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블로그 폐쇄로 TISTORY에 이주당함 자세히보기

*여행-주마간산/국내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해남 매월리/목포항

리매진 2018. 10. 12. 03:32


가도 가도 끝나지 않는 시골길,
들판을, 마을을 지나 야트막한 산을 넘고, 고개길을 넘고 넘어
이 길이 과연 맞는가 생각이 들 때 쯤 해변길이 열리고
마침내 그 끝에 다달아 만나는 막다른 길.
전남 해남군 화원면 매월리 695-7 . 낙조전망대



진작부터 한번 가보려했는데 워낙 구석진 곳에 있어 방문을 못했는데
목포 간 김에 한 번 가보았다.
(행정구역상 해남군이지만 목포에서 오히려 가깝다)
알려진 유명한 곳이 아니고 접근성도 좋지 않아 사람들이 거의 없다.
그래도 이곳을 키워보려고 그런지 나름 정비하고 조형물도 몇 개 세워놓았다.
6시까지인가는 저 등대에도 들어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늦게 도착해 폐문.




 가는 도중에 해는 지고, 잔 노을만이 있는 이곳에 덜렁 하나있는 건물.
해남등대펜션이라는데 커피도 팔고, 편의점 역할도 한다.
노을도 다해 가 가로등이 켜지고 어둠에 묻히는 풍경을 보니
언젠가 봤던 일본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이 생각났다.
잔잔하고 소소하지만 마음에 닿았던 영화 중의 한 편인데
이곳에 오니 나도 마치 그곳 세상의 끝에 온 듯 했다.




=====================================================================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 (2014)
The Furthest End Awaits, さいはてにて-かけがえのない場所-
-다음 영화 정보에서 내용복사
(감독) 치앙시우청 (주연) 나가사쿠 히로미, 사사키 노조미



기다림 한 스푼, 힐링 한 모금
당신만을 위한 아주 특별한 블랜드!


어린 시절 헤어졌던 아버지가 8년 전 실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온 미사키.
인적 없는 해안가 땅 끝 마을에서 미사키는 아버지를 기다리며 ‘요다카 카페’의 문을 연다.
한편, 이웃에 살고 있는 싱글맘 에리코는 두 아이를 홀로 키우기 위해 타지로 일을 나간다.
매일 밤, 집 앞에서 엄마 에리코를 기다리는 아이들.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 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에리코.

과연, 세상의 끝과 맞닿은 곳에서 그들은 다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그윽한 커피 향과 함께 찾아 온 진한 그리움…
따뜻한 온기와 함께 당신을 위로합니다!



=====================================================================


*목포북항
시간상으로는 이곳이 먼저다.

(목포에는 항구가 크게 목포항/남항/북항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목포북항에서 회를 먹고 날이 저물때 쯤 매월리가 생각나서 갔기 때문에.
목포만 가면, 항구를 보면 김 선우의 시가 생각난다.




*목포항  -김선우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막배 떠난 항구의 스산함 때문이 아니라
대기실에 쪼그려 앉은 노파의 복숭아 때문에 .


짓무르고 다친 것들이 안쓰러워
애써 빛깔 좋은 과육을 고르다가
내 몸 속의 상처 덧날 때가 있다 .


먼 곳을 돌아온 열매여.
보이는 상처만 상처가 아니어서
아직 푸른 생애의 안뜰 이토록 비릿한가?


손가락을 더듬어 심장을 찾는다.
가끔씩 검불처럼 떨어지는 살비늘
고동소리 들렸던가 사랑했던가?


가슴팍에 수십개 바늘을 꽃고도
상처가 상처인 줄 모르는 제웅처럼
피 한방울 후련하게 흘려보지 못하고
휘적휘적 가고 또 오는 목포항.


아무도 사랑하지 못해 아프기보다
열렬히 사랑하다 버림받기를.


떠나간 막배가 내 몸속으로 들어온다.


====================================================================




김선우 시인이 본 항구는 아마 이 북항은 아니었지 싶다.
윗 사진은 유달산에 바라본 원조 목포항 쪽.
저 여객선터미널, 어두워지는 그곳에서 막배마저 떠나고
을씨년스러운 바닷바람만 대합실을 휘몰아 칠 때.
그곳의 남아있는 촌노를 보다가 그녀는 문득 이 시를 쓰지 않았나 싶다.


어쨋든 나는 이 날 세상의 끝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듯 했다.
인적도 거의 없고 노을마저 사라져 가는 막다른 땅의 끝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