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블로그 폐쇄로 TISTORY에 이주당함 자세히보기

*일상과 생각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리매진 2013. 11. 13. 03:03


*시골 우체국에서-김필녀

 

밤을 새워 썼던 편지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답장을 기다리는 동안 비가 오고 함박눈이 쌓이고,
다시 라일락이 피는 동안 더욱 견고해지던 사랑은
어느 하늘아래 빈 가슴 쓸어내리고 있을까?


눈발에 써서 날렸던 부치지 못한 편지 위에
앨범 속에 잠자고 있던 빛바랜 우표
더께로 붙여 다시 띄우면
길 위에 떨어진 추억들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그립고 보고픈 이들에게 편지를 쓰는 사람도
고이 봉한 편지 가슴에 품어 안고
우체통에 넣는 사람도 없는 시골 우체국에서는
여전히 우표를 팔고 크리스마스 씰을 판다


밤새도록 폭설이 쌓이고
창호지 문살에 국화 향기 피어날 때까지
발효되지 못한 채 묵혀두었던 사연을 적어
겨울잠에 취한 빨간 우체통을 깨워야겠다

 

 

 

얼마 전에 옛 은사님께 뭐 하나를 택배로 보낼게 있었는데
내용물을 보내며 안부편지도 동봉할까 하다가
결국 서신은 이메일로 보내고 말았다.

 

손글씨로 무엇을 안쓰다 보니 긴 문장을 손수쓰는게 영 이상하고,
너무 잛은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 기본적으로 A4한장 정도는 채우려 했는데
힘들어서 못 쓰겠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손글씨는 메모정도만 쓴 것이고
조금이라도 긴 글은 PC로만 썼던 것 같다.
종이에 손글씨로 글을 쓰면 어느 순간부터 정리가 안된다.


언제부터 그랬는지 이제는 손글씨나 편지가 많이 어색하다.
손글씨는 쓰윽 쓱 갈기는 메모나 낙서정도이고
소식은 모두 이메일이나 전화로 하는게 거의 100%이다


보니 편지로 오는 것은 고지서나 공식적인 문서고
배달되어 오는 것도 대부분 택배이다.
우체국을 이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고
우리가 예전에 생각했던 편지, 소위 말하는 개인적인 서신을 전달하기 위해 이용한지도
꽤 오래, 아니 아주 먼 옛날처럼 되어 버렸다.

 

 


연애시절, 일주일에 한번 정도 만나면서도 그 사이를 못 견뎌
편지를 주고받느라 우체통을 기웃거리던 일은 정말 동화속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우체국 앞을 지나가면 누군가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었던 시절,
그래서 어디 여행가면 엽서 하나 부치고 괜히 감상에 젖어 우체통을 빤히 쳐다보던 시절,
그 추억들이 오롯히 가슴에 있건만 이제 손글씨나 편지는 다시는 못 쓸 것 같다.
그리고 나의 인식에서 우체국은 이제 애틋한 감정을 전달하는 곳에서
물건이나 공식적인 문서를 배달하는 그런 곳처럼 변해버렸다.


지나가는 우체부만 보아도 설레던 시절,
누군가에게 나의 마음을 전하고파 가슴 아팠던 시절,
편지 한장에 어쩔줄 몰라하고 빨간 우체통만 보면 아련했던 시절,.
그런 감정은 나이가 먹음에 따라 사라지고,
정보통신의 발달에 따라 당연히 그럴 필요도 없어졌다.
그리고 세월따라 그런 감정에서 오던 사랑도 사라졌다.

 

 


그래도 가끔은 시골우체국이나, 지금은 잘보이지도 않는 우체통을 물끄러미 보면
무언가 알수없는 그리움 하나가 솟아오른다.

이제는 할 수 없을 듯한 사랑.
이제는 찾을 수 없을 듯한 사랑,

 

그래도 우체국에 가면 혹시나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부질없는 몽상하나가 우체통 위로 아지랭이처럼 피어올랐다가 사라진다.

 

 

 

 

*길은정 - 우울한 샹송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풀잎되어 젖어있는 비애를
지금은 혼미하여 내가 찾는다면 사랑은 또 처음의 회상으로 돌아올까?

 

우체국에 오는 사람들은 가슴에 꽃을 달고 오는데, 꽃을 달고 오는데
그 꽃들은 바람에 얼굴이 터져 웃고 있는데 어쩌면 나도 웃고 싶은 것일까?

얼굴을 다치면서라도 소리내어, 소리내어 나도 웃고 웃고 싶은 것일까?

 

사람들은 그리움을 가득담은 편지위에 애정의 핀을 꽂고 돌아들 간다
그때 그들 머리 위에서는 꽃불처럼 밝은 빛이 잠시 어리는데
그것은 저려오는 내 발등 위에 행복에 찬 글씨를 써서 보인다
나는 자꾸만 어두워져서 읽지 못하고.....

 

우체국에 가면 잃어버린 사랑을 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을까?
그 곳에서 발견한 내 사랑의 기진한 발걸음이 다시 도어를 노크하면
그때 나는 어떤 미소를 띄우며 돌아올 사랑을 사랑을 맞이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