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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생각

도종환: 오늘 하루+ABBA: The Day Before You Came

리매진 2013. 8. 13. 02:59

 

*오늘 하루-도종환

 

어두운 하늘을 보며 저녁 버스에 몸을 싣고 돌아오는 길
생각해보니 오늘 하루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
이것저것 짧은 지식들은 많이 접하였지만
그것으로 생각은 깊어지지 않았고,
책 한 권 며칠씩 손에서 놓지 않고 깊이 묻혀
읽지 못한 나날이 너무도 오래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냈지만
만나서 오래 기쁜 사람보다는 실망한 사람이 많았다.
나는 또 내가 만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실망시켰을 것인가?


미워하는 마음은 많았으나 사랑하는 마음은 갈수록 작아지고
분노하는 말들은 많았지만 이해하는 말들은 줄어들었다.
소중히 여겨야 할 가까운 사람들을 오히려 미워하며
모르게 거칠어지는 내 언어만큼 거칠어져 있는 마음이
골목을 돌아설 때마다 덜컹거렸다.

 

단 하루를 사람답게 살지 못하면서
오늘도 혁명의 미래를 꿈꾸었다.

 

 

 

참, 단조로운 일상이다.
날은 무덥고, 사람은 축 늘어지고, 생각도 늘어지고...
그렇게 무기력하게 2013년 여름이 지나간다.

 

이럴때 음미할만한 시 하나와 음악 하나.

도종환의 시 오늘 하루나 ABBA의 노래 The Day Before You Came에서는 둘 다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쓸쓸함과 그래도 뭔가 찾으려는 한가닥 빛을 갈구함이 보인다.
그래도 뭔지 모르지만 전체적으로 무료한 일상과 거기에서 오는 후회,
그것을 희망으로 애써 연결시키려는 흐느낌이 안타깝다
그래서 더 가슴에 닿는 듯...


오늘도 일상은 무료하고, 날씨는 덥기만 했다. 숨이 막힐 정도로...
그리고 머리는 그냥 텅비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내일도 그럴 듯.......
아, 이 다람쥐 챗바퀴 도는 듯한 삶은 언제 끝날련가?
시인이 꿈꾸던 혁명의 미래나 ABBA가 노래했던 당신은 과연 만날 수 있는건가?

 

에어컨을 켜놓아 조금은 쾌적해도, 그래도 아무 것도 하기 싫은 날,
그 무기력한 나날의 틈바구니에서 시 한편과 음악 하나를 들으며
단 하루의 사람답게와 당신의 모습을 실날처럼 그려본다.

 


*ABBA-The Day Before You Came(당신을 만나기전 까지)
-이 곡은 아바가 해체되기 직전인 1982년에 발매된
ABBA: The Singles - The First Ten Years에 수록되어 있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아바의 곡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음정이나 사운드, 가사의 철학적인 내용까지-언뜻 들으면 아바의 노래가 아닌것 같을 정도로)

 

I must have left my house at eight, because I always do
My train, I'm certain, left the station just when it was due
I must have read the morning paper going into town
And having gotten through the editorial, no doubt I must have frowned
I must have made my desk around a quarter after nine
With letters to be read, and heaps of papers waiting to be signed
I must have gone to lunch at half past twelve or so
The usual place, the usual bunch
And still on top of this I'm pretty sure it must have rained
The day before you came

 

8시면 집을 나섰겠지, 늘 그랬으니까
기차는 정해진 시간에 역을 출발하고 시내로 향하는 기차에서

난 조간신문을 꺼내 들고 사설을 읽어나가며 눈쌀을 찌푸렸겠지
9시 15분이면 일을 시작해서, 서류들을 읽고, 결제했겠지
12시 반쯤에는 점심을 먹으러 나갔을 거야. 늘 가던 곳, 먹던 그 메뉴
그 무엇보다도, 분명한 건, 비가 왔었을거라는 거야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 내 하루는 이랬을거야

 

I must have lit my seventh cigarette at half past two
And at the time I never even noticed I was blue
I must have kept on dragging through the business of the day
Without really knowing anything, I hid a part of me away
At five I must have left, there's no exception to the rule
A matter of routine, I've done it ever since I finished school
The train back home again
Undoubtedly I must have read the evening paper then
Oh yes, I'm sure my life was well within its usual frame

The day before you came

 

2시 반쯤이면 그날의 일곱번째 담배에 불을 붙이고
우울하다는 사실조차 눈치 채지 못한 채 그날의 일에 매여
짐짓 모르는 채, 나 자신을 숨기고 있었을 거야
다섯 시면 예외없이 퇴근했겠지. 학교를 졸업한 이후, 계속 해왔던 일상이니까
기차를 타고 집에 돌아 오면서는 석간신문을 읽고 있었을 게 분명해
그래, 내 생활은 늘 그런 틀 안에 있었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야

 

I must have opened my front door at eight o'clock or so
And stopped along the way to buy some Chinese food to go
I'm sure I had my dinner watching something on TV
In fact, I think, a single episode of Dallas that I didn't see
I must have gone to bed around a quarter after ten
I need a lot of sleep, and so I like to be in bed by then
I must have read a while
The latest one by Marilyn French or something in that style
It's funny, but I had no sense of living without aim
The day before you came

 

8시쯤 난 집에 도착하고 저녁으로 중국 음식을 사러 나갔겠지
TV를 보면서 저녁을 먹었지. 연속극 달라스는 한번도 빼놓지 않고 봤지
10시 15분쯤엔 잠자리에 들었겠지. 난 잠이 많은 편이고, 침대에 있는걸 좋아하지
그때 쯤이면 아마 마릴린 프렌치의 최신본이나

비슷한 스타일의 책을 읽고 있었을 게 틀림없어
우습게 들리겠지만, 목적없이 살진 않았어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도 말야

 

And turning out the light I must have yawned and curled up for yet another night
And rattling on the roof I must have heard the sound of rain
The day before you came

 

불을 끄고 하품을 하며 잠자리에 누워 난 또 하나의 밤을 끌어안았겠지
그리고...지붕을 때리는 빗소리를 들었겠지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는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