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확 풀렸다. 언제까지 갈 것 같던 겨울도 이제 가나보다.
블로그에 눈내리는 날 사평역에서를 생각하며 2월 4일 포스팅했는데
한달사이에 자연은 이렇게 변했다.
그날은 눈이 참 소담스럽게 내렸는데 과연 그런 날이 있었냐는 듯이
이제 바람이 불어도 느낌이 틀리다.
겨울이 이제는 갈수록 싫다. 움직이지 못하고 늘 움추리니..
뭐 봄이 온다고 크게 달라질 것도 없는데 그래도 봄이 오는 것을 보면
무언가 새로운 일이 생길 것 같다. 춘정같은 것도 꿈틀거리고...
그래서 봄을 기다리며 아지랑이 오르듯 뭔가를 솟아오르게 하는 가락을
이맘 때 쯤이면 흥얼거린다.
그러면 어느새 봄이 먼저 와 가슴에 들어 앉은다.
*봄이오면 - 김윤아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오면 봄이 오면 우~
봄이 오면 봄이 오면 음~ 봄이 오면
그리고 봄기운이 완연한 어느 바다가에서 가볍게 스텝을 밟고 왈츠를 추는 듯한,
여린 흥겨움을 느끼게 하는 쇼스타코비치의 재즈모음곡 2번 중 왈츠2
혹시 왈츠 출 줄 알아요? 하나 둘. 하나 둘...시작...
그래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이병헌과 이은주가 추는
왈츠의 경쾌한 장면이 봄바람과 함께 날아든다.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 중에서_jazz suite no2가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장면
벌써 저 세상으로 간 이은주는 이제 모든 것을 잊고
구름위에서 딴따다다딴 아름다운 춤을 누군가와 추고 있을까?
일장춘몽-봄의 신기루처럼 사라진 그녀의 요절이 왈츠의 그 장면을 더 잊지 못하게 한다
혹시 왈츠 출 줄 알아요? 하나 둘. 하나 둘...
곡이 짧아 아쉬우면 아래 원곡을 들으며 가볍게 스텝을 밟아 보시라
*Shostakovich: Waltz No.2 From Jazz Suite 원곡
봄이면 더 좋아지는 또 하나의 곡은 주현미의 어허라 사랑
전형적인 트로트에 따악 그에 걸맞는 가사.
약간 유치찬란하지만 이상하게 봄날에 이 노래를 들으면
아득하게 봄의 정서가 그대로 전이 되어 자주 흥얼거린다.
마치 봄빛 아래 막걸리 몇잔하고 얼큰한 상태로 무장해제되어 누워있을 때
아른하게 들리는 듯한 노래.
간드러지며 쉽게 쉽게 넘어가는 음정과 박자가
이제는 사라져가는 한가닥 옛 정을 봄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게 한다,
그게 현실일까 꿈일까?
봄기운에 졸면서 듣는 저 멀리의 지나간 사랑처럼 들려오는 소리.
그 추억이 신기루처럼 노래가락 따라 생각날듯 말듯 하다.
봄이니까...
*주현미-어허라 사랑
사진은 블로그 하기 전이라 포스팅하지 못한 2009년 이전 봄날 기웃겨렸던 곳들의 사진이다
(태안/보령/진안/충주/옥천/구례/의성/영천/영양/남해/문경 등)
기록차원에서 음악과 함께 여기에 남긴다
사진을 보니 이런 봄날도 나에게 있었나 하는 생각과 함께
위 사진 중 제일 오래 된게 2003년인데 벌써 먼 옛날처럼 아득하기만 하다
올 봄은 또 무슨 기억하나가 쌓일까?
부질없다는 것을 알지만 올해도 혹시나 하며 또 이렇게 봄에 기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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