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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주마간산/국내

섬진강 상류-조용히 사람과 마을을 품다

리매진 2014. 9. 13. 03:53

 

 

나의 섬진강에 대한 첫 기억은, 넓은 백사장이 있는 남해안 근처의 풍경이다
그리고 두번째 기억은 곡성 압록부근을 지나다 기막히게  아름다운 계곡을 만났는데
그곳이 누군가 섬진강이라고 했다.
그후로는 봄나들이 가서 만났던 벚꽃과 어우러진 구례와 하동부근의 강이 섬진강이고

이쪽 부근이 섬진강의 이미지로 각인되었다.

 

섬진강을 말하면 아마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구례와 하동쪽을 생각할 것이다.
김용택의 섬진강이란 시를 꽤 좋아했는데, 그때도 나는 그시의 배경이되는 섬진강이
당연히 구례와 하동쪽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이니....

그리고 많은 세월이 지나고서야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은 임실쪽이라는 것을 알았다
알고보니 섬진강의 발원지는 전북 진안이었고,
임실-순창-남원 등이 상류이고 내가 그동안 알았던 섬진강은 중하류였다.

 

그걸 알고도 나는 섬진강 상류쪽을 한번도 돌아보지 못했다.
특히 임실쪽은 전국 방방곡곡 많이 돌아다녔다고 생각했는데도
대학때 농활에 참가 하면서 한번 간 이외에는 가본 적이 없는듯 하다.

(남원 거쳐 지리산 가는 길에 스쳐지나 간 일은 몇 번 있었으나

이마저도 대진고속도로 개통된 후로는 이 근처를 못 가보았다)

그래서 이번에 김용택 시인의 아름다운 서정이 배어있는 그 곳,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섬진강상류쪽을 한번 가보았다.

 

*섬진강의 첫 물들이 섬진강댐으로 막혀 생긴 옥정호
옥정호는 코스를 잘못잡아 좋은 경치를 못 보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국사봉 있는 쪽으로 가야 좋다는데 반대쪽을 돌아 아쉬운 곳.
섬진강댐은 우리나라 다목적댐 1호란다.

 

 

 

 

 


*김용택 시인의 생가가 있는 진메마을

바로 아래 사진 하얀 척만 바로 뒤에 있는 집이 김용택 시인의 생가이다.

사진에서도 보이는 것 처럼 바로 집에서 나오면 저 강가가 펼쳐지고

그 강에서 시인은 어린시절을 보낸듯 하다.

그리고 놀이터이자 삶의 터전이었던 집앞의 섬진강은 시인에게 수많은 영감을 주고
그렇게 빼어난 서정시를 우리에게 주었나 보다.
마을어귀에는 주막같은 간이가게가 있고 국수 등의 간단한 음식과 주류등을 파는데
큰나무 아래 편상에서 먹는 음식은 양도 많고, 싸고, 맛도 있었다.

아직도 강에서는 다슬기를 잡는 사람들이 있었다.

 


 

 

 

 

 

본격적으로 강을 따라 가는 길.
길은 있는 듯 없는 듯 강 이쪽 저쪽을 오가며 이어지고.
이번에 간 상류는 대단한 경치나 넓은 강의 면모가 아닌 그저 강인듯 아닌듯
낮은 얼굴로 나와 함께했다. 그래서 더 정겨운 강-섬진강.
그 정겨움이, 생활의 터전에서 나오는 서사가  김용택 시인에게 더 각별했고,

그것들을 소박하게 삶의 언어로 표현 했는듯 하다
그래서 코스별 설명은 김용택 시인의 섬진강 연작시 수십편 중 몇 편으로 대신한다

실제로 강가에 그분의 시비가 몇 개 있다

 

 

 

 

*섬진강 3

그대 정들었으리.
지는 해 바라보며 반짝이는 잔물결이 한없이 밀려와
그대 앞에 또 강 건너 물가에 깊이 깊이 잦아지니


그대, 그대 모르게 물 깊은 곳에 정들었으리.
풀꽃이 피고 어느새 또 지고 풀씨도 지고
그 위에 서리 하얗게 내린 풀잎에 마음 기대며
그대 언제나 여기까지 와 섰으니


그만큼 와서 해는 지고
물 앞에 목말라 물 그리며 서러웠고 기뻤고 행복했고
사랑에 두 어깨 깊이 울먹였으니
그대 이제 물 깊이 그리움 심었으리...........(후략)
 

 

 

 

*섬진강 4-누님의 초상

(전략)...... 징검다리에서 자욱하게 죽고 사는 달빛,

이따금 누님은 그 징검다리께로 눈을 주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했지요.

강 건너 그늘진 산속에서 산자락을 들추면

걸어나와 달빛속에 징검다리를 하나둘 건너올 누군가를 누님은 기다리듯 바라보곤 했지요.


그러나 누님, 누님이 그 잔잔한 이마로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라는 것을,

누님 스스로 징검다리를 건너 산자락을 들추고 산그늘 속으로 사라진 후

영영 돌아오지 않을 세월이 흐른 후,

나도 누님처럼 마룻기둥에 기대어 얼굴에 달빛을 가득 받으며

불빛이 하나둘 살아나고 사라지는 것을 바라보며

누님이 그렇게나 기다리던 것은 그 누구도 아니며

그냥 흘러가는 세월과 흘러오는 세월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기까지,

나도 얼마나 많은 아름다운 것들과 헤어져 캄캄한 어둠속을 헤매이며 아픔과 괴로움을 겪었고

그 보다 더 아름다운 것들과 만나고 또 무엇인가를 기다렸는지요.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아픔과 슬픔인지요 누님.

누님, 누님의 세월, 그 세월을, 아름답고 슬픈 세월을 지금 나도 보는 듯합니다.......(후략)

 

 

 

 

 

*섬진강 5-삶

이 세상 우리 사는 일이 저물 일 하나 없이 팍팍할 때 저무는 강변으로 가
이 세상을 실어오고 실어가는 저무는 강물을 바라보며
팍팍한 마음 한끝을 저무는 강물에 적셔 풀어 보낼 일이다.


버릴 것 다 버리고 버릴 것 하나 없는
가난한 눈빛 하나로 어둑거리는 강물에 가물가물 살아나
밤 깊어질수록 그리움만 남아 빛나는 별들같이 눈떠 있고,
짜내도 짜내도 기름기 하나 없는 짧은 심지 하나
강 깊은 데 박고 날릴 불티 하나 없이
새벽같이 버티는 마을 등불 몇 등같이
이 세상을 실어오고 실어가는 새벽 강물에 눈곱을 닦으며,
우리 이렇게 그리운 눈동자로 살아
이 땅에 빚진 착한 목숨 하나로 우리 서 있을 일이다.

 

 

 

 

*섬진강 18-나루

섬진강 나루에 바람이 부누나. 꽃이 피누나
나를 스쳐간 바람은 저 건너 풀꽃들을 천번 만번 흔들고
이 건너 물결은 땅을 조금씩 허물어 풀뿌리를 하얗게 씻는구나
고향 산천 떠나보내던 손짓들, 배 가던 저 푸른 물 깊이 아물거리고
정든 땅 바라보며 눈물 뿌려 마주 흔들던 설운 손짓들 두고
꽃길을 가던 사람들 지금 거기 바람이 부누나


꽃이 피누나. 하루에도 몇번씩 오가던 뱃길
뱃전에 부서지며 갈라지던 물살을 보며 강 건너 시집간 누님도 객지로 가고
공장 간 누이들은 소식도 없다가 남편 없는 아기엄마 되어
밤배로 몰래 찾아드는 타향 같은 고향 나루


그래도 천지간에 고향이라고 이따금 꽃상여로 오는 사람들
빈 배가 떠 있구나
기쁜 일 슬픈 일 제일 먼저 숨가쁜 물결로 출렁이던 섬진강 나루에
지금도 물결은 출렁이며 설운 가슴 쓸어 그리움은 깊어지는데


누가 돌아와서 이 배를 저을까
오늘도 저기 저 물은 흘러, 흘러서 가는데
기다림에 지친 물결이 자누나. 풀꽃이 지누나.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전략)......산에 피어 산이 환하고 강물에 져서 강물이 서러운 섬진강 매화꽃을 보셨는지요

사랑도 그렇게 와서 그렇게 지는지 출렁이는 섬진강가에 서서 당신도
매화꽃 꽃잎처럼 물 깊이 울어는 보았는지요

푸른 댓잎에 베인 당신의 사랑을 가져가는
흐르는 섬진강 물에 서럽게 울어는 보았는지요

 

 

 

 

 

 

이렇게 대략 옥정호에서 시작된 섬진강 상류 나들이는 향가유원지에서 끝나고

나중에 이후부터인 섬진강 중하류도 강변따라 남해안까지 순방을 해볼 것을 기약하며,

이후부터는 순창과 담양을 거쳐 광주시내로 진입

 

*부록1

순창시내를 지나가는데 멋드러진 정자와 하천이 어우러진게 보기 좋아서 한장과

순창과 담양경계의 메타세콰이어길

담양의  가장 잘 알려진 메타세콰이어의 길은 이제 차로 다닐수 없다.

그래도 두개 군의 경계에서 만나는 이 길도 충분히 분위기를 느낄수 있을만큼 훌륭하다

 

 

 

 

*부록2

광주시내로 진입하기 전 518민주화묘지 부근길을 지나가는데

그냥 갈수가 없어서 잠시 참배.-나에게는 망월동묘역이라고 해야  더 실감나는 곳

"왜 쏘았지 왜 찔렀지 트럭에 싣고 어디갔지
망월동에 부릎뜬 눈 수천의 핏발 서려있네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우리가슴에 붉은 피 솟네 "

 

 

 

잔잔하게 강을 따라 내려온 길.

과연 이 길이 이어질까 하는 그런 길이 그래도 간신히 이어지고

(가끔은 이길로 지나다녀도 되나 하는 길도 있고,

 강과 결별하여 빙 둘러가서 다시만나기도 한다)

넓지도 엄청난 수량의 물도 아닌 동네 어귀를 감싸돌며 꾸준히 흐르는 섬진강 상류풍경.

섬진강은 그렇게 조용히 사람과 마을을 품으며 그들의  삶 속에 들어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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