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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우와 재미있다- 2016년의 분노와 저항은 이채롭기만 하다

리매진 2016. 12. 1. 04:01



100만을 넘어 200만 명이라는 엄청난 숫자로 커져가는 집회인파.
눈까지 오는 11월 26일. 질척한 날씨에도 사람들은 인파의 신기록을 또 다시 갱신했다.
궂은 날씨에 오늘은 참가인원이 반토막날꺼라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더 왔다.
나도 나갈까 말까 하다가 나갔는데
모두들 오늘 사람이 적을까봐 머리수 보태려 나왔다고 한다.


몇 번째 계속되는 엄청난 사람의 물결들, 그 거리와 광장의 소소한 풍경들





밤 11시쯤이었나?
"우와 재미있다"  -길가를 가던  한 50대쯤 된 아주머니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보니 친구부부와 나온 것 같은데 친구부부는 몇 번 나온 것 같고
이 말을 한 아주머니는 처음 나온 것 같았다.
우와 재미있다.
신기해 하며 아주머니는 연신 두리번 거리며 광장 이곳저곳을 훑어본다.


*퍼포먼스들



맞다. 광장은 민중 스스로 만들어 가는, 재미있는 국민 연희의 장이 이제 되었다.
도도한 촛불의 물결은 광장을 평화적으로 접수하고
그곳에 해방의 세상을 열었다.
가장 자유롭고 흥겨운.....남녀노소 모두가 즐거운, 열린 세상.

광장과 거리에는 크고 작은 볼거리가 넘쳐난다.

롹에서 발라드까지, 사물놀이에서 뮤지컬까지,... 타악 퍼레이드에서 버스킹까지....



*사운드박스 버스킹-독도는 우리땅



*사운드박스 버스킹-아리랑/헌법1조



본 행사의 앞뒤로 광장과 거리는 거대한 해방구다.
전방(?)에서는 치열한 대치를 하는데, 후방(?)에서는 갖가지 난장이 펼쳐진다.
공연도 보고, 몇몇이 모여 담소도 하고, 시국토론도 하고.

때로는 고독도 즐기고...못다한 데이트도 하고, 쉬기도 하고....
그러다 또 대치선에 가서 목청껏 외치다가 후방으로 오고.
부유하는 촛불들은 광장 이곳저곳을 배회하며,
각자 자기나름의 방식으로 분노와 저항을 함께 표출한다.







*하야하롹 hey jude



80년대를 겪었던 세대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운 풍경이지만
2016년의 사람들은 광장을 거대한 난장으로 만들고, 그곳에서 외치며 춤춘다.
분노와 저항을 파괴와 폭력이 아닌 평화와 여유로 승화시키고,

질기게 밀어부치고 있는 21016년 투쟁의 현장.
이게 과연 가능한가 했는데 사람들은 해냈다.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몰려나와 그 큰 광장을 채우고

차갑고 질척한 거리에 기꺼이 주저 앉아 함성을 지른다.



*하야송 떼창



아래 유투브는 고발뉴스 26일 라이브방송인데
7시간대 부근부터 보면 내가 생각하는 현장스케치가 그대로 담겨 있어 링크했다.
전체적으로는 온 종일 라이브방송이라 9시간 가까이 되는데
링크영상은 7시간대부터 플레이 되게 만들었다.
아주 소소한 길거리 상황인데 그 부분이 제일 재미있어서......

이런 우발적인 해프닝이 거리와 광장의 곳곳에서 펼쳐진다.



우리 말에 "좋은 말 할 때....." 란 숙어가 있다.
부디 제정신이라면 이 정도에서 끝을 보여주길.....
"우와 재미있다" 그러면서 춤추고 노래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가슴속에는 모두들 비수하나를 감추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알 길...


2016년의 분노와 저항은 경이로울 정도로 평화롭다.

그러나 그 결기와 응집도는 그 어느 때 보다 강하다.

어찌보면 평화로워 더 아슬아슬한 대치국면-태풍전야랄까?

어느 순간 이 평화가 깨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첫 눈 오는 날의 낭만적인 키스와  분노의 함성, 촛불의 강물이 공존하는 곳.

거리와 광장에는 자유와 정열이 타는 목마름으로 구석구석 흘러다닌다.

갈망과 분노, 저항이 노도되어 모이고 있지만,  더없이 평화스러운 현장.

무척 이색적인 이 풍경의 결과는 과연 어떻게 될까?





====================================2016년 12월 10일 추가=====================================


그리고 마침내 그들은 해냈다. 12월 9일-박근혜탄핵안 국회가결.

거짓말처럼 평화적으로  그들은 1차목적을 달성했다-수고했다. 그대여.


그동안의 집회를 기록한 아래 영상을 보니 정말 소름끼치도록 장관이다.

이름없는 한사람 한사람들, 깨알같이 모여든 당신들, 모두 다 고생했다.

2016년 광장에 당당히 선 그대들에게 다시 한 번 경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