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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배려심 깊고 따뜻한 소설가 父女-한승원/한강

리매진 2016. 5. 24. 03:11


"조금 먼저 산을 올라 온 사람으로서 아래를 보면 안타까운 때가 있다.
저 길로 가면 안되는데 이 길로 가면 되는데..."


소설가 한강(강이름이 아니라 여류작가의 이름이다)이 얼마 전 맨부커상이라는 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맨부커상이 어느 정도의 레벨인지, 그게 얼마나 의미있는건지 나는 모르지만
문화계가 들썩거리는 것을 보면 대단한 상인가 보다.


한강. 그 기류에 나도 어쩔 수 없이(?) 한강이라는 작가를
인터넷 여기저기를 통해서 알게 되었는데 이미지가 참 여리고 예의가 바른 듯 하였다.
그리고 가족사를 알게되었는데 한승원 작가의 딸이랜다.



한승원.-소설가다. 나도 아는 작가다.
문득 까마득한 옛날, 그 분과의 인연 하나가 떠올랐다.


중학교 시절이었다.
학교 도서관선생님이 소설을 쓰셨는데 등단하기 위하여 작품을 투고하시는 중이었다.
쓰신 작품을 내게 읽어보라고 하셨는지까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가끔씩 작품을 어디론가 보낼 때, 우체국에 가서 등기발송하는 심부름을 시키셨다.
그런 중에 어느 날 선생님이 나보고 광주를 함께 가자고 하셨다.
누구를 만나러 가신다는 데 당연히 나는 그분을 모르고,
그냥 쫄래쫄래 따라가 그 분을 만났다.


광주 충장로우체국 앞에서 만나 근처의 중국집인지를 간 것 같은데
그 분이 선생님에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여주었다.
그 내용이 지금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아직까지 하나 기억하는 내용이 있다.


"조금 먼저 산을 올라 온 사람으로서 아래를 보면 안타까운 때가 있다.
저 길로 가면 안되는데, 이 길로 가면 되는데 그런 것이 보여서
다른 길로 접어들면 뭔가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내용의 말이었다.
그 자리가 어린 내가 끼어들 상황도, 위치도 아니어서 나는 조신하게 있었는듯 하고,
나중에 그 말을 하게 된 배경을 유추해 보니
그 분은 우리 선생님을 안타까워 해서 한 번 보자고 하신 것 같았다.


그 분이 어느 신문사의 신춘문예 같은 등단코스의 예비심사를 하고 있었고,

(원로작가가 본심, 젊은 작가는 예심을 보는 시스템)

그 곳에 투고를 하신 우리 선생님의 소설이 막판까지는 올라가는데
끝내는 탈락하여 그게 마음에 걸리셨나 보다.


어린 마음에도 마음씀씀이가 참 고마운 분이라 생각이 들고,
자연스럽게 그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
그 분이 바로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이다.

-가져다 쓴 위 사진이 아마 그때 쯤 모습일듯 하다.




가만 보니 두 부녀가 정말 닮았다.
두상이며 눈두덩이가 약간 나온 것 하며,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말하는 투까지.
참 편하고 조근조근 남을 배려하며 말하는 스타일까지.


이제는 희미함 마저 다 지워져가는 세월, 40여 년 전의 그날이 오늘 문득 떠올라
그 분의 마음씀씀이에 이제나마 경의를 표한다.
아쉽게도 그 날이 4계절 중 어느 때인지도, 중학교 몇 학년 때인지도 기억이 안나지만
한 번 베푼 호의는 영원히 기억되나 보다.
언제 한 번 찾아뵙고, 그 분은 이미 잊어버렸겠지만 이런 일이 있었고,
아직도 그 호의에 고마워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
고마우신 분이다.


그 분의 세계에 대해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인터뷰가 있어 링크를 건다.
차분하게 그 분의 인생에 대해 잘 인터뷰 한 것 같다
"제가 느려서 재주를 넘지 않으니까 다른 사람들 재주 넘는 것이 다 보이더라고요.
그제야 깨달았죠. 내가 재주를 넘으면 어지러워서 다른 사람의 재주를 볼 수 없다는 걸 말이죠"
-인터뷰 중에서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83&contents_id=25349



마무리는 뜬금없이 한강의 노래- 안녕이라 말했다 해도.
어떤 연유로 노래까지 했는지 모르지만 마음에 들길래 가져왔다.


그런데 이 포스팅의 주제는 한강인가 한승원작가인가?
처음에는 한승원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두 부녀간(父女間)이 섞어져버려 나도 햇갈리네-그래서 제목도 바꿨다
어쨋든 배려심 많고 겸손한 부녀(父女)가 세상에 있는 듯 하다.
그리고 그런 분들이 잘 되고 인정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