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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구조 좀, 그러나 대답없는 사회의 침몰

리매진 2014. 5. 4. 05:01

 

 


가능한 감정표현을 안할려고 노력했다.
화가 나면 괴롭고, 이것저것 다른 감정의 편린들에 힘들어
날마다 관심을 가지면서도 애써 담담해지려고 했다.
그런데 결국 울음이 터졌다.  "구조 좀...." .마지막 학생의 목소리...
죽은 학생의 휴대폰 동영상의 장면을 보면서(아래 동영상의 2분 1초 부근)
마침내 주책없이 터져나오는 울음에 눈시울이 불거졌다
"구조좀...." 이란  앳띤 학생의 목소리와 함께 세월호의 학생들 동영상은 끝난다
구조 좀... 그러나 대기하라고 해 놓은 사람들은 아무도 오지 않았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배안에서 대기하고 있다-주검이 되어.

 


그리고 이제 바다에는 대답없던 사람들의
대답을 기다리는 허망한 몸짓들만 가득하다.
바다에는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울음만 가득하다.

 

 

 

 

어른들이 대답하지 못한 세상에 그 또래의 아이들이 대답을 한다.
-친구들아 보고 싶다.
-친구들아 미안해. 따뜻하게 안아주지 못해서.

 

어른들은  이들에게 무슨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대답없는 어른들....먼저 탈출한 어른들... 아무것도 못해준 어른들

 

 

 


배가 기울고 학생들의 애타는 기다림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답해야 될 어른들은 모두들 빠져나가거나 응답하지 못했다.
선장도, 선원도, 해경도.....

판단을 내려야 할 사람들은 모두들 무엇에 홀린듯 악수만 두었다.

직업윤리도, 재해시스템도,..아무것도 제대로 가동되는 것은 없었다.
유명무실한 채 허황된 우왕좌왕만 하는 동안 그들은 이제 응답을 듣지 못한다.
어쩌면 모두가 기다리라는 말만 남기고 어른들은 그곳에서 탈출했는지도 모르겠다
대통령까지.........
그사이에, 그리고 지금도 실종자는 사망자로 바뀌고 있다.
보름이 지났는데도 시신마저 다 수습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국가도 기다리라고만 할 것인가(주간지 시사인)
기다리라는 말에 아이들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선장은 떠났고 정부는 우왕좌왕했다.
국가 시스템은 실종되었고 신뢰는 사라졌다. 실종자 가족들은 이게 진정 대한민국 현실이냐’고 묻는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20059

 

위 기사 중에서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다
 

2. 4월17일 오후 4시20분. 진도 실내체육관
 사고 이튿날,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이 모여 있는 진도 실내체육관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은 이런 말을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데 대해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을 해서, 책임질 사람은 모두 엄벌토록 할 것이다.”
 많은 언론은 이 발언을 대통령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하지만 이 발언의 핵심은 다른 데 있었다.
이 결정적 발언으로 대통령은, ‘시스템의 최종 책임자’에서 ‘구름 위의 심판자’로 자신을 옮겨놓았다.
 시스템이 무너져내리는 가운데, 최종 책임자는 자신의 책임을 말하는 대신
 ‘책임질 사람에 대한 색출 의지’를 과시하는 단죄자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차지했다
침몰하는 시스템에서, 대통령은 그렇게 가장 먼저 ‘탈출’했다

 

 

 시청분향소로 가는데 어린소녀 한명이 벽보에 글자를 쓰고 있었다
갸날픈 체구에 안경을 쓴 츄리닝 패션의 한 아이가..
초등학생인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작은 아이인데 많이 봐줘도 중2 이상은 되지 않을듯 싶었다.
정성스럽게 글을 쓰던 아이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수줍어하며 쫄래쫄래 뒷쪽으로 사라졌다
"언니 오빠, 모든 희생자 분들 죄송해요
다음 생은 사고없이 오래 건강히 행복하게 사시길 빌께요"

 

 

이 어린 아이는 왜 죄송할까?
이렇게 중2도 되지 못한 아이마저 죄송해 하는데
그 세월호 뱃속의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그리고 그 애타는 구조의 말에
대답하지 못한 어른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어른들은 어떤 반성을 해야할까?

구조적으로 이런 사태가 발생하게 만든 사회는 어떤 책임을 져야하는 걸까?

  

 


*바람의 말-마종기


우리가 모두 떠난 뒤 내 영혼이 당신 옆을 스치면
설마라도 봄 나뭇가지 흔드는 바람이라고 생각지는 마.


나 오늘 그대 알았던 땅 그림자 한 모서리에
꽃 나무 하나 심어 놓으려니
그 나무 자라서 꽃 피우면
우리가 알아서 얻은 모든 괴로움이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릴 거야.


꽃잎 되어서 날아가 버린다.
참을 수 없게 아득하고 헛된 일이지만
어쩌면 세상 모든 일을 지척의 자로만 재고 살 건가.
가끔 바람 부는 쪽으로 귀 기울이면

착한 당신, 피곤해져도 잊지 마.
아득하게 멀리서 오는 바람의 말을.

 

 

 

아주 낯선 곳으로 영원히 수학여행을 떠난 어린 벗들이여,

그곳에서나마 즐거운 여행되렴.

 

그리고 다른 희생자들도 모두 이땅에서의 악연을 떨어내고

사고없는 세상에서 다들 편안히 잠드길...

 


*대답없는 사회에서 당신은, 나는 과연 구조받을 수 있을까?
정부는 생명이라는 부문까지 민영업체에 의존하며
제대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
생명이라는 최대가치에서마저도 공적시스템은은 무너지고
그곳에서도 자본의 논리가 참극의 바다에 넘실거리는듯 하다
-가슴 아픈 일이다


그리고 가슴 아파만 할 것인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개인의 영역을 넘어선 참사에 아무런 대답도 주지못하는,
아니 어쩌면 그런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사회에 우리는 어떤 대답을 찾아야할까?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하는, 구조하지 못하는
이 사회는, 권력은, 성장은, 문명은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이들의 마지막 말은 그저 "구조 좀...." 이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 대답하지 못한 이 사회는 지금 그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