았나 보다.
한 때는 그 애들도 세상 무서운 줄 모른 젊음이 있었는데,
그 시절은 가고 이런 때나 과거를 회상하며 한번 풀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 너희들 속은 풀어졌나? 쌓였던 감정은 해소됐냐?


빠른 노래도, 느린 노래도, 꺄악꺄악 질대는 소리에도
왠지 쓸쓸하게만 느껴지는 노래방의 풍경.
노래 노래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그들의 인생과 꿈이 지나가고
그 흐느적거림과 선율따라 뭔지 모를 울컥함이 솟아오른다.


나는 노래방에 가면 가면 괜히 쓸쓸해진다. 언제부터인지.
그 광란의 현장에서도... 한껏 물오른 열광의 모습에도...
이게 나만 그런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는 그렇다.
깊은 밤, 마지막 팡파레는 울렸고 늦은 밤길따라 집에 돌아오는 길.
뭔지 모를 쓸쓸함은 노래방에서 불렀던 노래 따라 계속 따라온다.
마치 지나간 인생의 한자락이 잊혀지기 싫다는 듯...



*조용필-눈물의 파티



파티 파티가 시작될 때 나는 너를 보고 말았네
우린 처음 본 사람처럼 그냥 서로 인사만 하네
사람들은 모두가 즐거워만 하는데
서로 얼굴을 붉히면서 너와 나는 괴로워하네
우리들은 이렇게 외면하고 있지만
서로가 괴로운 표정을 말없이 보고 있겟지
아무렇지 않은 듯 우린 여기 있지만
서로가 괴로운 표정을 말없이 보고 있겠지


오늘 우리들의 파티는 너와 나의 아픈 시간들
이제 우린 타인이 되어 슬픈 잔을 마셔야 하네
사람들은 모두가 즐거워만 하는데
서로 슬픈 모습 감추며 너와 나는 울어야 하네
사람들은 모두가 즐거워만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